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이 파업 중에도 유지해야 하는 ‘보안작업’의 범위를 확대한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노조는 핵심 생산공정을 평상시처럼 가동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무력화한다며 법적 대응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2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항고심 결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권 제한이 다른 산업으로 확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인천재판부는 이달 16일 쟁의행위 제한 대상을 기존 3개 작업에서 9개 작업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배양·정제 등 바이오의약품 핵심 생산공정 전반에서 파업이 제한됐다. 파업 시작 전에 이미 해동된 세포에 대해서는 생산을 마칠 때까지 평상시와 같은 인력과 시간, 규모로 작업을 이어가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쟁점은 원료·제품의 변질이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보안작업의 범위다. 노조는 변질·부패를 막기 위한 보존 작업과 정상적인 생산 활동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속공정이라는 이유로 주요 생산공정 전체를 보안작업으로 인정하면 실질적인 파업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박재성 노조위원장은 “이미 시작한 생산은 파업 중에도 평소와 같은 인력과 시간 규모로 계속하라는 것”이라며 “이렇게 파업을 제약해 놓고 노동조합은 무슨 힘으로 회사와 대등하게 교섭하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노조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필수공익사업에서도 파업 중 유지해야 하는 업무의 범위와 수준을 필요 최소한으로 정한다고 강조했다. 민간기업의 주요 생산공정을 평상시대로 가동하도록 하는 이번 결정은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산업의 파업권을 제약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생산공정이 연속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이유로 작업 중단을 제한하면 다른 사업장에서도 공정의 특수성을 내세워 파업을 막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가처분으로 파업을 막는다고 갈등이 해결되지도 않는다”며 회사의 성실 교섭을 촉구했다. 파업 중 계속해야 하는 작업의 범위와 기준을 명확히 하고, 관련 규정이 파업 금지 수단으로 쓰이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노조는 회사에도 인사 운영 개선과 노동자의 기여에 걸맞은 보상을 담은 교섭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노동자의 요구를 무리한 것으로 치부하거나 법원 결정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노사갈등을 해소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박 위원장은 “파업을 제약한다고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이유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노동자의 기여에 걸맞은 보상과 부당한 인사 운영을 바로잡을 단체협약을 요구해 왔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번 결정에 재항고하고 국회와 정부에 보안작업의 범위와 기준을 명확히 하는 제도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안전과 보전의 책임을 다하면서도 이번 결정이 다른 산업의 노동기본권 후퇴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법원 결정에 맞춰 파업 방식도 조정하고 있다. 전체 조직이 동시에 작업을 멈추기보다 물류·품질관리(QC) 시험 등 일부 부서에 파업 역량을 집중하고, 생산 부문은 기존 작업의 진행 상황에 따라 참여 범위를 순차적으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 위원장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모든 조직이 파업하는 것이 아니라 좀 집중적으로 회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직들을 뽑아서 파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파업 돌입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노조는 28일 회사 측과 만나 향후 대화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공식 교섭 자리는 아니지만 회사의 제안과 입장을 확인한 뒤 추가 교섭 여부와 파업 대응 방향을 판단하겠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