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규제 완화 업계 ‘반색’⋯시민단체 “환자에 위험 전가”[320개 규제특례의 명암]

입력 2026-10-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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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면역세포 치료 위험도 하향…치료 진입 장벽 완화
의료데이터 활용 절차 간소화…AI·신약개발 활성화 기대
시민단체 “환자에게 위험 전가”…안전성 논란도

▲국내 한 세포 치료제 기업 연구원. (이투데이DB)
▲국내 한 세포 치료제 기업 연구원. (이투데이DB)

정부가 첨단재생의료와 의료데이터 활용을 가로막던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하면서 국내 바이오산업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자가면역세포 치료의 위험도를 낮추고 의료데이터 연구에 필요한 심의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연구개발과 사업화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바이오 분야 경쟁국 수준 규제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첨단재생의료 치료 기회를 확대하고 의료데이터 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경쟁국 수준으로 규제 체계를 정비한다는 내용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자가면역세포 치료의 위험도 조정이다. 현재는 환자 본인의 혈액 등에서 추출해 배양한 자가면역세포 치료가 중위험으로 분류돼 실제 치료에 앞서 2~3년이 소요되는 선행 임상연구를 거쳐야 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치료를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국내외 문헌과 임상자료를 통해 안전성이 입증된 자가면역세포 치료를 저위험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선행 임상연구 대신 관련 문헌자료를 제출하고 첨단재생의료 치료계획 심의를 거쳐 치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원료세포 활용 범위도 확대한다. 기존에는 세포처리시설이 원료세포를 직접 채취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다른 기관에 보관된 제대혈과 배아줄기세포 등을 제공받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무릎 골관절염과 만성통증 등에 대해서는 2년간 330명 규모로 정부 주도의 자가줄기세포 임상연구도 실시한다.

첨단재생의료 심의 절차도 개선한다. 위험도별 심의위원회를 분리하고 동일·반복 치료계획에 신속 심의를 도입한다. 연구자를 대상으로 사전 상담과 컨설팅도 제공해 연구 착수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한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기업 관계자는 “그동안은 치료 전 2~3년의 선행 임상연구가 필요해 병원 입장에서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컸지만 이번에 위험도가 중위험에서 저위험으로 조정되고 문헌자료로 선행 연구를 갈음할 수 있게 되면서 의료기관의 치료 참여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중증·희귀질환 환자의 치료 대기 기간을 줄이고 일본 등 해외에서 치료받던 환자들이 국내에서도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의료데이터 활용 규제도 완화한다. 정부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안전하게 가명처리한 의료정보를 활용하는 연구를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의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생명윤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한다. 그동안 가명정보를 활용하는 연구도 인간대상연구로 분류돼 IRB 심의 등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제도가 개선되면 의료 AI와 신약개발 분야에서 연구 착수에 필요한 행정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 수집한 의료데이터를 다른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일정 요건을 전제로 포괄동의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의료기관마다 달랐던 가명처리 기준을 통일하고, 연구자가 병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기반 원격 분석환경 기준도 마련한다.

배민철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정부의 의료데이터 활용에 관한 규제 합리화 방안은 국내 디지털헬스산업계가 지속해서 제기해 온 개선 과제였다”며 “의료데이터 활용 기업의 데이터 접근성과 데이터 연계 가능성 등 데이터 활용 여건을 개선하고 연구개발 기간 및 비용 절감 등을 통한 데이터 기반 신제품·서비스 개발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보건의료 시민단체에서는 규제 완화가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이번 대책을 두고 “바이오기업들의 소원수리”라고 평가하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의 환자들은 안전성도 보장받지 못한 치료법에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가 안전과 생명을 강조하지만 바이오 분야에서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는 모양새”라며 “말 그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과거 ‘인보사’ 사태를 겪었음에도 규제를 완화하는 정부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이 실질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후속 법령 개정과 세부 지침 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을 수 있어 규제의 변화가 실제 현장에 언제 어떤 형태로 적용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세부 기준이 나온 뒤에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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