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산화 굴레 갇힌 軍 중소형 드론정책

입력 2026-10-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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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중동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론은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값싼 소모성 중·소형 드론의 활약이 매우 크다. 전쟁을 계기로 세계 각국, 심지어 북한까지도 드론의 신속한 확보와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군의 드론 준비태세는 어디쯤 왔는지 의문이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국군의 날 행사였다. 전 국민과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연용 드론이 추락했다. 불과 40일도 안 되는 사이 군이 공개적으로 실시한 세 차례의 드론 시연에서 발생한 세 번째 사고였다. 발사장치 문제도 있었고 주파수 간섭 가능성과 돌풍도 거론됐다. 개별 사고만으로 우리 드론 기술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은 분명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실전 통해 검증된 기술 도입이 대세

한국은 2017년 처음으로 드론봇 전투체계를 미래전의 핵심 전력으로 제시했다. 2020년에는 우리 군 최초의 국산 공격드론 도입도 발표했다. 당시 방위사업청은 신속시범획득사업을 통해 3~6개월 이내 시범운용을 시작하고 1년 이내 군에서 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느덧 9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반면 영국과 일본 등 주요국의 드론 전력화 방식은 다르다. 전장에서 이미 검증된 기술과 제품을 신속하게 도입한다. 부대는 이를 실제 운용하면서 개선점을 찾는다. 기업은 그 요구를 발 빠르게 반영한다. 기술은 공동개발과 투자, 라이선스 생산 등을 통해 자국의 산업과 생산기반으로 연결한다.

특히 일본은 6월 요격드론 획득 사업에 착수한 뒤 석 달도 안 돼 양산 조달 계약을 맺었다. 그 배경에는 일본 기업이 우크라이나 드론 기업에 투자·인수하면서 현지의 기술과 실전 경험을 흡수해 온 노력도 있다.

한국군도 더 늦기 전에 실전에서 검증된 드론을 도입하고 훈련을 통해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국산화라는 명분이 중·소형 드론 정책의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동맹·우방국의 검증된 드론을 활용한다고 국산화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산 전력이 충분히 확보될 때까지 우리 군의 전력 공백을 보완하고 운용 경험을 축적할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KF-21, K2 전차, 천궁, 현무 등 각종 무기체계와 K-방산도 해외 기술의 도입과 축적, 국산 개발과 생산능력의 확대를 거치며 성장해왔다.

둘째, 중·소형 드론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중·소형 드론을 기존의 무기체계와 같은 획득 방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포탄과 수류탄처럼 충분히 확보하고 소모하는 전력으로 바라봐야 한다. 국방부도 이미 근거리정찰드론과 소형자폭드론은 ‘저가·소모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제 드론을 쉽고 빠르게 구매하고 소모하면서 계속 보충하는 방식으로 훈련해야 한다.

우선순위 설정·예산투입 뒤따라야

셋째, 드론 예산이 대폭 상향되어야 한다. 정책의 중요성과 정부의 의지는 결국 예산으로 나타난다. 드론의 효용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약 8000억원 규모의 아파치 공격헬기(AH-64E) 사업도 장기 표류하고 있다. 전장의 변화에 맞는 우선순위 설정과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국산화와 동맹·우방국의 검증된 드론 활용을 병행하고, 중·소형 드론에 대한 인식을 바꾸며, 충분한 예산을 투입하는 일은 일관된 방향 아래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국산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전력화를 미루고 훈련도 기다려야 하는지는 분명 다른 문제다. 군의 전력화 목표는 국산화 그 자체가 아니라, 필요할 때 우리 힘으로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 있다. 지금 한국군의 중·소형 드론 정책도 이 질문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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