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이치'도 '래미안'도 뺀다…정비사업 단지명, 하이엔드보다 '지역 랜드마크'

입력 2026-10-1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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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압구정·성수서 지역 상징성 강조
독자 명칭 선호에 건설사 홍보 전략 고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 주요 정비사 시장에서 단지 고유의 역사와 지역적 상징성을 앞세우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한 아파트가 늘어나는 가운데 건설사 브랜드 외에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서 단지 자체의 가치를 강조하려는 것이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조합은 이달 9일 총회에서 기존 '디에이치 클래스트'를 '디에이치 반포124'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새 명칭은 58.78%의 지지를 얻었다.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는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제외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최종적으로는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지역명과 기존 단지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압구정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3·5구역에서 '디에이치' 대신 '압구정 현대'를 내세웠고 삼성물산은 압구정4구역에 '래미안'을 제외한 '컬리넌 압구정'을 제안했다. 기존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역사성과 고급 주거지 이미지를 활용하려는 전략이다.

성수동에서도 독자 명칭이 등장했다. 대우건설은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 수주전에서 기존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 대신 '더 성수(THE SEONGSU) 520'을 제안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 입장에서는 어느 건설사가 짓느냐보다 단지 자체의 희소성과 차별성을 확보하려는 요구가 크다"며 "압구정은 기존 현대아파트의 상징성이 강하고 목동이나 성수 역시 지역명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포나 서초 등 주요 주거지에서는 건설사 브랜드보다 지역 자체의 가치를 강조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하이엔드 브랜드 구축과 상품 개발, 홍보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온 만큼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브랜드 노출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특히 강남권 랜드마크 단지는 후속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는 대표 실적으로 꼽힌다. 다만 조합의 독자 명칭 선호가 강해지면서 건설사들도 브랜드 홍보 효과보다 수주 경쟁력을 우선하는 등 사업장별로 전략을 조정하는 모습이다.

다만 시공사 선정 당시 제안한 브랜드가 계약에 반영됐다면 조합이 임의로 제외하기는 어렵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지역명 자체가 아파트의 상징성과 가치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면서 건설사도 조합원들의 선호를 반영하는 추세"라면서도 "시공사 선정 당시 제안한 단지명을 조합이 받아들였다면 사실상 브랜드 사용에 관한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이후 변경하려면 시공사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단지명 전략은 기존 아파트의 역사성과 지역적 상징성이 큰 사업장에서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 브랜드에 지역의 고유한 가치를 더해 단지의 차별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아파트 이름이 지나치게 복잡해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압구정 현대나 반포주공처럼 기존에 쌓아온 역사성과 상징성이 큰 단지는 이를 계승하는 것만으로도 차별화된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지역명을 앞세우기보다 해당 단지가 가진 고유의 가치를 얼마나 이어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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