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4선에 브라질 시장 패닉⋯주식ㆍ통화ㆍ채권 ‘대폭락’ [종합]

입력 2026-10-2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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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베스파지수 13.88% 폭락 마감
장중 17%대 밀리며 서킷브레이커
헤알화 가치 8.1% 하락⋯24년 만의 최대 낙폭
10년물 국채 금리, 10년래 최고치로 치솟아
빚 억제 과제⋯재무장관 인선 촉각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4선 승리 발표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4선 승리 발표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4선 성공에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우파 정권 교체가 무산되면서 주식ㆍ헤알화ㆍ국채 가치가 동반 폭락했다. 특히 증시에서는 6년여 만에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브라질 대표 주가지수인 보베스파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만8474.33포인트(13.88%) 급락한 17만6608.23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낙폭이 17.34%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이에 당국은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6년 7개월 만에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하기도 했다. 브라질 증권거래소 운영사 B3는 성명을 통해 보베스파지수가 직전 종가보다 10% 이상 하락해 서킷브레이커를 발동, 거래가 30분간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도 출렁였다. 브라질 헤알화는 달러당 5.415헤알로 가치가 8.1% 폭락했다. 이는 최소 2002년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이다.

브라질 재정 운용 방향에 관심이 쏠리면서 국채도 매도세를 피하지 못했다. 브라질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15.6%까지 급등해 1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대비해 보험을 드는 비용을 나타내는 브라질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전장 종가인 120bp(1bp=0.01%p)에서 144bp로 20% 뛰었다고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는 집계했다.

이렇게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자 브라질 재무부는 각각 27일과 29일로 예정된 물가연동 국채와 고정금리 국채의 정례 입찰을 전격 취소했다.

브라질의 주요 수출품인 원당, 즉 정제 과정을 거치기 전의 설탕 가격도 헤알화 가치 급락 여파로 5.6% 떨어졌다.

JP모건체이스는 대선 결과 발표 이후 브라질 헤알화와 채권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브라질의 투자은행 브라데스코BBI도 브라질 주식에 대한 투자 전망을 ‘중립’으로 낮췄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B3 증권거래소에서 사람들이 최근 주가지수 변동을 보여주는 전광판 옆에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브라질 상파울루의 B3 증권거래소에서 사람들이 최근 주가지수 변동을 보여주는 전광판 옆에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장 불안의 핵심은 재정 건전성이다. 브라질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9%를 넘고 국가부채는 80%를 웃돈다. 룰라 정부가 복지 지출과 소비 진작 정책을 유지할 경우 재정적자 축소와 기준금리 인하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재선에 성공한 룰라 대통령의 팀은 2030년까지 GDP의 약 1.3%에 해당하는 재정 흑자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제 관심은 룰라가 누구를 재무장관으로 지명할지, 그리고 그 인선이 그의 재정 운용 방침에 대해 어떤 신호를 보낼지로 옮겨갈 전망이다. 룰라 대통령은 사회복지 프로그램과 투자를 유지하면서 브라질의 부채 증가세를 억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투자자들은 그의 점진적 재정 운용 기조가 차입 비용을 낮출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급락은 이달 초의 상승세에서 급반전한 것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대통령선거 1차 투표에서 예상 밖으로 1위를 차지한 뒤 우파로의 정권 교체 기대가 커지면서 당시 시장은 급등했다. UBS글로벌자산운용ㆍ모건스탠리ㆍJP모건체이스ㆍ씨티그룹 등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브라질 금융시장에 낙관적인 전망을 앞다퉈 내놓기도 했다.

RBC블루베이자산운용의 그레이엄 스톡 선임 국채 전략가는 “앞으로 몇 주 안에 새 재무장관을 임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차기 룰라 정부가 재정 규율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 시장에 중요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디언1305캐피털의 디비야 싱가라벨루 리서치책임자는 “룰라의 정책은 지출 삭감을 언급해 왔지만,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UBS글로벌자산운용의 신흥시장 부문 최고투자책임자 알레호 체르본코는 “투자자들은 재정 규율을 지키겠다는 명확하고 신뢰할 만한 약속을 원한다”면서 “1차 투표 뒤 나타난 상승분은 대부분 되돌려지고, 명확한 재정 계획이 나올 때까지 투자 심리는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투자자들은 공공부채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믿을 만한 경로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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