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투자·데이터 생태계·제도 혁신 방점
포괄적 네거티브·사전 규제설계제·전주기 혁신 제안

바이오 산업이 반도체 이후 국가 경제를 견인할 성장동력으로 꼽혔다. 국내 바이오 산업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AI기반 연구에 유리한 데이터 인프라와 규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5일 국민경제자문회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는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대한민국 넥스트 엔진: 바이오 대혁신, 국가미래성장을 잇다’ 공동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 모인 민·관·학계 전문가들은 R&D, 투자·산업화, 규제 개선까지 정책 전반의 긴밀한 연계를 강조했다.
포럼에는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이경수 부의장, 원희목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부위원장,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등 산·학·연 인사들이 자리했다. 묵현상 뉴패스바이오 대표, 이현숙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양성일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규제특별위원회 위원장이 각각 △바이오‧제약,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확대 △AI데이터 기반 바이오 혁신전략 △바이오규제, 혁신을 가속하는 제도로의 전환 등을 주제로 발표하고 종합 토론을 진행했다.
묵현상 대표는 바이오·제약 산업이 반도체·자동차 산업보다 더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R&D 지원 방식을 기존 보조금에서 투자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유효물질 발굴은 대학 및 바이오텍에 폭넓게 R&D를 지원하고, 임상 2~3상은 빅파마와 중소벤처의 공동 프로젝트 중심으로 투자하는 등 오픈이노베이션을 활성화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래대응기금, 국민성장펀드 등을 활용해 투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정부 R&D 전체 규모는 확대되고 있지만, 바이오 분야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아졌다는 것이 묵현상 대표의 지적이다. 그는 “미국 패밀리오피스 운용방식에 착안해 투자 수익률에 따른 인센티브를 배제하고 장기적으로 정책 목표를 추진할 수 있도록 바이오혁신위원회 산하 투자심의위원회를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현숙 교수는 AI·데이터를 기반으로 바이오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예산확대와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AI가 활용할 수 있는 고품질 연구데이터 가공·축적과 데이터 보안을 지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한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와 데이터심의위원회(DRB) 통합 심의로 절차를 간소화하고, 연구 현장의 데이터 활용을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처별‧기관별로 분산된 데이터를 연계해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기초연구부터 사업화까지 연결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연구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GPU 등 AI연구에 필요한 인프라 지원을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현숙 교수는 “데이터는 존재하지만 쓸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는 것이 현재 국내 문제점”이라며 “AI가 바로 학습하고 판단할 수 있는 고품질 ‘AI-Ready’ 바이오·의료 데이터를 누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양성일 위원장은 규제체계를 전환해야 바이오 신기술의 시장 진입을 앞당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령으로 금지된 행위 외에 원칙적으로 모두 허용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연구 초기부터 허가‧평가 절차를 함께 설계하는 ‘사전 규제설계제’, 의료기기 선진입 절차 정비 등도 과제로 꼽혔다.
현행 법령에서 즉시 개선할 수 있는 사항부터 정비하고, 중장기 목표를 위한 단계별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양성일 위원장의 견해다. 이를 위해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중심으로 관계부처간 협력과 정책 조정을 강화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창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책임, 일정, 기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담당자가 바뀌어도 각 부처들의 원칙과 답변은 바뀌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종합토론에서는 산업 성장을 위한 구체적 실행방안을 논의했다. 바이오 분야의 긴 개발기간과 높은 투자위험을 고려해 장기간·대규모 정책금융을 확대하고, 부처별로 분산된 지원사업과 데이터를 연계해 활용하는 것이 과제로 꼽혔다.
좌장을 맡은 권덕철 상지대학교 석좌교수는 “바이오산업이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오늘 이 자리에서 제안된 내용들에 대해서는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가 관계부처와 협력해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포럼 논의 결과를 향후 대통령 자문에 반영할 예정이다.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는 이번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제2차 전체회의 안건에 반영하고 관계부처와 협력해 정책과제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