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자리 기반은 여전히 부족
일산 재건축 지연에 주민 우려 커져
"기업 유치 등 자족기능 확충 시급"

경기 고양시 대곡·창릉 등에서 대규모 주택 공급이 잇따르면서 지역 내 자족기능 확충과 기존 일산신도시의 경쟁력 확보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주택 공급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산업·일자리 기반은 여전히 취약한 데다 일산신도시 재건축까지 지연되면서 신도심과 노후도심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8·13 주택 신속 공급방안의 후속 조치로 고양대곡지식융합확장지구 42만㎡에 주택 4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9월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기존 고양대곡지식융합지구 9400가구와 합하면 대곡역 일대에 총 1만3400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이 추진되는 셈이다.
대곡역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와 지하철 3호선, 경의중앙선, 서해선, 교외선 등 5개 철도노선이 교차하는 교통 요충지다. 정부는 기존 개발구역이 역 북측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 남측까지 개발 범위를 넓히고 통합역세권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인근 창릉신도시에서도 3만8334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이 추진되고 있다. 이 밖에 고양 장항지구 1만1857가구, 탄현지구 2570가구 등 고양시 곳곳에서 공공택지 개발이 진행됐거나 추진 중이다.
문제는 주택 공급에 비해 지역 내 산업·일자리 기반 확충이 더디다는 점이다. 고양시는 약 30년간 17개 주택지구가 조성되며 인구가 증가했지만 각종 규제로 산업시설 확보에 제약을 받아왔다. 경기도에 따르면 2023년 고양시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2519만원으로 도내 31개 시군 중 27위에 그쳤다. 경기도 평균(4316만원)의 58% 수준이다. 공업지역도 시 전체 면적의 0.09%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일산신도시의 정비사업도 상대적으로 더딘 상황이다. 때문에 신규 공급이 기존 일산의 재건축 사업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산은 선도지구를 중심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낮은 집값에 비해 공사비 부담이 커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다.
일산 주민 A씨는 "분당은 재건축으로 들떠 있는데 일산만 매번 공급 폭탄을 맞는 것 같다"며 "공급을 늘려야 한다면 일자리나 교통시설도 함께 확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고양시 역시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선(先) 산업, 후(後) 주택'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시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인접 지역의 대규모 주택 공급으로 어렵게 추진해 온 1기 신도시 정비의 취지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자족용지를 계획 단계부터 확정하고 공업지역 물량 배정과 수도권 공업지역 총량 규제 개선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일산은 지금까지 서울의 베드타운이었는데 앞으로는 대곡의 베드타운이 될 수도 있다"며 "일산이 자체적으로 경제활동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