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강국]신입사원 재교육 악순환…'실무형 인재' 절실

입력 2011-01-17 11:00 수정 2011-01-17 11:3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대졸 새내기 전공지식·실무능력 기대 이하

#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 3년차 직원인 김 모씨(31). 김 씨는 “신입사원들의 역량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입사 후에는 결국 원점부터 업무를 가르쳐야 합니다. 신입사원 교육을 시키면서 답답할 때도 있지만 신입사원 시절을 생각하면 ‘내 선배들도 이런 마음이었겠구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이 삼성전자, 나아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라는 생각으로 업무지도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 중국 고서 ‘사기(史記)’의 ‘회음후열전(淮陰候列傳)’을 보면 한(漢)나라 명신인 소하(蕭何)가 항우의 곁을 떠난 한신(韓信)을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이야기가 나온다.

소하는 주군인 유방(劉邦)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한나라 국사로써 한신이 최적임자라고 판단해 유방을 설득했고, 한신은 결국 한나라의 대장군이 되어 항우를 물리치고 한나라가 천하통일을 이루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어떤 조직을 막론하고 인사를 잘하는 조직이 결국 흥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기업활동의 무대가 국내를 벗어나 세계 전역으로 확대된 지금도 국내 기업들의 인사정책은 아직 초보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기업경영 행태가 우수인재들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성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기업은 “인재가 없다”라는 말로 반박한다. 실무에 준비되지 않은 신입사원을 뽑다보니 다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재교육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뤄진다는 것.

주요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실무형 인재가 양산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아울러 최고경영진도 ‘인재확보 하라’고 말로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인사담당부서를 중심으로 핵심 인재를 조기에 확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대졸 신입사원 업무역량 ‘기준 미달’=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대졸 신입사원의 업무역량에 대한 기업의견’ 결과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들의 업무역량은 67.3점으로 기대 이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자들이 취업성공을 위해 외국어나 컴퓨터 등 소위 스펙 쌓기를 위한 취업준비에만 열중하다 보니, 가장 필요한 전공지식이나 실무능력에서는 현장의 기대에 못미치는 것.

특히 △창의성·문제해결능력(65.8) △전문지식·기술의 실무적용 능력(64.6) △비즈니스·산업전반 이해도(63.4) 등은 전체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은 신입직원을 선발한 후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인재로 재교육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 교육에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38.9일이었으며, 교육비용도 1인당 평균 217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에는 신입사원 교육기간과 비용이 각각 56.1일과 406만원으로 평균치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인사팀의 한 관계자는 “1인 교육비용을 연봉 단위로 환산하면 4800만원이 넘는다”며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 정도 금액이면 10년 가까이 실무에 적응한 과장급의 연봉수준에 맞먹는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에 대한 투자측면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기업들은 재교육에 투자할 비용을 R&D나 시설 등에 사용해 선순환적 투자구조가 마련될 수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신입사원 재교육을 하고 있지만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재교육 비용은 기업에게 부담일 뿐만 아니라 재교육 비용 증가로 자칫 청년실업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인재양성은 장기적 관점의 투자= 미국의 경영컨설턴트 짐 콜린스(Jim Collins)는 그의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어떤 기업도 핵심인재를 확보하는 능력 이상으로 수익을 빠르게 향상시킬 수는 없다”는 ‘패커드의 법칙’을 강조했다.

글로벌 유통기업 P&G의 리처드 듀프리 전 CEO도 “누군가 우리 기업의 모든 것을 가져간다고 해도 인재들만 남겨둔다면 10년 안에 반드시 재기할 수 있다”며 인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조범상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위기 속에서도 인재관리를 잘하는 기업의 구성원들은 그렇지 못한 기업에 비해 이직 의도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재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기업은 현재의 위기보다 나중에 찾아올 기회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 조 연구원의 주장이다.

국내 기업들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했으며,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외환위기 때 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이들을 정리해고했다.

특히 두 차례의 금융위기는 대부분의 기업들로 하여금 긴축경영을 유도함으로써 결국에는 채용규모를 줄여 청년실업률이 대폭 상승하는 역효과도 만들어냈다.

조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0%가 ‘기업이 핵심인재 유지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인재확보를 위한 인사담당부서의 사고와 행동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영층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수동적 기관이 아니라 인재 확보를 위한 선제적 대응과 경영진에게 인사관리에 대한 조언을 할 수 있는 기관으로 성격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

최근 재계의 가장 큰 화두는 ‘창의성’이다. 기업들도 창의적인 인재를 원하고 있고 조직문화도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조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조 연구원은 “아직까지 국내 기업문화는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는 인재를 원하는 경향이 짙은 편”이라며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생존하고 시장을 이끌어가려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확보를 통해 기업체질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충전 불편한 전기차…그래도 10명 중 7명 "재구매한다" [데이터클립]
  • [종합] 나스닥, 엔비디아 질주에 사상 첫 1만7000선 돌파…다우 0.55%↓
  • "'최강야구'도 이걸로 봐요"…숏폼의 인기, 영원할까? [이슈크래커]
  • 저축은행 20곳 중 11곳 1년 새 자산ㆍ부채 만기 불일치↑…“유동성 대응력 강화해야”
  • '대남전단 식별' 재난문자 발송…한밤중 대피 문의 속출
  • ‘사람약’ 히트 브랜드 반려동물약으로…‘댕루사·댕사돌’ 눈길
  • '기후동행카드' 150만장 팔렸는데..."가격 산정 근거 마련하라"
  • 신식 선수핑 기지?…공개된 푸바오 방사장 '충격'
  • 오늘의 상승종목

  • 05.29 09:56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825,000
    • -0.98%
    • 이더리움
    • 5,327,000
    • -0.52%
    • 비트코인 캐시
    • 651,500
    • -3.27%
    • 리플
    • 730
    • -0.95%
    • 솔라나
    • 233,400
    • -0.64%
    • 에이다
    • 635
    • -1.7%
    • 이오스
    • 1,123
    • -2.85%
    • 트론
    • 155
    • +0%
    • 스텔라루멘
    • 150
    • -1.96%
    • 비트코인에스브이
    • 87,050
    • -0.8%
    • 체인링크
    • 25,550
    • -0.66%
    • 샌드박스
    • 621
    • -1.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