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전향적 조치 없어"…대사대리·영사 인력은 잔류

정부가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응 수위를 한층 높였다.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국내로 불러들인 데 이어 현지 대사관 직원의 절반가량을 철수시키기로 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측의 후속 조치가 미흡한 데다 현지 공습 위험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결정 배경으로 제시했다.
20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부는 주우크라이나대사관 공관원 일부를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사 소환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었으며, 현지 전역에서 공습 위험이 지속돼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철수 규모는 전체 공관원의 약 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정확한 인원과 철수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윤지완 대사대리는 현지에 남아 외교 업무를 수행하며, 재외국민 보호를 담당하는 영사 인력도 모두 잔류한다.
이번 결정은 북한군 포로 송환 사실을 둘러싼 양국의 외교적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달 2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이 한국으로 송환됐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한국 정부는 해당 사안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양국이 합의했음에도 우크라이나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관련 비공개 합의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후 한국 정부는 지난달 28일 주한우크라이나대사대리를 초치한 데 이어 이달 8일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소환했다.
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측의 구체적인 경위 설명과 사과, 재발 방지 약속이다. 그러나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지난 12일 해당 논란을 이미 마무리된 문제로 본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양측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이번 인력 철수에 외교적 갈등뿐 아니라 현지 안전 문제도 반영됐다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습 위협은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이어져 온 만큼, 이번 결정에는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과거 정부가 해외 공관 인력을 철수시킨 사례로는 2015년 리비아와 2021년 아프가니스탄이 있다. 당시에는 현지 치안 및 안보 상황 악화가 직접적인 배경이었다.
현지 체류 국민에 대한 보호 조치도 강화한다. 주우크라이나대사관은 현재 안전 점검 대상에 포함된 교민 약 85명을 상대로 대피 의사를 확인할 예정이다. 귀국이나 제3국 이동을 희망하는 경우 인접 국가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철수 인력의 복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추가적인 외교 조치보다는 양국 간 협의를 통한 갈등 해소에 무게를 두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대응의 목적이 한국 정부의 엄중한 입장을 전달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양국 관계의 원만한 해결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갈등과 별개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전후 재건 지원 기조는 유지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