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의 소외…다수의 좌절, 금융권만 잇속 '빈곤의 늪'

입력 2011-10-11 11:02 수정 2011-10-1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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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받는 자본주의]<중>15일 전세계 시위의 날…국내서도 '행동' 움직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의 근원지인 뉴욕 주코티 공원에서 10일(현지시간) 한 시위 참가자가 입에 달러 지폐를 붙인 채 금융권을 비난하고 있다.(사진=AP/연합)
자본주의의 상징 월가 한 복판에서 발생한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된데 이어 유럽, 아시아 등 지역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금융권의 탐욕에 반하는 시위의 움직임이 증권가 여의도에서 감지되고 있다.

당초 미 청년 실직자들을 중심으로 지난달 17일(현지시각) 시작된 월가 시위는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시위의 물결은 세대, 지역에 구분 없이 미국 전역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 5일 뉴욕에서는 최대 규모인 2만명이 참여하는 집회가 열렸으며 이들은 금융권 개혁과 과도한 빈부격차 해소를 요구했다. 미 CBS 방송 인터넷판 등은 9일 뉴욕에서 시작된 이번 시위가 수도 워싱턴 D.C.는 물론 남부 앨라배마주(州) 헌츠빌과 서부 오리건주 포틀랜드 등 전국 25개 도시로 확산했다고 보도했다.

월가 시위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 됨에 따라 글로벌 시위 동조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전세계 시위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온라인 사이트 ‘다 함께 점령하라’(Occupy Together)는 15일을 ‘전세계 시위의 날’로 정하고 토론토, 밴쿠버, 캘거리 등 캐나다 주요 도시와 쿠리른 헤이그, 프라하, 코크(아일랜드) 등 유럽 도시와 일본에서까지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캐나다 통신은 2일 뉴욕 시위대와 유사한 이름의 '토론토 주식시장을 점령하라'는 단체가 15일 토론토 증권가인 베이가(Bay Street)에서 가두시위를 벌이기로 하고 이를 조직하기 위한 웹사이트 운영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토론토 증권시장이 휴장하는 내주 토요일 부터 연쇄 시위를 벌일 예정으로, 토론토 뿐 아니라 밴쿠버, 몬트리올, 캘거리 등 캐나다 주요도시에서 가두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이 단체의 페이스북 웹사이트에는 지금까지 830명이 토론토 시위에 참가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태평양 건너 일본에서는‘도쿄를 점령하라’는 페이스북이 열렸고 오스트레일리아와 유럽 등에서도 유사 사이트가 속속 개설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과도한 이익 추구와 소득 불평등에 항의하는 반(反) 월가 시위는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와 시민단체 금융소비자협회가 주축이 돼 월가의 탐욕을 규탄하는 움직임에 동참하기로 했다. 오는 12일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향후 계획을 밝히고 15일을 행동의 날로 정해 집회나 선전전을 개시할 계획이다. 현재 이들 단체를 주축으로 참여연대 등 여러 시민단체와 노동계, 금융 피해자 단체 등과 접촉해 구체적인 행동 방안을 논의중이다.

이들 시민단체들도 국내 금융권의 문제점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금융 공공성 회복’과 ‘금융 독립’ 등 2가지 포괄적 주제 아래 금융 피해자와 금융권 노동조합원, 대학생 피해 등 금융시스템 전반의 문제점을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은 최근 부실 대출로 논란이 된 저축은행 사태를 비롯해 파생상품 키코(KIKO), 대학 학자금 대출이자 문제 등을 지적하고 금융권 임원들의 고액 연봉과 성과급 등도 문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은 미국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양극화, 취업난, 높은 대학 등록금, 전세난, 고공행진하는 물가 등 월가 분노의 근원인 ‘부의 소외’와 맞닿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8월 발표한 ‘한국 중산층의 구조적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중위소득 50~150%에 해당하는 중산층 비중이 1997년 74.1%에서 2010년에는 67.5%로 오히려 6.6%포인트 줄고 가계수지는 악화되는 등 삶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와 무관한 안철수 교수의 갑작스런‘안풍’(安風)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회 양극화와 실업대란 등 사회 현실의 불만이 안풍을 만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안 원장은 성공한 사업자임에도 대기업을 비판하며 산업 생태계를 강조하는 시장의 공정성을 강조했으며 젊은 세대의 좌절을 이해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대중들이 정치에 몸담는 것을 한사코 거부하는 안 원장에게 환호한 것은 이 때문이다.

1% 부자를 위해 99%가 희생되는 분노와 좌절감은 곧바로 정치적 선택으로 표출됐다. 범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박원순 변호사는 ‘안철수 바람’을 업고 한달 만에 야권 단일후보로 올라섰다.

내년 총선과 대선 정치일정 앞두고 식지 않는 ‘안철수 현상’이 의미하는 것은 현 자본주의가 직면한 모순들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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