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박 모씨(37살)는 현재 살고 있는 50평대 아파트를 팔고 서울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문제는 집을 매물로 내 놓은 지 1여년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집이 안 팔리고 있다는 것. 그는 “중개업소에 집을 내놨지만 집을 보러오는 사람은 거의 2달에 1번 꼴”이라며 “요즘은 이마저도 뚝 끊겼다”며 답답해했다.
이어 그는 “중개업소에서는 빨리 팔고 싶으면 매매값을 1억원 정도 낮춰보라고 권유하지만
아무리 매수자가 안 나타나도 그렇지 그건 너무 한 게 아니냐“고 토로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관련 인터넷 게시판에는 “00지역은 집값이 왜 자꾸 떨어지고 있나요?”라며 서로 비슷한 질문이 수시로 올라오는 등 수도권 ‘집 주인’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중개업계는 “전반적으로 매매값은 계속 떨어지지만 매매거래 자체는 거의 없다”며 “매매값 하락세가 계속되다 보니 매수자들은 더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관망세를 견지한다”고 전한다.
지난해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매매값이 폭등하자 정부는 9월 DTI(총부채상환비율)규제라는 카드를 꺼내들어 대출규제를 조치하자 수도권 주택은 된서리를 맞았다. 또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데다 최근엔 주변시세 보다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이 잇따라 공급되면서 소비자들이 매수타이밍을 늦추고 있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대출규제 강화 이후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매매값 하락폭이 큰 단지들을 비교해 봤다.
□분당 신도시
1기 신도시인 경기도 분당신도시는 일산 신도시와 더불어 입주 20년 이상 된 노후화 된 아파트가 많은 게 특징이다. 분당은 강남 못지않은 고가의 주상복합아파트 등 중대형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대형의 인기가 시들해진 요즘 같은 시기에 중대형 단지들은 평균 매매값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김주철 닥터아파트 팀장은 “최근 들어 중소형 인기가 높아진 요즘, 고급 중대형 아파트와 주상복합이 많은 분당 신도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매값 하락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조사에 따르면 분당 정자동에 위치한 주상복합인 파크뷰 78평형(공급면적 258㎡)은 지난해10월 매매값이 27억원이었으나 4월 현재는 1억5000만원 내린 25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이 단지는 2004년 6월에 준공된 단지로 가구수는 1829가구인 대단지 규모다.
1993년 5월에 준공한 수내동 푸른쌍용 아파트 52평형(공급면적 172㎡)은 같은 기간 1억원 떨어진 8억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일산 신도시
분당과 더불어 노후화 된 중대형 평형이 많은 일산 신도시도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더욱이 일산 인근 지역인 고양 덕이 석사 원당지구에서 신규 입주물량이 쏟아지고 있어 타격은 더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994년에 준공한 아파트들은 최고 1억원 까지 하락했다. 일산 마두동 백마청구 아파트 49평(공급면적 162㎡)은 지난해 10월 이후 4월 현재 1억원 떨어진 약 7억원, 주엽동 문촌삼익 아파트 68평(공급면적 224㎡)도 1억원 내려 약 10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마두동 백마한성 49평형(공급면적 162㎡)과 장항동 호수삼환 47평(공급면적 155㎡)은 7500만원 하락해 각각 7억원, 약 67000만원으로 이처럼 큰 폭으로 하락한 단지들 모두 지은 지 20년 가까이 된 중대형 아파트라는 게 특징이다.
□강남3구
인기지역인 강남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도 예외는 아니다. 수도권 다른 지역에 비해 투기수요가 몰려 있는 강남권 지역은 하락폭도 높은 편이다.
지난해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급등, 전 고점가격을 거의 회복하다가 올 들어 매매값은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인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뒤늦게 ‘안전진단 통과’라는 호재가 있으나 예상과는 달리 매매값을 자극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지금 팔겠다는 매물이 속속 등장할 뿐이었다. 부동산 업계는 재건축 단지는 지난해 단기간에 급등한데다 이미 호재가 반영돼 현재 가격조정이 이뤄지는 시기라고 해석한다.
강남구 개포동 A공인 대표는 “이달 들어서는 급매물을 찾는 사람도 없어 매물이 계속해서 적체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송파구 잠실동 J공인 대표는 “주공5단지의 경우 면적별로 올 초 대비 최고 1억5000만 원 이상 가격이 빠졌지만 거래되는 것은 단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 삼성파크 40평형은 지난해 10월 6억8000만원 하다가 4월 현재 6억500만원에, 서초동 우성5차 25평은 같은기간 6억원에서 현재는 5억3500만원에 시세를 이뤘다.
강남구 개포동 대림아크로빌(공급면적 202㎡)은 15억에서 13억5000만원으로 1억5000만원 하락했으며 송파구 가락스타클래스(152㎡)는 8억3000만원에서 8000만원 내린 7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노원구
주로 중소형 평형이 밀집돼 강남권에 비해 실수요자가 많은 노원구도 가격이 내림세를 보였다. 노원구 공릉동 건영 24평은 2억5500만원에서 4000만원 내린 2억1500만원, 중계동 중계주공 2단지 18평은 1억9500만원에서 2000만원 하락한 1억7500만원에 시세를 이뤘다.
같은 기간 상계동 벽산아파트 33평은 4500만원 내려 3억7000만원이다.
공릉동 B공인 관계자는 “매매물건을 찾는 사람은 별로 없고 중소형 위주로 전세수요가 많아 전셋값만 조금씩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매매거래 자체가 매우 드물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 집값 회복 가능할까>
보통 이맘때면 주택시장은 이사수요로 매매거래가 활발해진다. 하지만 올 봄은 부동산 시장은 매매값 하락세 지속되는 등 침체 일로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대세하락' 논란과 '버블붕괴론'까지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우선 "지금의 하락세가 대세 하락으로 확대되기는 어렵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규제완화 정책 등 큰 변수가 없는 이상 지금과 같은 약보합세가 올 하반기 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의 부동산 침체현상은 그간 매매값이 단기간에 급등한 나머지 '쉬어가는'시기라고 보는 의견도 많다. 지난해 3월부터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단기간에 급등한 나머지 가격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단기급등에 따른 피로감으로 추가상승 여력에 제한이 따르는 시기"라고 진단한 뒤 "금리상승 우려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도 있어 수요자들이 매수에 선뜻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연말까지는 지금과 같은 약보합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시장에 유동자금은 넘쳐나고 있는데 그 자금이 언제 부동산 시장으로 넘어오느냐가 관건이라는 견해도 있다. 수요자들은 금리상승과 매매값 하락세 확산, 경기회복 불확실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 시장을 관망하고만 있다는 것이다. 각종 금융대출 규제 및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각종 규제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늘 상존해 있기 때문에 적정 시기만 되면 대기수요들은 곧 시장으로 들어올 것이란 분석이다.
이춘우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장은 "시장에 돈이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상태"라며 "주택시장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수세력은 있지만 좋은 매물은 저렴하게 안 나오기 때문에 매입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매수심리 회복은 금융규제 완화나 규제완화 정책 여부에 달려있다고 전망했다. 이팀장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까지 약보합세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면서 "항상 대기세력이 존재하고 있는 만큼 약보합에서 상승세로 돌아서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매수와 관련해서 박원갑 스피드뱅크 수석부사장은 "만약 매수를 하려고 한다면 좀 더 기다리는 것이 좋을 듯 하다"며 "굳이 사려면 강남은 고점대비 20%, 비 강남은 30%정도 싼 매물을 중심으로 선별 관심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어 "하지만 이런 매물이 현재 시장에 많지 않기 때문에 좀 더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