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 땐 세계 최대 규모 M&A
AIㆍ반도체ㆍ로봇ㆍ우주산업 등 통합
수직계열화 완성으로 사업 생태계 재편

AI 패권을 향한 일론 머스크의 기업 통합 구상이 본격적인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합병을 위한 공식 절차에 착수하면서 AI와 반도체, 로봇, 우주산업을 아우르는 초대형 기술기업 탄생 가능성이 열렸다. 단순 합산 시가총액만 3조5000억달러(약 4683조원)에 달하는 이번 합병 구상은 글로벌 AI 산업의 경쟁 구도에도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스페이스X의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양사가 경영 통합을 검토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각각 설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두 회사를 합치는 것에는 많은 이점이 있다”며 “우리는 초지능이 급격히 발전하는 특이점(싱귤래리티) 속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로봇, 우주 데이터센터 등을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분야로 꼽았다.
양사의 합산 시가총액은 단순 합산으로 이날 종가 기준 약 3조5000억달러에 이른다. 스페이스X가 약 2조달러, 테슬라가 약 1조5000억달러다. 합병이 성사되면 엔비디아와 애플 등에 이어 세계 시총 5위 규모의 기업이 된다. 거래 규모로는 세계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통합 논의의 핵심은 머스크 CEO가 구축해 온 사업 생태계를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있다. 스페이스X는 AI 모델 ‘그록’과 데이터센터 연산 자원을 외부에 제공하는 클라우드 사업을 보유하고 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AI와 반도체 설계,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이미 미국 내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인 테라팹 건설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2028년 양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합병이 이뤄지면 AI 반도체 개발부터 데이터센터 운영, 자율주행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에 이르기까지 AI 산업의 핵심 공급망을 자체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스페이스X가 테슬라의 에너지저장장치를 데이터센터에 활용하고 테슬라는 스페이스X의 AI 기술을 차량에 탑재하는 방식의 협력도 가능하다.
시장에서는 6월 스페이스X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기업가치 산정이 용이해짐에 따라 테슬라와의 통합이 진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었다. 합병 시 스페이스X가 테슬라를 주식 교환 등의 방식으로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날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합병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양사 특별위원회는 사외이사들로 구성되며 머스크 CEO는 이해충돌 문제로 논의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테슬라의 경우 투표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전체 발행주식의 50%에 해당하는 찬성표를 확보해야 하는 등 합병 문턱도 높은 상황이다. 머스크 CEO 역시 합병이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스페이스X는 이날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AI 사업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1% 급증한 145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44억400만달러로 흑자 전환했다. ‘슈퍼인텔리전스(SI)’로 불리는 AI 사업 매출이 75억6000만달러로 830% 폭증하면서 호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SI 부문은 스타링크 등 통신사업 매출 52억4800만달러를 넘어 스페이스X의 최대 매출원으로 자리매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