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역사 담긴 '헤리티지 센터' 찾아가보니

입력 2011-01-1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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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1000㎡ 규모에 희귀 차량 200여대 전시

1월의 아침. 자동차 산업의 요람 ‘모터시티(Motor City)’의 공기는 디트로이트강의 살얼음만큼이나 차가웠다. 태양이 아직 낮은 빌딩들 사이에 걸려있지만 입김을 불며 호텔을 나섰다. GM 자동차 개발의 산실이자 역사인 GM 헤리티지 센터(The GM Heritage Center)를 견학하기 위해서다.

디트로이트 중심가를 빠져나와 차로 40분 남짓. 나즈막한 높이의 헤리티지 센터 건물이 방문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시간주 스털링 하이츠 (Sterling Heights)에 위치한 GM 헤리티지 센터는 8만1000㎡ 규모의 전시관으로 GM의 역사를 한눈에 관람할 수 있다.

문을 열고 로비에 들어서자 주홍빛 1963년식 시보레 콜벳 스팅레이 모델이 매혹적인 자태를 뽐낸다. 최대출력 360마력의 직분사 엔진을 장착하고 최초로 독립식 서스펜션을 채용한 이 차량은 시보레 콜벳 수집가들 사이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모델로 꼽힌다.

헤리티지 센터의 전시관은 거대한 차고와도 같은 모습이다. 탁 터진 개방형 공간에 차량들이 전시돼 있었다. 얼핏 보면 그냥 창고가 아니냐는 인상도 받을 수 있지만 자동차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동화 속의 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컬렉션이다.

1909년형 오클랜드 모델 40부터 시보레 볼트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GM 역사 자체다. 헤리티지 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차량은 약 600여대(트럭 포함)지만 전시장에는 보통 200여대를 전시하고 있다.

이들 헤리티지 센터의 컬렉션은 전기식 자동시동기가 최초로 적용된 1912년식 캐딜락, 양산형 V8엔진이 처음 적용된 1915년식 캐딜락, 그리고 최초의 에어백이 적용된 1974년식 뷰익, 캐딜락, 올즈모빌 등 GM이 자동차 산업최초로 개발해 차량에 적용한 다양한 기술들을 자랑한다.

헤리티지 센터 관계자는 “나머지 차량들은 근처의 별도 창고에서 보관한다”며 “일정한 주기는 없지만 기념할 이벤트나 필요에 따라 전시 차량을 교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시보레 브랜드 100주년을 맞아 시보레 브랜드를 중심으로 전시돼 있었다. 1914년 생산된 첫 시보레인 ‘로열메일(Royal Mail)’에서부터 콜벳 콘셉트카에 이르기까지 시보레 브랜드의 차량만 둘러보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이날 함께 전시장을 찾은 앤드류 스미스 GM 해외부문 디자인센터 전무는 “이곳에 전시된 콜벳 콘셉트카 중에는 지금 쓰고 있는 작업실에 사진으로 걸어놓은 것도 있다”며 “동경하던 차를 실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시된 시보레 차량들을 둘러보며 시보레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스미스 전무는 “시보레의 차들은 공학적으로 안정적인 차의 자세에 충실하지만 동시에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소수의 차에 적용되던 고급 옵션들을 양산차에 적용하는 것들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헤리티지 센터에서 가장 값비싼 차량은 무엇일까 헤리티지 센터 관계자는 가장 귀중한 전시 차량 중 하나로 1938년 제작된 뷰익 Y형(Y-Job) 콘셉트카를 꼽았다. GM의 전설적인 디자이너인 할리 얼이 신차 개발을 위해 연구 목적으로 제작한 이 차량은 세계 최초의 콘셉트카이기도 하다.

할리 얼이 매일 직접 40~50마일씩 운전했다는 이 ‘달리는 연구실’의 가격이 궁금해졌다. 센터 관계자의 답변은 단 한 마디였다. “프라이스리스(Priceless).” 값을 매길 수 없다는 말이다.

지난 2009년 파산 보호 신청 등 나락까지 떨어졌던 GM이 2010년 글로벌 판매 1위를 탈환하는 저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그 해답은 자동차의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에 있지 않았을까.

헤리티지 센터 입구에 걸린 글귀가 새롭게 다가왔다. 발명가이자 영국 R&D센터 초대 수장이었던 찰스 F. 케터링의 말이다.

“My Interest is in The Future. I am going to spend the rest of my life there.”(나의 관심은 오로지 미래에 있습니다. 남겨진 나의 인생 전부는 그 미래를 위해 존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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