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골프장]골프장 'OB경영' 산업계 폭탄될라

입력 2011-02-2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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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부실...PF대출.회원 예수금 반환 '막막'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골프 업계 전문가들이 내놓고 있는 국내 골프장들의 종합 건강검진 진단서다. 특히 막대한 부채에 따른 금융비용 압박과 영업 적자에 따른 부담으로 국가 경제를 흔드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심각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현재의 골프장 산업은 입지조건과 조직관리 등의 비용절감 효과만으로 화려했던 과거로 회귀할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골프장의 첫 번째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따른 외부적 요소다.

국내 골프장은 18홀 건설에 700여억원의 자금이 소요된다. 대부분의 골프장은 금융권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을 통해 공사를 진행한다. 시장 미래의 현금흐름이 긍정적인 때 가능한 사업구조인 셈이다. 그러나 수요 전망은 밝지 않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6홀 이상 규모 골프장 382곳의 내장객은 2572만5404명이다. 이는 2009년

2590만8986명보다 0.7%가 줄어든 수치다.

골프장들의 표면적인 경영지표로 여겨지고 있는 홀당 평균 이용객수는 회원제가 3478명으로 전년보다 11%가 감소했다. 대중제도 4046명으로 1년간 500여명(11%)이 줄었다.

공급은 설상가상이다. 지난해말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골프장 홀수는 7030여개다. 회원제가 4770홀, 대중제가 2260홀이다. 여기에 현재 공사 중인 홀과 착공을 준비 중인 홀수까지 합하면 9500여개에 육박할 것으로 집계됐다.

수요는 감소세로 돌아선 가운데 공급은 34%가 급격히 늘어나는 등 이미 심각한 시장의 불균형이 시작된 셈이다.

GMI 골프그룹 심재훈 경영지원팀장은 “현재의 골프장 산업은 수요초과에서 공급초과로 바뀌는 시기”라며 “이익잉여금이 부족한 골프장은 경영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두 번째 문제는 외부적인 시장 상황을 극복할 수 없는 재무구조의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는 골프장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는 업체가 173곳이 있다. 이들의 총 자산규모는 지난 2009년말 현재 21조4465억원이 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이 안고 있는 부채총액은 18조7217억원을 상회한다. 2009년 한해 순이익은 1629억원이다.

총자산순이익률(ROA)가 0.8%에 불과하다. 국내 골프장들이 100년가량 현재의 순이익을 유지해야 부채를 다 갚을 수 있는 셈이다.

부채에 대한 부담은 골프장 기업들의 이자보상배율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전국 173개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1'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영업이익을 그대로 이자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을 웃도는 기업도 57곳에 이르고 있다. 10곳 중 3곳 이상은 부채에 대한 금융비용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보다 많은 셈이다.

영업 적자 기업도 수두룩하다. 전국 골프장 운영 업체 중 23%인 40곳이 만성적인 적자로 허덕이고 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기업도 많다. 전체 골프장 기업 중 35%는 지난 2009년말 현재 부채가 자산보다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 일각에서는 ‘일본 골프장 사태’가 국내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골프장의 위기는 회원제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회원제 골프장을 운영하는 국내 업체 대부분은 입회 예수금이라는 담보를 통해 막대한 부채를 떠안을 수 있는 재무구조다.

회원권이 분양가 이상으로 거래되면 업체는 빚으로 충당한 공사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회원은 자산 증식이 되기 때문에 서로에게 윈-윈 전략이 된다.

이는 전제 조건을 갖고 있다. 미래의 현금흐름이 긍정적으로 흘러간다는 조건을 충족할 때 가능한 사업구조다.

골프장 회원권의 시세가 업계의 ‘폭탄’이 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골프회원권 가격은 외환위기 이후 2008년 초반까지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투자가치와 이용가치가 높았다. 하지만 2008년 4월 이후에는 하락기로 접어들면서 회원권의 투자가치는 점차 사라지고 이용가치만 남게 됐다.

지난해 5월 기준 월평균 가격은 2억1233만원으로 전년보다 12.9% 하락했고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2008년 4월보다는 33.0%나 하락했다. 최근에는 반토막 골프장 회원권까지 시장에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올해 입회금 반환이 도래하는 골프장수는 39곳이다. 입회금 반환금액은 2조 93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전체 입회예수금 규모 14조7000억원의 13% 수준이다.

문제는 대규모 집단 반환 사태가 현실화 될 경우 회원제 골프장들은 손을 놓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입회금은 이미 골프장 건설 등을 위해 바닥이 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자본 조달 능력도 크게 떨어진다는 점은 더욱 큰 문제다. 과연 현재 골프장 기업들의 자금 동원 능력은 얼마나 될까. 이미 막대한 부채비율을 감안하면 금융권으로부터의 새로운 자금 수혈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자산규모가 2000억원 이상 대형 골프장 기업(회원제 코스 보유) 20곳의 신용등급을 보면 사실상 금융권 대출이 힘든 C등급 이하인 곳이 30% 수준인 6곳에 이르고 있다. 현금흐름등급(CF)이 저조한 곳도 상당수다.

현금흐름등급이 CF4이하인 곳도 6곳이다. 신용등급이 C등급 이하일 경우 거래 안정성 저하가 예상되기 때문에 금융권 대출이 사실상 힘들다.

현금흐름등급은 기업의 유동성을 보는 도구로 6개 등급으로 나뉘는데 CF4이하이면 연간 창출한 현금으로 운전 자금 등을 충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내부적인 경영상태 악화와 막대한 부채 부담, 입회금 문제 등은 골프장 업체들의 부도나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대목들이다.

특히 골프장의 상당수가 시공사인 건설업체의 PF 담보를 제공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입회금 폭탄은 건설업과 금융권 등 산업 전체의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측은 “국내 회원제 골프장들이 입회금 반환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일본 골프장들처럼 골프 회원권값이 폭락하면서 줄도산 할 것”으로 우려했다. 또 “입회금 문제가 불거질 경우 거의 모든 회원권 가격이 폭락하고 난 후 자금력이 풍부하고 이용가치가 우수한 지역의 회원권들은 다시금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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