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약속 아닌 확정"…대곡 4000호 확장에 '선 산업·후 주택'

입력 2026-10-2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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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족용지 선확정·공업지역 배정·환승센터 명시…정부에 5대 요구

고양특례시가 정부의 대곡지구 주택 4000호 추가공급 계획에 '선(先)산업, 후(後) 주택' 원칙을 내걸고 5대 요구를 제시했다.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정부 정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30년간 주택공급을 떠맡아온 도시가 다시 '잠만 자는 도시'로 남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택지개발 때마다 약속됐다가 줄거나 바뀌어 온 자족용지를 이번에는 계획단계부터 확정하라는 요구다.

▲민경선 고양시장이 21일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고양시 주요 현안 5건에 대한 정책 건의서를 전달하고 있다. (민경선 고양시장 페이스북)
▲민경선 고양시장이 21일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고양시 주요 현안 5건에 대한 정책 건의서를 전달하고 있다. (민경선 고양시장 페이스북)

29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는 이날 수도권 6곳에 7만6700호를 공급하는 신규 공공택지 계획을 발표했다. 9월 지정한 고양대곡지식융합지구(약 199만㎡·9400호)에 대곡역 남측 약 42만㎡를 더해 4000호를 추가 공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확장이 반영되면 지구는 약 241만㎡, 1만3400호로 커진다. 기존 지구가 역 북측에 치우쳐 역세권 개발에 한계가 있었던 만큼, 남측을 편입해 남북으로 나뉜 역세권을 잇고 환승체계를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2030년 안에 착공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고양시는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주택공급의 역할을 수십년간 감당해온 고양시가 더 이상 '잠만 자는 도시'로 남을 수는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곡은 주거와 일자리를 함께 갖춘 '자족형'으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시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시가 내민 근거는 지난 30년의 성적표다. 시에 따르면 그동안 중앙정부 주도로 17개 주택지구가 들어섰고, 시민 10명 중 7명이 이곳을 통해 고양에 정착했다. 그러나 과밀억제권역과 개발제한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중첩 규제에 묶여 산업 기반은 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했다. 시민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고, 사회복지 예산은 전체 예산의 54.5%에 이른다.

자족용지를 둘러싼 불신도 쌓여 있다. 시는 대규모 택지개발 발표 때마다 자족용지가 약속됐지만, 사업이 시작되면 공사비 상승과 여건 변화, 재정 한계를 이유로 줄거나 다른 용도로 바뀌는 일이 되풀이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만큼은 약속이 아니라 확정을 요구합니다"라고 못박았다.

고양시가 정부에 내민 5대 요구는 △계획 단계부터 자족용지 확보와 시와의 협의 보장 △공업지역 물량 즉시 배정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 개정 △대곡역 복합환승센터 구체 계획의 광역교통개선대책 명시 △인근 취락지구 편입과 정비다.

첫 번째 요구에는 시의 문제의식이 압축돼 있다. 시는 "자족용지는 설계도가 아니라 시민의 출근길로 증명돼야 합니다"라며 첨단산업·지식산업·업무시설 용지를 주택보다 먼저 확정하고 사업 과정에서 단 한 평도 줄이거나 용도를 바꾸지 말 것을 요구했다. 주요 계획을 세우거나 바꿀 때 시와 사전 협의하도록 명문화하라는 주문도 담았다.

공업지역과 법령 요구는 산업 기반의 뿌리를 겨냥했다. 도시 전체가 과밀억제권역인 고양시의 공업지역은 시 면적의 0.09%에 불과하다. 시는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은 접경지역인 고양의 발전을 지원하라 하고, '수도권정비계획법'은 과밀억제권역인 고양의 공업지역 확대를 막는 모순을 짚었다. 접경지역 산업단지만큼은 수도권 공업지역 한도에서 빼도록 시행령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교통과 주변 마을도 요구에 담겼다. 대곡역에는 GTX-A와 지하철 3호선, 경의중앙선, 서해선, 교외선 등 5개 철도 노선이 모인다. 시는 이미 국가계획에 반영된 복합환승센터가 추진되도록 재원과 일정을 확정하라고 요구했다. 개발지구 경계 밖에 남는 취락은 사업지구 편입을 적극 검토하고, 편입이 어렵다면 기반시설 확충과 교통 혼잡·소음·보행 안전 대책을 대곡지구 계획과 함께 세우라고 했다.

1기 신도시 정비에 미칠 영향도 짚었다. 시는 "관내 인구가 집만 옮겨 다니는 공급이 아니라, 산업단지를 통해 고양시민이 고양시 관내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직주근접의 미래지향적 도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건축을 기다리는 수십만 명의 시민이 있는 만큼 인접 지역의 대규모 공급이 1기 신도시 정비의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요구는 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이 정부에 꾸준히 제기해 온 사안의 연장선이다. 민 시장은 21일 홍지선 국토부 장관을 만나 공업지역 물량 배정 제도 개선과 대곡역 복합환승센터의 광역교통개선대책 반영, 개발제한구역 해제 취락의 소규모 정비제도 개선 등 5건을 건의했다. 당시 그는 "공공주택지구를 조성할 때 공업지역 물량을 함께 배정해 실질적인 기업 유치를 지원하고, 서울·경기·인천 등 광역자치단체 간 공업지역 물량 조정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급 속도에 무게를 실었다. 홍 장관은 이날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우수한 지역에 지속적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구 지정부터 착공까지 최단기 착공 모델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고양시는 "주택은 몇 년이면 지어지지만, 한번 정해진 토지이용계획은 도시의 미래 모습을 결정합니다"라며 5대 요구가 실현될 때까지 정부와 끝까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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