[데스크칼럼]한나라당이 '보수'를 버린다면

입력 2012-01-0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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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중 수석부국장 겸 산업부장

한나라당이 쇄신하겠다며 ‘보수’이기를 포기하겠단다. 등 돌린 민심을 껴안겠다는 책략이겠지만 이해하기 어렵다. 집토끼도 산토끼도 다 놓칠 것이 뻔하다.

한나라당이 보수를 포기한다는 것은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여기에 친시장 색채도 지우자는 논의까지 벌어지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대한민국은 엄연한 자유시장경제국가다. 집권당이 시장경제체제를 부인하겠다는 것은 국헌을 흔드는 것과 같다. 정당의 존재가치가 집권이라지만, 표를 위해 영혼까지 파는 것은 지나치다.

보수는 보수이기에 매력있고, 진보는 진보이기에 존재가치가 있다. 트롯트 가수가 힙합을 노래하는 것 만큼, 한나라당이 진보정당 흉내를 내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보수(保守)’라는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보전하여 지킴’ 또는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반대하고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 함’으로 돼 있다. 한나라당이 보수를 포기하겠다는 것은 한나라당의 뿌리를 부정하는 것은 물론 옛것은 모두 잘못됐다는 인식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1%대 99% 갈등의 후폭풍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보겠다는 궁여지책일 수는 있겠지만 정당은 그런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아무리 보수가 아니라고 부정해도 우리 국민 누구도 믿을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이 보수를 포기하겠다면 이는 자가당착이요, 자기모순이다.

많은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실망하고 좌절하고 있는 것은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현 정부와 한나라당이 국민들로부터 배척받고 있는 것은 원칙도 없고, 철학도 없는 땜질식 경제정책들로 기업과 국민들이 상처받은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을 내세우면서도 전혀 실용적이지 않았고, 인기에 영합하려는 대증적 대책만 남발했다. 여기에 국민들과의 소통 단절, 자기들 만의 리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폐쇄적인 인재풀을 운용한 결과로 민심이 이반됐다.

한나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디도스 사건이나, 당 대표 선거를 위한 돈봉투 살포 등은 파렴치한 행적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한나라당의 지지자들조차 암담해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현 정부와 한나라당은 보수라기 보다 수구라는 말이 어울린다.

선거를 앞두고 느끼는 위기의식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한나라당으로서야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의 텃밭이라던 서초, 강남, 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와 보수층이라고 여겼던 40대의 표 이탈에 충격을 받았을 수는 있다.

그런데 위기의 한나라당을 구하겠다며 구원투수로 나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현 정부의 패착을 되풀이하려고 한다.

그토록 비난했던 야당의 포퓰리즘 공약을 스스럼없이 따라하고 있다. 박근혜 식 복지정책은 진보를 내세운 민주당보다 더 대중에 영합하려는 듯 보인다. 지난해부터 유럽을 강타한 재정위기의 원인이 과도한 복지정책의 결과 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나라당이 변하겠다는 방향이 올해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국민들 입맛에 맞는 각종 선심성 정책을 남발할 것이라는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진보를 내세운 민주당과 복지정책 대결이나 선심경쟁을 벌인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 설혹 일시적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속여 정권을 잡는다고 해도, 무상복지에 입맛이 든 민심은 되돌리기 어렵다.

생즉사, 사즉생이라 하지 않든가.

이명박 정부가 기름값과 통신요금을 내리겠다며 정유업계와 이동통신업계를 윽박질러 생색을 냈지만, 국민들의 체감 효과는 크지 않았다.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해야 한다며 중소기업고유업종이라는 케케묵은 논리를 내세웠지만 이 또한 효과가 의문이다.

한나라당의 쇄신은 인적 쇄신이면 족하다. 혹여 이념의 좌편향으로 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 않는다는 이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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