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극에서 1인극으로⋯'집에 사는 몬스터', 홀로 채운 120분의 무대 [종합]

입력 2026-11-0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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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기자 @chx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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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단 한 명이 120분간 무대를 이끈다. 여러 인물의 목소리부터 상황을 설명하는 각종 소리까지, 한 사람의 몸짓과 소품만으로 완성되는 이야기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8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선보인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는 기존 4인극을 1인극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배우 한 명이 여러 등장인물을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독특한 형식으로 가족의 의미와 성장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스코틀랜드 극작가 데이비드 그레이그의 희곡 ‘더 몬스터 인 더 홀(The Monster in the Hall)‘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어머니를 잃고 다발성 경화증을 앓는 아버지와 살아가는 소녀 ‘덕’의 성장기를 그린다. 2019년 제40회 서울연극제에서 대상과 무대디자인상, 연기상 등 4관왕에 오른 작품으로, 올해 다섯 번째 시즌을 맞았다.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 포스터. (사진제공=라마플레이)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 포스터. (사진제공=라마플레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열다섯 살 소녀 덕이 있다. 세 살 때 어머니를 잃은 덕은 희귀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 ‘휴’를 돌보며 살아간다. 또래 친구들과 평범한 일상을 보내야 할 나이지만, 덕에게는 아버지와 함께하는 작은 집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던 어느 날 사회복지사의 가정 방문 소식이 전해지면서 평온했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버지와 떨어져 보호시설로 보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덕은 자신들이 아무 문제 없는 평범한 가족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연습에 나선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방문객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상황은 점점 꼬여간다. 덕이 필사적으로 감추려 했던 현실은 결국 수면 위로 드러나고, 소녀는 자신이 지키려 했던 삶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 포스터. (사진제공=라마플레이)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 포스터. (사진제공=라마플레이)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단연 1인극이라는 형식이다. 기존에는 네 명의 배우가 나눠 맡았던 이야기를 이번 시즌에서는 단 한 명이 책임진다. 배우 김세환과 김예은이 번갈아 무대에 올라 같은 이야기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다.

한 명의 배우가 전체 서사를 이끌어야 하는 만큼 무대 위에서는 연기뿐 아니라 소리와 소품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배우는 인물의 목소리와 말투, 몸짓을 바꿔가며 여러 등장인물을 표현하고, 각종 음향 효과와 소품을 활용해 인물 사이의 관계와 상황을 구체화한다.

특히 소리의 활용은 배우 한 명이 만들어내는 무대의 한계를 보완하는 핵심 장치다. 인물의 등장이나 공간의 변화, 예기치 못한 사건을 알리는 다양한 사운드가 극의 흐름에 개입하며 장면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눈앞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인물과 상황을 관객이 머릿속으로 그리게 만드는 방식이다.

소품 역시 단순히 배경을 채우는 도구에 머무르지 않는다. 배우의 움직임과 결합해 상황을 설명하고, 인물의 감정과 행동을 전달하는 또 하나의 표현 수단으로 기능한다. 여러 배우가 함께 만들어내던 장면을 한 사람이 재현해야 하는 만큼 작은 소품 하나에도 역할이 부여된다.

▲배우 김세환(왼쪽), 김예은. (사진제공=라마플레이)
▲배우 김세환(왼쪽), 김예은. (사진제공=라마플레이)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덕에게 집은 단순한 생활 공간이 아니다. 어머니를 잃은 뒤 아버지와 함께 지켜온 유일한 세계이자, 자신이 선택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사회복지사의 방문을 앞두고 평범한 가족처럼 보이기 위해 애쓰는 덕의 모습은 ‘정상적인 가족’이란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누군가의 기준에서는 돌봄이 필요한 불안정한 가정일지라도, 덕에게는 아버지와 함께하는 지금의 일상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동시에 작품은 어린 나이에 보호자의 역할까지 떠안아야 했던 소녀의 현실을 보여준다. 가족을 지키겠다는 의지와 자신 역시 보호받아야 하는 아이라는 사실 사이에서 덕은 끊임없이 갈등한다.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일찍 어른이 돼야 했던 아이의 모습은 가족과 돌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제목에 등장하는 ‘몬스터’도 단순한 괴물의 존재를 넘어 다양한 의미로 읽힌다. 덕이 마주한 아버지의 질병과 불안한 현실, 가족이 해체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소녀에게 거대한 괴물처럼 다가온다. 작품은 이러한 두려움과 맞서는 과정을 통해 성장의 의미를 풀어낸다.

한편 ‘집에 사는 몬스터’는 14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러닝타임은 당초 안내된 95분에서 120분으로 변경됐으며, 14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 포스터. (사진제공=라마플레이)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 포스터. (사진제공=라마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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