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아버지 피터도 충격을 받았다. 딸을 입양한 지 45년 뒤에야 해당 기관에서 광범위한 사기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최선의 선의로 행동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선의가 존중받지 못했다며, 자신이 무언가 잘못한 듯한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호주 정부는 현재 수십 년 전 입양 서류들을 다시 짚어보고 있다.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 약 20만 명의 아동을 서방 국가로 입양 보내며 ‘세계 최대 아동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지난해 진실화해위원회는 대규모 해외입양 과정에서 아동의 신원과 가족 정보가 유실되거나 조작되는 등 한국 측의 중대한 관리ㆍ감독 부실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를 계기로 호주 정부 역시 자국 당국이 당시 어떤 정보를 알고 있었는지 규명하고 잠재적인 문제점을 파악하는 조사에 나선 것이다.
대상은 1964년부터 1999년까지 한국에서 호주로 이뤄진 국제입양이다. 호주 사회서비스부(DSS) 대변인은 21일 본지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6월 11일 접수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입양인들로부터 95건의 참여 의향서가 제출됐다”고 밝혔다. 참여 의향서는 입양인과 그 가족이 자신의 입양 기록과 경험을 조사 과정에서 공유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는 절차다.
피터는 정부가 뒷받침하는 제도이기에 믿었다고 했다. 이번 조사가 답해야 할 것은 그 믿음에 호주 당국이 걸맞게 일했느냐는 질문이다. 한국에서 넘어온 서류를 어떻게 확인했고, 이상 징후를 알아챌 기회는 없었는지 살펴야 한다. 딕슨이 좋은 부모를 만난 것은 다행이지만 그것이 당시 관리ㆍ감독도 제대로 이뤄졌다는 증거는 아니다. 가족이 사랑으로 채운 삶과 국가가 설명해야 할 책임은 별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