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황금시장…롯데·삼성家 맏딸 자존심 격돌까지

입력 2011-07-11 11:01 수정 2011-07-1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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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진흙탕 싸움]

▲김포공항 중국 베이징 노선이 신설됨에 따라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신라면세점이 경쟁업체인 롯데면세점의 유사 도메인을 활용해 고객을 유치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면세점 업계의 ‘진흙탕’ 싸움이 다시 한번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롯데와 신라의 ‘싸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명품 유치’ 경쟁은 오너들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 국내 굴지의 기업 ‘롯데’와 ‘삼성’의 타이틀을 걸고 양보할 수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면세점 사업을 둘러싸고 롯데가(家) 2세 신영자 호텔롯데 면세점사업부 및 롯데쇼핑 사장과 삼성가 3세 이부진 호텔신라 및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이 벌이는 ‘맏딸 전쟁’ 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면세점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보다는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명품 등 업고 면세점 5조원시대 눈앞 = 명품 대중화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10~20대 후반의 젊은층에까지 명품 소비 열풍이 확산되면서 명품시장은 연간 5조원대로 해마다 평균 2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5조7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과거 명품 소비는 ‘백화점’이라는 공식이 유일했다. 하지만 ‘명품의 대중화’ 현상이 면세점의 성장을 부추겼다. 백화점 산업의 성장과 직결된 명품시장의 급성장 공식이 이제 면세점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면세점 사업은 급속히 팽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면세점 시장규모는 2008년 28억6000만달러에서 2009년 30억3000만달러로 성장했고 작년에는 39억2000만달러를 기록해 40억달러 규모에 육박했다. 이 가운데 서울지역만 2007년 11억달러에서 2009년 13억5200만달러, 2010년 17억3500만달러로 확대됐다.

성장률도 2007년 9.7%에서 2009년 17.4%, 작년에는 28.3%을 기록해 가파르다. 신라면세점 측은 “글로벌 경기회복과 명품의 대중화 현상으로 내국인들이 면세점을 많이 찾고 있다”며 “또한 경제성장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면세점 사업의 성장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올해 면세점 매출이 사상 최고를 기록한 작년(4조800억원)보다 20% 이상 늘어나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07년 2조2800억원 안팎이던 면세점 매출은 매년 20%가량 늘어 5조원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며 “업체들이 앞다퉈 매장 확대에 나선 것은 면세점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면세점 격돌, M&A에서 명품 전쟁으로= 면세점 전쟁은 2009년부터 본격화됐다. 2009년 12월 서울 강남 삼성동 코엑스와 김포공항·인천공항에서 AK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던 애경그룹의 AK글로벌(현 롯데DF글로벌) 인수전을 놓고 벌인 대결이 전쟁의 시발점이 됐다.

갈수록 면세점 사업이 성장해가면서 외형 성장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처음 격돌한 신영자 사장과 이부진 사장간의 대결은 AK글로벌 지분 81%를 800억원에 사들인 업계 1위 롯데의 승리였다.

격분한 신라는 무대를 명품으로 옮겨와 2라운드에 시동을 걸었다. 패배의 쓴 맛을 본 이부진 사장이 선택한 게 명품이다. 승리는 루이비통을 거머쥔 신라에게 돌아갔다. 신라면세점이 세계 최초로 루이비통 유치에 성공한 것. 지금껏 공항 면세점에 입점한 적이 없는 콧대 높은 루이비통을 들여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롯데에게 큰 패배감을 안겨줬다.

하지만 인천공항 입점을 결정한 루이뷔통에 대한 특혜 시비가 일며 신라는 후폭풍을 맞았다. 지난달 구찌는 신라에 들어선 점포 2곳을 모두 철수하기로 결정하는 대신, 김포공항 롯데면세점에 입점키로 결정했다. 신라측은 구찌의 마이나스 성장에 비해 너무 낮은 마지율을 제시한 것이 이유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루이뷔통과 같은 대우를 하지 않은 신라에 대한 경고성 철수라고 해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M&A로부터 시작된 면세점 전쟁이 명품 브랜드 유치로까지 번졌다”며 “명품 브랜드들의 이합집산에 따라 업계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신영자vs이부진, 오너家의 혈투=‘롯데면세점 VS 신라면세점’이라는 기존 대결 구도는 ‘신영자 VS 이부진’의 구도로 완벽하게 바뀌었다. 면세점 경쟁이 삼성과 롯데 그룹 재벌가 딸들의 대리전 양상으로 비화되면서 법정다툼은 더 잦아졌다. AK플라자 인수를 놓고 신라면세점이 먼저 싸움을 걸었고 롯데는 루이뷔통 인천공항 입점과 관련해 매장 임대 계약체결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김포공항면세점을 둘러싸고 오너간의 자존심 경쟁도 벌어졌다. 롯데의 운영 기한 종료가 지난해 12월 12일까지였고 동시에 새로운 김포공항 면세점 운영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이 진행됐다. 지난 5년간 김포공항에서 유일하게 면세점을 운영해왔지만 롯데는 이번 3라운드에서 신라에게 또 패했다. 지난 3월 A구역(화장품, 향수, 기타 잡화)과 B구역(주류, 담배, 기타 잡화)으로 나눠 사업자 입찰을 실시했고 기존에 롯데가 운영해왔던 A구역(400.2㎡)은 호텔신라에게, B구역(433.4㎡)은 롯데에 돌아갔다.

최근 김포공항이 중국 베이징 노선을 신설함에 양측의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 김포공항의 경우 롯데면세점은 주류·담배, 잡화 및 한국전통식품을 판매하고 신라면세점은 화장품과 향수의 판매권을 갖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김포공항은 비즈니스 이용객이 많기 때문에 주류·담배나 선물용품 구매가 많아 화장품·향수가 없어도 매출에 영향이 없다”고 히고 있다. 반면 신라면세점측은 “인천공항의 경험상 화장품·향수 매출이 주류·담배보다 2배이상 높다”고 반박했다. 5조원에 육박하는 면세점사업을 놓고 기업간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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