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중동시민혁명과 미국의 역할

입력 2011-02-16 11:00 수정 2011-02-1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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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성 국제부장
최근 중동 사태는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닌 근본적인 정치·문화·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독재자와 기득권이 주도하는 변화가 아니다.

‘풀뿌리 민주주의’에 의한 밑으로부터의 혁명이다.

이집트는 보통 시민들의 봉기로 30년 철권통치를 지속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냈다.

권력을 이양받은 군부의 처신이 주요 변수가 되겠지만 차기 정권을 꾸릴 때 민심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중동의 민주화 시위는 이집트를 거쳐 예맨과 알제리 이란 사우디아라비아로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1991년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최대 정치 이벤트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에서 중국과 함께 G2로 분류되는 ‘오욕’을 겪기도 했지만 중동 사태의 앞날에는 미국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중동과 미국의 관계는 악연이자 필연이었다.

이스라엘 건국에서부터 9.11 테러까지. 중동과 미국의 ‘애증 관계’는 원유를 둘러싸고 미국의 암묵적인 중동 독재 인정이라는 결과로 귀착됐다.

글로벌 금융자본을 거머쥔 유태인 국가인 이스라엘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둘러싼 양측의 암투는 친미와 반미로 양분되면서도 시대에 따라 적과 동지가 바뀌는 혼란으로 이어졌다.

이란과의 관계는 미국과 중동의 악연을 여실히 보여준다. 친미정권이었던 이란 팔레비왕조가 1979년 호메이니의 ‘이란 혁명’으로 막을 내린 것은 미국에게는 위기였다.

미국이 이란·이라크 전쟁을 지원하면서 이란의 반미 열기는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이란 역시 민주화 물결에 출렁이고 있다. 수도 테헤란에서는 수만명의 시민들이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퇴임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미국은 이집트 민주화 시위 내내 입장 정리에 고민했지만 이란 사태에 대해서는 시위대에 대한 지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미국 입장에서 대표적 친미국인 이집트의 정권 교체는 부담이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이란의 민주화 시위는 딱히 손해볼 것이 없다.

미국과 중동의 애증이 폭발한 것은 9.11 테러였다. 빈 라덴으로 상징되는 알카에다는 미국에 역사상 첫 본토 공격이라는 악몽을 안겼다.

이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미국을 옥죄고 있다.

전세계 우방과 미디어를 동원하며 대대적으로 실시했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제2의 베트남전'으로 고착화하고 있다.

빈 라덴의 행적은 오리무중인데다 그렇지 않아도 막대한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에게 아프간전은 또다른 짐이 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 부시 전 행정부의 업보를 물려받은 셈이다.

구소련 붕괴로 상징되는 공산주의 해체에도 절대 왕정과 독재를 이어왔던 중동은 바야흐로 혁명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미국이 그동안의 오만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중동에서도 '팍스아메리카나'의 상실이라는 쓴 맛을 확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의 독립투사이자 제3대 대통령을 지낸 토머스 제퍼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국민의 피를 먹고 자란다”

중동 사태는 미국에게는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됐다.

중동 시민들은 숭고한 피로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이 그 피를 지원하며 중동의 민주주의 조력자로 재탄생할지, 아니면 기득권에 안주하며 실패를 답습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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