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오너들, 경영 능력 발휘할까?

입력 2010-03-31 13:46 수정 2010-03-3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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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생존 시장서 리더십 필요"…"윤리적 문제" 비판 목소리도

최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오너들이 속속 경영현장으로 귀환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경영실패나 위법적 행동 등에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오너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잇달아 경영일선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오너들을 맞이한 기업들은 현재 사업 환경을 중대한 위기로 인식하고 있거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따라서 국내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 국면에 접어 들었지만 세계시장 경제 질서는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오너의 리더십을 통해 각종 난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기업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좌로부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박병엽 팬택 부회장,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31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해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박병엽 팬택 부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등이 대표이사로 선임되거나 지분 확보를 통해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박찬구 회장은 지난 15일 대표이사로 선임된데 이어 30일 주주총회가 끝난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이서형 전 금호산업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로 선임, 경영복귀를 위한 형식적 절차를 모두 마쳤다.

특히 박 회장은 이날 이사회 의장으로 첫 회의를 주재해 작년 7월 형인 박삼구 명예회장과의 갈등 끝에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난지 8개월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경영활동 신호탄을 쏘았다.

박 회장의 복귀 배경은 유동성 위기로 계열사 2곳의 워크아웃을 결정하는 등 그룹에 닥쳤던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회사를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으려면 오너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속에 박 회장이 일선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오너의 귀환'을 대표하는 사례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복귀디.

작년 말 특별사면 이후 당분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에 전념하리라던 세간의 예상을 깨고 지난 24일 전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2008년 4월22일 퇴진을 발표한 지 23개월만이다.

삼성은 도요타 사태 등을 지켜보면서 커진 '위기의식'이 이 회장이 조기에 복귀한 원인이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삼성은 이 회장의 복귀와 함께 '회장실'을 설치하고 사장단 협의회 산하의 업무지원실과 법무,커뮤니케이션팀을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렇게 되면 업무지원실에 과거 전략기획실의 인사, 경영진단(감사) 기능이 부여되고 커뮤니케이션팀은 브랜드관리실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이학수 고문과 김인주 상담역 등 전략기획실을 상징했던 인사들이 언제 복귀할지 등이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최근 대표이사로 복귀한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전직 오너 출신 전문 경영인'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띤다.

고(故)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김 회장은 1998년 쌍용건설 대표이사 회장이 된 직후 외환위기로 그룹이 해체되는 위기를 겪었다.

김 회장은 당시 감자 등으로 보유지분 대부분을 잃었지만 1999년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갈 당시 전문경영인 자격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이후 8년 연속 대표이사 회장을 맡아 회사를 정상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쌍용건설 매각 작업에 자신의 존재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대표이사에서 스스로 물어났다.

이후 해외 관련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그의 역량을 평가해 경영진과 주주들이 4년 만에 대표이사 직함을 다시 달아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기업개선작업이 진행 중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는 이례적으로 전체 발행주식의 10%에 대한 스톡옵션을 부여 받았다.

팬택의 영업력과 생존력을 극대화하면서도 CEO인 박 부회장에게 책임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게 한 채권단의 선택이다.

박 부회장은 1991년 팬택을 설립한 창업자로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중요한 순간마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한때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렸다.

하지만 팬택이 지난 2006년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못하고 기업개선작업에 돌입하자 박 부회장은 본인의 주식, 건물, 재산 등을 모두 내놨다.

채권단은 박 부회장의 각오와 능력을 인정해 2007년 CEO로 재선임했으며, 박 부회장은 이후 3년간 휴일이나 주말 없이 경영에 매진했다.

아울러 경영에 복귀한 사례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최근 오너 일가가 두드러진 경영 행보를 보이는 경우가 자주 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됐다.지난해 말 신세계 총괄대표로 선임되면서 공식적으로 경영권을 손에 쥔 정 부회장은 회사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이사회 일원으로도 이름을 올린 것이다.

매일유업도 오너들이 경영 전면에 부상했다. 이 회사는 최근 김정완 부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 발령하고 김정석 ㈜복원 대표를 부회장으로 새로 영입했다.

김정완 회장은 창업주 고(故) 김복용 회장의 3남1녀중 장남이고 김정석 부회장은 차남이다.3남인 김정민씨도 2008년부터 매일유업 계열사인 유·아동용품 전문기업 제로투세븐의 공동대표이사를 맡고 있어다.

재계 관계자는 "적자생존의 논리가 더욱 부각되는 세계시장 질서 속에서 각 기업은 오너들의 경험과 돌파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강력한 리서십이 있어야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오너들의 귀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불미스런 일로 물러났던 오너들이 다시 경영일선으로 돌아오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측은 "오너 복귀의 정당성으로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지만 과거의 부작용이 또 다시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면서 "폐쇄적이고 왜곡된 기업문화로 인해 위기 극복이 아니라 스스로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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