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근 롯데 단장 선임이 파격인 이유 [해시태그]

입력 2026-10-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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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프로구단 코치·프런트 경력 없이 곧바로 구단 운영 총괄
선수 출신 단장은 많지만 대부분 지도자·전력분석·행정 실무 경험
이동욱 감독과 동시 선임…롯데가 맡길 권한과 지원 체계가 관건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생각지도 못한 이름의 등장.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뒤 파격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현역 은퇴 후 해설위원과 한국야구위원회(KBO)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한 이택근에게 구단 운영을 총괄하는 단장직을 맡긴 건데요.

롯데는 26일 이택근 KBO 전력강화위원을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제22대 감독에는 2020년 NC 다이노스의 통합 우승을 이끈 이동욱 감독을 선임했죠. 이동욱 감독의 계약 조건은 3년 총액 20억원으로 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입니다.

롯데는 이동욱 감독의 데이터 활용 능력과 소통형 리더십, 이택근 단장의 현장 이해도를 결합해 선수단과 프런트를 동시에 바꾸겠다는 구상인데요. 스카우트 조직을 포함한 프런트 혁신과 맞춤형 육성 체계 구축, 수비 안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죠.

이택근 단장은 “선수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단의 성장 단계별 맞춤 육성을 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접근해 선수층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현장과 프런트가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택근 단장 선임이 눈길을 끄는 것은 ‘선수 출신’이라는 이력 때문만은 아닌데요. 선수 출신 단장 자체는 KBO리그에서 드물지 않지만, 대부분은 은퇴 후 코치나 전력분석, 프런트 업무를 거치며 구단 운영 경험을 쌓았죠. 바로 이택근 단장은 이 단계를 모두 뛰어넘은 겁니다.


▲이택근 롯데 자이언츠 단장 (뉴시스)
▲이택근 롯데 자이언츠 단장 (뉴시스)


부산 출신인 이택근은 경남상고와 고려대를 거쳐 199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현대 유니콘스의 2차 3라운드 전체 24순위 지명을 받았는데요. 2003년 프로에 데뷔한 뒤 현대와 히어로즈, LG 트윈스에서 뛰었고 2020시즌을 끝으로 은퇴했습니다. 통산 성적은 1651경기 타율 0.302, 1621안타, 136홈런, 773타점, 175도루. 히어로즈에서는 주장도 맡았죠.

은퇴 후에는 SBS스포츠와 티빙에서 해설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롯데는 이 기간 코치 연수와 해설을 통해 현장 전문성을 쌓았다고 설명했는데요. 2025년 4월에는 KBO 전력강화위원으로 선임돼 국가대표 선수 구성과 전력분석, 한국 야구의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이택근 롯데 자이언츠 단장 (출처=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C1' 캡처)
▲이택근 롯데 자이언츠 단장 (출처=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C1' 캡처)


그렇지만 코치 연수와 위원회 활동은 프로구단의 일상적인 운영 실무와는 성격이 다른데요. 신인 지명과 선수 육성, 트레이드·FA 협상, 외국인 선수 영입은 물론 예산과 데이터·스카우트 조직까지 아우르며 현장과 프런트의 우선순위를 조율하는 자리가 단장입니다. 이택근 단장은 롯데 단장이 첫 프로구단 실무가 된 만큼 사실상 프런트 수장으로 야구 행정을 시작하는 셈이죠.

지도자나 프런트 경력이 없는 단장이 KBO리그에서 처음은 아닙니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모기업 인사가 구단 운영과 예산 관리를 맡기 위해 단장으로 이동하는 일이 적지 않았는데요. 다만 선수 출신 외부 야구인이 구단 실무를 거치지 않고 단장으로 직행한 사례는 성격이 다릅니다.

가장 가까운 전례는 2008년 우리 히어로즈 초대 단장에 선임된 박노준 전 단장인데요. 선수 은퇴 후 해설위원으로 활동한 박노준은 KBO리그 최초의 선수 출신 단장으로 기록됐습니다. 다만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뉴욕 메츠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연수와 순회 코치 활동을 했고, KBO 기술위원도 거쳤다는 점에서 이택근과 차이가 있죠.

최근 선수·해설위원 출신 단장들도 대부분 중간 경력을 쌓았습니다. 이종열 삼성 단장은 프로구단 코치와 국가대표팀 전력분석원·수비코치를, 심재학 KIA 단장은 여러 구단의 지도자와 대표팀 코치를 거쳤고요. 김재현 전 SSG 단장 역시 국내외 지도자 생활에 이어 LG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로 프런트 업무를 경험했죠. 차명석 LG 단장과 손혁·정민철 전 한화 단장도 프로구단 지도자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택근 롯데 자이언츠 단장 (뉴시스)
▲이택근 롯데 자이언츠 단장 (뉴시스)


이번 비시즌 다른 구단의 선택과 비교하면 롯데의 이례성은 더 선명해지는데요. 한화 이글스는 김경문 감독·손혁 단장과의 계약을 마무리하고 류지현 감독과 석장현 단장을 선임했습니다. 석장현 단장은 2003년 한화에 입사해 스카우트와 홍보, 운영팀장, 전략팀장, 경영지원실장 등을 두루 거쳤는데요. 한화에서 일반 직원으로 입사해 단장까지 오른 첫 사례죠.

두산 베어스도 16년간 구단을 이끈 김태룡 단장을 자문으로 이동시키고 정재훈 운영팀장을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습니다. 정재훈 단장은 2011년 두산 프런트에 합류해 전력분석과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1군 매니저 등을 경험했습니다. 2024년 4월부터 운영팀장을 맡았는데요.

롯데는 반대 방향을 택했습니다. 2023년 11월 선임된 박준혁 전 단장은 롯데그룹 공채로 입사해 구단의 국제·마케팅·운영·인사 업무를 거친 내부 실무형 인사였죠. 이번 이택근 단장은 부산 출신이지만 선수 시절 롯데에서 뛴 적은 없는데요. 롯데는 구단 사정을 잘 아는 내부 프런트에서 현장 경험과 외부 시각을 갖춘 야구인으로 방향을 바꿨죠. 이번 비시즌 단장 인사 가운데 가장 과감한 외부 수혈로 볼 수 있습니다.


▲이택근 롯데 자이언츠 단장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이택근 롯데 자이언츠 단장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이택근에게 기대할 수 있는 장점도 분명한데요. KBO리그에서 18시즌을 뛰며 선수단 내부의 문화와 생리를 경험했습니다. 주장으로 선수단을 이끌었고 해설위원으로 특정 구단이 아닌 리그 전체를 관찰했는데요. 기존 조직의 관행이나 이해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도 쇄신을 추진하는 구단에는 장점이 될 수 있죠.

롯데가 공식 발표에서 ‘성장 단계별 맞춤 육성’과 ‘선수층 강화’를 강조한 것도 이택근의 선수 경험을 육성 시스템에 접목하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단장이 세부 훈련까지 지시한다기보다 스카우트에서 육성, 1군 정착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선수의 관점에서 다시 설계하겠다는 구상인데요.

파격적인 인선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분명한 권한과 충분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죠. 이제 관심은 롯데가 이택근 단장에게 어떤 역할과 책임을 부여할지에 쏠리는데요. 현장과 프런트를 조율하는 지원형 단장이 될지, 선수단 구성과 육성 체계의 변화를 주도할지에 따라 이번 인사의 성패가 갈릴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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