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피겐코리아 김대영, 외국계 법인 앞세운 지분 취득 왜?

입력 2026-10-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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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침묵 깨고 주가 바닥서 매수…미국 개인 법인 통해 2% 장내 확보
85억원 자사주 소각 결의로 지분율 44.8%로…주총·승계 맞물려 시장 주목

[편집자주] 피땀 흘려 일군 기업이 세대를 이어 지속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가업 승계의 출발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가혹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증여세 부담에 정공법만으로는 경영권 수성이 어려워졌고,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주주가치를 요구하는 시대적 잣대 또한 날로 엄격해지고 있다. 최근 재계의 승계 방정식은 과거의 일감 몰아주기를 넘어 정교한 ‘자본거래’로 진화했다. 이투데이 ‘인사이트플러스’는 가족회사 활용부터 대주주 맞춤형 유상감자, 친족·가족법인 간 차입, 비상장 계열사 고가 매각 및 지주사 주식 스왑 등 표면적인 뉴스 뒤에 숨겨진 실전 승계 스킴과 딜 메커니즘을 정밀 해부한다. 이를 통해 C-Level, 패밀리오피스, 자본시장 의사결정권자들에게 단순한 뉴스를 넘어 실전 투자 및 경영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한다.

(출처=슈피겐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출처=슈피겐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스마트폰 액세서리 전문 기업 슈피겐코리아의 최대주주 김대영 대표이사가 7년여 만에 지배력 확대에 나섰다.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역사적 바닥권에 머무는 시점에 미국에 있는 개인 법인을 통해 지분을 매입한 데 이어 자기주식 소각까지 결의했다. 표면적으로는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웠으나, 시장에서는 임시주주총회 표 대결 방어와 향후 승계 구도를 염두에 둔 다목적 포석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본질 가치 대비 과도한 저평가에 따른 결정일 뿐 승계나 표 대결 목적은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7년 침묵 깨고 주가 바닥서 美 법인 매집…회사 “과도한 저평가 따른 것”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대표는 5월부터 자신이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유한책임회사 ‘Felix Brook LLC’를 통해 슈피겐코리아 주식 12만6520주(지분율 2.0%)를 장내에서 분할 매수했다. 이에 따라 김 대표 측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율은 기존 41.3%에서 43.0%로 증가했다.

김 대표의 유의미한 지분 변동은 2014년 11월 코스닥 상장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2014년 상장 당시 지분 59.2%(368만500주)를 보유했던 김 대표는 주가가 7만~8만원대 상단에 형성됐던 2019년 4월 지분 19.2%(119만3955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해 약 800억~900억원대의 유동성을 확보한 바 있다. 당시 지분율을 40.0%로 맞춘 김 대표는 이후 만 7년간 지분을 단 1주도 늘리지 않았다.

침묵을 깬 타이밍은 주가가 2만1000~2만4000원 선까지 밀려나며 2014년 상장 공모가(2만7500원)를 밑돌던 올해 5월이었다. Felix Brook LLC가 주식을 매입한 단가는 2만6000~3만3000원 사이로, 총 37억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과거 주가 정점 부근에서 유동화했던 자금력을 토대로 밸류에이션 바닥 구간에서 우회 법인을 통해 지분을 다시 사들인 셈이다.

개인이 아닌 미국 법인을 비히클(투자수단)로 선택한 배경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특정한 배경은 없다”며 “Felix Brook LLC는 대표이사가 100% 소유한 법인으로, 동일인 지분 매입으로 간주해 자본시장법상 필요한 모든 공시 절차를 엄격하게 준수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입 시점에 대해서는 “현재 주가가 회사의 본질적 가치 및 실적 대비 과도하게 저평가된 구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해당 지분 매입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85억원 자사주 소각…최대주주 지분율 44.82%로 확대

지분 매집에 이어 회사는 대규모 자사주 소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슈피겐코리아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자기주식 39만5669주 중 62.8%에 해당하는 24만8654주(발행주식 총수의 4.0%)를 소각하기로 결의했다. 소각 예정 금액은 취득가 기준 86억원이며, 소각 예정일은 11월 9일이다.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 소각으로 자본금 감소는 없다.

회사는 그간 자사주 소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올해 반기보고서 등에서도 보유 자사주 전량에 대해 임직원 상여와 우리사주조합 출연 목적으로 계속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불과 2개월 만에 기존 방침을 전환해 대규모 소각을 결정한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에 발표한 임직원 보상 및 우리사주조합 출연 계획은 여전히 유효하며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며 “이번 소각은 이와 별개로 주주가치 제고를 극대화하기 위해 실행한 추가 조치”라고 말했다.

이번 소각 결정으로 발행주식총수는 621만6363주에서 596만7709주로 감소한다. 분모가 줄어들면서 김 대표 측의 지분율은 추가적인 개인 자금 투입 없이 자동으로 상승하게 된다. 소각 완료 시 김 대표 개인 지분율은 40.0%에서 41.7%로 1.7%포인트 오르고, Felix Brook LLC 지분율 역시 2.0%에서 2.1%로 상향된다. 최철규 사내이사(0.8%)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기존 43.0%에서 44.8%로 1.8%포인트 확대된다. 연초 지분율(41.0%)과 비교하면 약 6개월 만에 지배력이 3.8%포인트 상승하는 효과를 얻는다.

임시주총 ‘2차 표 대결’…‘3%룰’ 방어 명분 쌓기 분석

시장에서는 이번 자사주 소각 결정을 임시주주총회 표 대결을 대비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슈피겐코리아는 사내 유보 현금만 2200억원이 넘는 무차입 재무구조에도 주가가 장기 저평가되면서 행동주의 성향의 소액주주 연대로부터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요구를 받아왔다.

특히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측은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변재훈 재선임 안건이 반대 55.5%로 부결됐고,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도 반대 61.7%로 부결됐다.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3%룰’로 인해 결집된 소액주주의 표를 넘어서지 못한 결과였다. 변 사외이사가 상법상 결원 규정에 따라 직무를 임시 수행해 온 가운데, 주주연대 측은 고은정 숙명여대 연구교수를 감사위원 후보로 주주제안하며 대치를 이어왔다.

이에 따라 감사위원 선출 안건이 상정될 임시주총에서는 회사 측과 주주제안 측이 감사위원 자리를 두고 맞붙게 된다. 3%룰이 적용되는 표 대결 특성상 일반 주주의 지지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주총을 앞두고 발표된 85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이 주주연대의 비판 명분을 완화하고 중립 성향 주주들의 표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주주환원 명분을 세우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지분율을 45% 선까지 끌어올리는 효과를 노렸다는 해석이다. 사측은 이와 함께 14년간 재직한 오유미 감사부문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해 이사회 내부 결속도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표 대결을 염두에 둔 단기적인 이벤트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밸류업 계획에 대해서는 “향후에도 정부 정책에 맞춰 보다 능동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활동을 수행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왜 ‘미국 LLC’인가…회사 “승계 이유 아냐” 일축

한편 시장에서는 김 대표가 개인 명의가 아닌 미국 유한책임회사(LLC)를 매입 주체로 선택한 배경에도 주목하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Felix Brook LLC는 자산 82억원, 부채 1800만원 규모로 김 대표가 매니저이자 100% 지분을 보유한 법인이다.

두 자녀를 둔 김 대표 입장에서 향후 지분 승계 과정의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내 상장사 주식을 직접 증여할 경우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시가 평가와 최대주주 할증(20%)으로 인해 최고 60% 수준의 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해외 비상장 법인 지분을 활용할 경우 지분 분할 증여가 용이하고, 미국 조세 및 신탁 제도를 연계해 중장기적인 승계 플랜을 설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승계 이유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슈피겐코리아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2235억원, 영업이익 23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133% 증가하는 등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부채비율은 7.9%에 불과하며 현금성자산과 유동금융자산은 2246억원에 이른다. 사내 순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평가 국면에서 단행된 미국 법인 지분 매수와 자사주 소각이 주총 표 대결과 향후 지배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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