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동물복지를 시대적 요구로 내세우며 확대했던 축산동물복지국을 3년여 만에 다른 국과 합친다.
특히 전국 광역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반려동물 관련 과를 2개 운영하며 전담체계를 갖췄던 조직이다.
농업계와 수의사회가 전문성 약화를 들어 반대하는 가운데 의견을 낼 수 있는 입법예고 기간은 2022년 20일에서 올해 6일로 줄었다. 도청 직원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90.5%가 조직 개편에 반대했다.

26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가 21일 입법예고한 '경기도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현행 30개 실·국, 5담당관, 151개 과를 25개 실·국, 5담당관, 141개 과로 조정하는 내용이다. 실·국 5개와 과 10개가 줄어든다.
농정 분야에서는 농수산생명과학국과 축산동물복지국을 통합해 농축수산생명국을 신설한다. 경기도는 생산과 유통, 안전 기능을 연계하고 유사·중복 업무를 조정해 행정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정두석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은 조직개편 발표 당시 불필요한 행정 칸막이를 없애고 각 조직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통합 대상에는 경기도가 3년여 전 동물복지 행정을 강화하겠다며 확대 개편한 조직이 포함됐다.
경기도는 2022년 10월26일 민선 8기 조직개편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축산산림국을 축산동물복지국으로 개편하고 반려동물과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류인권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은 "노동안전, 동물복지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선진 동물복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 12월12일 도의회에서 조례 개정안이 통과됐고 이듬해 1월 축산동물복지국 체제가 출범했다.
기존 동물보호과는 동물복지과로 이름을 바꿨고 반려동물과가 별도로 만들어졌다. 광역지자체가 반려동물 관련 과 단위 조직을 2개 이상 둔 것은 경기도가 처음이다. 가축방역과 축산물 위생관리, 동물보호, 반려동물 정책을 전담하는 체계였다.
이번 통합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축산동물복지국이라는 국 단위 조직은 사라진다. 다만 소속과와 담당 공무원, 방역·동물복지 업무가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해당 업무와 인력이 새 조직에 어떻게 배치되는지는 후속 조직·정원 조정안에서 확인해야 한다.
경기도수의사회는 전담국이 없어질 때의 방역행정 문제를 제기했다. 수의사회는 23일 손성일 회장 명의 성명에서 "방역은 단 몇 시간의 판단 지연이 수백억원의 살처분 보상과 농가 붕괴로 이어지는 업무"라며 "이런 조직을 농업·수산 정책과 한 국에 뒤섞어 우선순위를 다투게 만드는 것은 행정 효율이 아니라 행정 무책임"이라고 밝혔다.
수의사회는 2022년도가 동물복지를 시대적 요구라고 천명한 점을 들어 "그 약속을 3년 만에 폐기하는 것은 정책 일관성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전국 등록 반려견의 약 30%가 경기도에 있다는 점도 전담조직 유지의 근거로 제시했다. 수의직 공무원이 맡을 수 있는 상위 직위와 정원이 줄어 기존 인력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더했다.
수의사회는 통폐합안 즉각 철회와 가축방역·축산물 위생·동물복지 전담조직 및 수의직 공무원 정원·직위의 현행 이상 보장을 요구하고, 도의회에 개정조례안을 원안대로 의결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다만 통합 이후 수의직 정원이 실제로 줄어드는지, 방역 관련 결재단계가 늘어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농업계도 반대하고 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 경기도연합회는 23일 정정호 회장 명의 성명을 내고 통합안 재검토와 2027년도 농업예산 확대를 촉구했다. 연합회는 도내 1만3000여 후계농업경영인의 우려를 전하며 농업과 축산, 수산은 전문성이 다른 분야로 하나의 국에 묶이면 정책 우선순위와 예산 배분에서 현장 의견을 반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농업 비중의 70% 가까이가 남부권역에 몰린 구조에서 통합에 따른 청사·근무지 재배치가 이뤄지면 농업인의 행정기관 이용과 공무원의 근무 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축산단체협의회도 일률적인 조직 축소보다 방역과 농가 지원 등 업무별 중요도와 현장 수요를 고려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절차를 둘러싼 지적도 나왔다. 2022년 조직개편 때 경기도가 밝힌 입법예고 기간은 20일이었다. 이번 개편안은 21일부터 26일까지 6일이다. 행정절차법 제43조는 자치법규의 입법예고 기간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20일 이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단축할 수 있어 6일 예고만으로 법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경기도가 이번 대규모 개편에서 기간을 6일로 정한 구체적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수의사회는 수의사와 축산농가, 동물보호 현장과 협의 없이 통폐합안이 발표됐고 의견을 낼 기간도 짧았다고 비판했다.
도청 내부의 반대 의견도 공개됐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 경기도청지부는 26일 직원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21일부터 23일까지 내부 행정포털에서 진행한 조사에 도청 직원 4000여 명 가운데 577명이 참여했고, 이 중 522명인 90.5%가 조직개편에 반대했다. 개편의 논리와 근거가 부족하다는 응답은 90.8%, 직원 의견수렴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95.5%였다.
다만 이는 자율 참여 방식의 설문으로 도청 전체 직원의 의견을 대표하는 표본조사가 아니다. 90.5%도 전체 직원이 아닌 응답자 중 반대 비율이다.
응답자들은 조직 통폐합에 따른 승진 적체와 인사상 불이익, 남·북부 근무지 변경에 따른 출퇴근과 가정생활 부담을 우려했다. 노조는 설문 결과를 경기도에 전달하고 개편 근거 공개와 공식 협의, 인사·근무지 변경에 따른 불이익 최소화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사전협의에 대한 설명은 양쪽이 다르다. 노조는 9월22일과 10월2일 두 차례 공문으로 조직개편 근거자료 공개와 협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16일 도청 내 3개 공무원노조를 대상으로 사전 설명과 의견수렴을 진행했고 도의회에도 개편 방향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홍은광 경기도 대변인은 입법예고 기간에도 노조 등과 추가 협의를 이어가고 직원의 근무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업예산도 통합 논란과 맞물려 있다. 한농연 경기도연합회는 2026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 심사에서 농수산물 할인쿠폰 41억9100만원과 농업용 면세유 긴급지원 1억8000만원의 복원 요구가 최종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두 사업의 복원 요구액은 43억7100만원이다. 반면 같은 추경에는 농어민기회소득 부족분 215억원이 편성됐다. 2027년도 농업·축산 예산은 정식 예산안이 제출되지 않아 사업별 증감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고, 조직 통합이 곧바로 농업예산 감액으로 이어진다는 근거도 확인되지 않았다.
경기도는 이번 개편으로 유사·중복 기능을 통합하고 확보한 행정 역량을 반도체·첨단산업과 노동안전 등 주요 정책 분야에 재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조직개편안은 입법예고 절차를 마친 뒤 11월 3일 개회하는 경기도의회 정례회에 제출된다. 경기도는 도의회 심의·의결을 거쳐 2027년 1월 1일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