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카몬 사장의 언론 접근법

입력 2010-04-30 15:59 수정 2010-04-30 16:0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지난 29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는 2010부산국제모터쇼의 개막을 앞두고 프레스 데이가 열렸다.

이날 '뉴스메이커'는 단연 GM대우자동차였다. 이날 오전 9시께 열렸던 GM대우 프리젠테이션에서 마이크 아카몬 사장은 노란색의 멋진 시보레 카마로를 타고 등장해 "제가 여러분들에게 5월 중순 이전에 시보레 브랜드 국내 도입에 대한 공식 발표를 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으며 오늘이 바로 그 날"이라며 "시보레 브랜드를 내년 한국에서 판매할 것이며 그 첫 차종은 카마로가 될 것"이라고 자신에 찬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 그는 "시보레 브랜드 국내 도입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 한국 소비자 60% 이상이 시보레 브랜드가 친숙하다고 답했으며, 80% 이상은 시보레 로고를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시보레 브랜드 도입으로 GM대우는 판매를 증가시키고 내수점유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카몬 사장의 '사고'는 오후 1시 기자회견장에서 벌어졌다. GM대우는 이미 내년 시보레 브랜드 국내 도입을 밝힌 상태라 기자들은 시보레 브랜드 사용료(로열티)에 대해 가장 먼저 질문했다.

아카몬 사장은 그 질문에 단호하게 "내년부터 시보레 브랜드를 한국에서 공식 도입할 것이며, 로열티를 GM에 지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면 차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지 않겠느냐, 차 가격의 몇 퍼센트를 로열티로 지불하느냐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아카몬 사장은 "차 가격의 몇 퍼센트가 로열티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으며 또한 현재 모든 GM 브랜드에 대해서는 가격 책정 전략이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차를 살 때 로열티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카몬 사장의 이 발언이 있은 이후, GM대우 홍보실은 부랴부랴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왜냐하면 당초 그들은 GM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

GM대우 홍보실은 그 뒤에 제도가 바뀌었나 싶어 관련 부서에 알아보고, 기자회견이 끝난 이 후 바로 아카몬 사장에게도 물어봤다.

결론은 아카몬 사장의 '실수'였던 것이다. 곧바로 GM대우 홍보실은 "GM 글로벌 내에서 GM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주고받는 로열티는 없다"는 내용의 긴급 메일을 기자들에게 발송했다. 하지만 이 메일을 보낸 시간은 이미 오후 늦은 시간이었고 인터넷에는 관련 기사들이 쏟아진 이후였다.

아카몬 사장은 기자회견 내내 기자들에게 정확한 '팩트' 보도를 원했고 또 정확한 얘기만을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있었다. 심지어 아카몬 사장은 기자들의 추측성 질문에는 아예 대답을 하지 않는 직설적인 태도도 보였다.

하지만 결국 아카몬 사장 스스로가 자기 꾀에 걸려 넘어진 꼴이 된 셈이다.

한 회사의 CEO의 발언은 어쩌면 보도자료보다 더 공신력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기자들은 CEO의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리고 쫓아다니는 것이다. 그런데 아카몬 사장의 이번 실수는 기자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겨줬다.

거기다 GM이 GM대우 대신 시보레 브랜드를 도입하려는 배경중에 하나가 로열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을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었다.

지금도 GM대우 고객중 상당수가 GM대우 엠블럼을 없애고, 시보레 엠블럼을 붙이는 '비공식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 따라서 GM대우가 시보레 브랜드를 공식 도입하면 당연히 시보레 브랜드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GM이 로열티를 가져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 아카몬 사장의 실수는 여러모로 GM대우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GM대우가 언론에 정확하고 명확한 팩트에 근거한 기사를 원하기 이전에, 명확하고 정확한 팩트를 제공해 주는 태도, 또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과 표현의 문제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민희진 "음반 밀어내기 권유 사실…하이브에 화해 제안했다"
  • "제발 재입고 좀 해주세요"…이 갈고 컴백한 에스파, '머글'까지 홀린 비결 [솔드아웃]
  • 부산 마트 부탄가스 연쇄 폭발…불기둥·검은 연기 치솟은 현장 모습
  • "'딸깍' 한 번에 노래가 만들어진다"…AI 이용하면 나도 스타 싱어송라이터? [Z탐사대]
  • BBQ, 치킨 가격 인상 또 5일 늦춰…정부 요청에 순응
  • 트럼프 형사재판 배심원단, 34개 혐의 유죄 평결...美 전직 최초
  • “이게 제대로 된 정부냐, 군부독재 방불케 해”…의협 촛불집회 열어 [가보니]
  • 비트코인, '마운트곡스發' 카운트다운 압력 이겨내며 일시 반등…매크로 국면 돌입 [Bit코인]
  • 오늘의 상승종목

  • 05.3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521,000
    • -0.37%
    • 이더리움
    • 5,286,000
    • +1.5%
    • 비트코인 캐시
    • 639,500
    • -1.46%
    • 리플
    • 726
    • +0.28%
    • 솔라나
    • 232,700
    • +0.47%
    • 에이다
    • 628
    • +0.64%
    • 이오스
    • 1,143
    • +1.33%
    • 트론
    • 157
    • +0.64%
    • 스텔라루멘
    • 149
    • +0.68%
    • 비트코인에스브이
    • 86,300
    • +0.12%
    • 체인링크
    • 25,830
    • +4.2%
    • 샌드박스
    • 606
    • -1.1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