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고위간부 줄줄이 '로펌行'

입력 2011-04-18 11:53 수정 2011-04-1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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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법상 취업제한 안받고 고연봉 보장돼

#1. 지난 5일 한 국내 대형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화우’에 고문으로 입사한 손 모씨는 ‘공정위통’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손 씨는 1995년 공정거래위원회 광고경품과 과장을 거쳐 소비자보호국 국장·상임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퇴직한 올해 1월3일 직전까지 2년 동안 차관급인 부위원장으로 재직했다. 사실상 1979년 행정고시 합격 이후 공직생활 절반을 공정위에서 보낸 인물이다.

#2. 공정위 전 사무처장이던 박 모씨도 지난달 1일 법무법인 율촌에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율촌은 박 씨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쳐 지난 1월까지 공정위 사무처 처장직을 역임하다 율촌에 합류하게 됐다’며 그의 경력을 높이 샀다.

공직자윤리법의 허점을 이용한 공정거래위원회 고위 인사 출신들의 ‘로펌행’이 여전히 성행하면서 ‘전관예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18일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정부직·4급 이상 공무원·국세청 및 관세청 등 대민업무가 많은 기관의 5~7급 등 재산등록의무자였던 공직자의 경우 퇴직 후 2년 동안은 퇴직하기 전 3년 이내에 근무한 부서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정규모 이상의 영리사업체 또는 협회에 취업이 제한된다.

그러나 취직이 금지된 영리사기업체 규모는 ‘자본금이 50억원 이상이거나, 외형거래액이 연 15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점을 이용, 공정위 출신 고위 인사들의 로펌행이 이어지고 있다. 로펌의 특성상 자본금이 50억원을 넘지 않기 때문이다.

화우와 율촌 뿐 아니라 김앤장·태평양·광장·세종 등 유명 로펌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공정위 고위 관료 출신들은 상당히 많으며, 인지도가 높은 로펌일수록 공정위 출신 고문들의 경력은 더 화려하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불공정 상거래 행위 등을 단속하는 공정위와 단속대상이 된 기업들을 고객으로 하는 로펌이 끈끈한 인맥으로 묶이게 되면 ‘전관예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정무위 전체회의에서 2000년 이후 퇴직한 공정위 부위원장 8명과 사무처장 4명의 재취업 상황을 조사한 결과 한명도 빠짐없이 로펌행을 택했다고 밝혔다.

고위직 외에도 공정위 전직 사무관(6급)들도 로펌에 전문위원으로 속속 포진해 있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이 지난 국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2010년까지 공정위 서기관급 이상 퇴직간부 26명 중 절반인 13명이 로펌에 재취업했다.

한 국회의원 비서관은 “공정위 고위 전관들이 로펌행에 성공하면 매우 높은 연봉을 받는다”며 “직전까지 근무하던 자신의 상사가 사건 조사 중에 전화나 사석자리를 이용해 물어보면 답하지 않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로펌 고문직은 ‘전문성 보다는 인맥’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중소형 로펌 한 관계자는 “로펌에서 실제 변론을 하지 않는 전관들을 영입하는 이유는 공정거래 위반 관련 사건을 처리하는 데 이른바 ‘기름칠’을 하기 위해서”라며 “퇴직 무렵이 되면 로펌에서 제안을 받거나 양쪽 사이에서 암묵적인 접촉이 있다”고 귀띔했다.

공정위 한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 퇴직자들이 로펌으로 가는 것은 공직자윤리법에 위반되지 않으며, 공정위에서 습득한 전문지식을 로펌에서 활용해 양자가 법정공방을 벌이면 서로 발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며 “전원회의 등 공정위 현 시스템은 몇 명에 의해 좌지우지될 만큼 호락호락하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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