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 후 낙엽기부터 한파 전 사용 권장…내년 전북·전남·경남 보급 확대

겨울을 앞둔 사과나무가 흰색 페인트로 ‘하얀 옷’을 입는다. 햇빛을 반사해 낮 동안 줄기가 과도하게 달궈지는 것을 줄이고, 밤낮 온도 차로 나무껍질이 갈라지거나 어는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과수 전용 페인트를 바른 나무는 한낮 줄기 온도 상승 폭이 줄었고, 일반 제품보다 표면 보호막이 심하게 갈라지는 비율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은 KCC와 공동 개발한 과수 전용 흰색 수성페인트의 현장 활용법을 안내하고 농가 보급을 확대한다고 27일 밝혔다.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나무줄기 온도가 밤낮으로 크게 오르내리면 껍질이 반복적으로 팽창·수축하면서 갈라지거나 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농가에서는 이를 줄이기 위해 줄기에 흰색 수성페인트를 발라 왔지만, 전용 제품이 없어 건축·외벽용 페인트를 대신 사용했다.
올해 1월 출시된 과수 전용 제품은 태양광 반사율을 기존 제품의 86.7%에서 92.1%로 높였다. 대기온도가 0도인 시험재배지에서 페인트를 바르지 않은 나무는 줄기 온도가 최대 13.1도까지 올랐지만, 전용 제품을 바른 나무는 온도 상승 폭이 2.6~3.5도에 그쳤다.
나무 표면을 덮는 보호막의 유연성도 높였다. 페인트가 마른 뒤 형성되는 막인 ‘도막’은 햇빛을 반사하고 수분 유입을 막는 역할을 한다. 나무가 팽창·수축할 때 함께 늘어날 수 있어야 쉽게 갈라지지 않고 보호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9월 경남 밀양과 거창의 사과 과수원 5곳을 조사한 결과, 줄기 부위에서 심한 도막 균열이 발생한 비율은 일반 페인트가 평균 64%, 전용 제품이 29%로 35%포인트 차이가 났다. 접목 부위에서도 각각 83%와 49%로 전용 제품이 34%포인트 낮았다.
다만 실제 언 피해가 얼마나 줄어드는지는 추가 현장 검증이 필요하다. 피해 정도는 추위의 강도와 지속시간, 품종, 나무 나이와 생육 상태, 토양 수분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사용 시기는 수확 후 낙엽기부터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기 전이 권장된다. 줄기 아래쪽을 중심으로 지면에서 약 70㎝ 높이까지 붓이나 롤러로 고르게 바르면 된다. 넓은 면적에 분무기를 사용할 때는 제품과 물을 1대1로 섞어 얇게 한 번 뿌리고, 충분히 말린 뒤 한 번 더 덧바른다.
잎눈·꽃눈·새순 등 생육이 이뤄지는 부위에는 직접 바르지 않아야 한다. 권장 비율보다 물을 지나치게 많이 섞거나 농약·비료·다른 페인트와 임의로 혼합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초기 구입비는 일반 제품보다 높다. 농진청이 제시한 4ℓ 기준 가격은 일반 흰색 수성페인트가 약 2만원~2만5000원, 과수 전용 제품은 5만3000원~5만6000원이다. 농진청은 도막 유지 성능이 개선된 만큼 장기적으로 다시 바르는 횟수와 작업에 드는 노동력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농진청은 올해 강원·충북·충남·경북 등 총 10곳, 10㏊에서 신기술보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도 같은 규모를 유지하면서 무병묘 신기술보급사업과 연계해 전북·전남·경남 등 신규 지역으로 보급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윤수현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장은 “과수 전용 흰색 수성페인트는 기존 농가에서 활용해 온 방법을 과수 재배 환경에 맞게 개선한 현장 활용 기술”이라며 “농업인이 더 편리하고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현장 안내와 보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