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명 의료정보 연구 IRB 심의 면제ㆍ의료데이터 2차 활용 확대
줄기세포 치료 정부 주도 임상연구⋯원격 분석ㆍ가명처리 기준 마련

정부가 자가면역세포 치료의 위험도 분류를 완화하고 가명 처리된 의료정보의 연구 활용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바이오헬스 규제 개선에 나선다. 첨단재생의료 치료 기회를 확대하고 의료데이터 활용 장벽을 낮춰 의료 AI와 혁신신약 개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23일 오후 2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 소속 ‘규제합리화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바이오 분야 경쟁국 수준 규제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미국ㆍ유럽연합(EU)ㆍ일본 등 주요국 수준으로 국내 규제 체계를 정비해 바이오산업의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헬스 시장 규모는 2024년 2조9300억달러에서 2030년 4조900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바이오산업도 2025년 의약품ㆍ의료기기ㆍ화장품 수출 총액이 279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는 우선 자가면역세포 치료의 위험도를 현행 중위험에서 저위험으로 낮춘다. 환자 본인의 혈액 등에서 추출한 세포를 배양해 치료하는 방식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치료는 선행 임상연구 절차를 거치지 않고 치료계획 심의를 통해 시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자가면역세포 치료를 환자에게 직접 제공하려면 2~3년이 걸리는 선행 임상연구를 거쳐야 했다. 정부는 국내외 문헌과 임상자료를 통해 안전성이 확인된 치료의 관련 절차를 간소화해 환자의 치료 대기 부담과 해외 원정 치료 수요를 줄일 계획이다.
다른 기관에 보관된 제대혈과 배아줄기세포 등 원료세포를 연구와 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 개정도 추진한다. 기존에는 세포처리시설에서 원료세포를 직접 채취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제대혈 은행 등에서 보관 중인 세포를 제공받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국민적 수요가 높은 자가줄기세포 치료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 주도 임상연구도 진행한다. 무릎 골관절염과 만성통증 등을 대상으로 2년간 330명 규모의 임상연구를 추진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토대로 치료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첨단재생의료 심의체계도 개선한다. 정부는 위험도별로 심의위원회를 분리 운영하고 동일ㆍ반복 치료계획에 대한 신속 심의 절차를 도입한다. 전문인력을 확충해 연구자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맞춤형 상담과 사전 규제 컨설팅도 제공할 계획이다.
의료데이터 활용 규제도 완화한다. 우선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안전하게 가명 처리한 의료정보를 활용하는 연구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의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생명윤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연구자의 행정 부담을 줄이고 의료 AI 개발과 데이터 기반 연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연구 목적으로 수집한 의료데이터의 2차 활용을 위한 포괄 동의 제도도 도입한다. 기존에는 과거 연구에서 확보한 유전체ㆍ임상정보를 다른 연구에 활용하려면 원칙적으로 연구대상자의 재동의가 필요했다. 정부는 연구대상자의 거부권 보장 등 권리 보호 요건을 전제로 포괄 동의를 허용해 의료데이터의 재활용 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다.
의료기관마다 달랐던 의료데이터 가명처리 기준도 국가 공통 기준으로 정비한다. 이름ㆍ전화번호ㆍ주소 등 주요 개인정보의 가명처리 기준을 명확히 해 병원별 데이터심의위원회(DRB)의 중복 심의와 보완 절차를 줄일 방침이다.
의료데이터 원격 분석환경에 대한 기준도 마련한다. 지금까지 연구자들은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의료데이터 보유기관의 폐쇄분석실을 직접 방문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보안 체계를 갖춘 클라우드 기반 원격 분석환경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해 연구자의 이동·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데이터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첨단재생의료에 대한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AIㆍ혁신신약 개발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규제 완화에 따른 안전성 우려를 줄이기 위해 안전관리와 오남용 방지 체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규제합리화 대책은 첨단재생의료 치료의 문턱을 낮춰 국민에게 신속한 치료 기회를 보장하고, 한국의 의료데이터가 첨단 바이오산업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규제 수준을 경쟁국에 맞게 재설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규제 합리화에 따른 안전성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안전관리와 오남용 방지를 철저히 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수렴해 바이오헬스 강국 도약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