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장에서 ‘AI 안경’ 착용…업무방해죄 성립할까? [수사와 재판]

입력 2026-10-17 07: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AI 기술 발전으로 시험 부정행위도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연세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의 대학입시 논술시험에서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수험생들이 적발됐습니다. 그렇다면 시험장에서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것만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요? 실제로 AI를 이용해 답안을 작성했다면 어떤 범죄가 성립할까요? 사건의 핵심 쟁점과 의미를 허윤 변호사(법무법인 동인)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10일 연세대 자연·통합계열 수학 논술시험에서 수험생 A 씨가 스마트안경을 착용했다가 감독관에게 적발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A 씨는 시험 전 감독관이 확인할 때는 일반 안경을 착용했지만, 시험이 시작된 후 카메라가 내장된 스마트안경으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서울시립대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학교 측은 해당 수험생을 퇴실시키고 향후 3년간 입학시험 응시를 제한했다. 다만 이들이 실제 AI를 통해 정답을 제공받거나 답안 작성에 활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학 차원의 불합격이나 응시 제한 조치는 규정에 따라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인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 형법 제314조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여기서 '위계'란 상대방에게 오인이나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 이를 이용하는 행위를 뜻한다. 결국 수험생이 감독관을 속여 공정한 시험 관리와 평가업무를 방해했거나, 이를 방해할 위험을 발생시켰는지가 중요하다.

대법원은 1991년 대학원 입학시험 문제를 사전에 입수한 뒤 쪽지에 적어 시험장에서 이를 베껴 낸 수험생들에게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시험문제를 유출한 교수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해 답안을 작성한 수험생들에게도 형사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정상적으로 시험에 응시한 것처럼 감독관을 속여 공정한 입시 관리·감독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였다.

반면 정반대의 결론이 나온 경우도 있다. 대법원은 1966년 고등학교 입학시험에서 정답을 미리 암기해 답안을 작성한 수험생에게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수험생은 문제를 직접 훔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입수한 것이 아니라, 가족이 준 채점기준표를 입수 경위도 모른 채 전달받아 답을 암기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수험생에게 이미 기억한 답을 시험에서 작성하지 말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이른바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두 판례는 시험에서 부당하게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보의 취득 경로와 부정행위에 대한 인식, 감독관을 속이는 행위가 있었는지뿐 아니라 적법한 행동을 기대할 수 있었는지까지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스마트안경 사건은 어떻게 될까. 위 두 판례를 참고할 때, 만약 수험생이 AI 기능을 활용해 정답을 실시간으로 제공받아 답안을 작성했다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단순히 스마트안경을 착용했다는 외형적 사실만으로 곧바로 범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

물론 AI 기능을 실제로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형사책임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업무방해죄는 현실적으로 업무가 방해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업무방해의 위험만으로 성립하기 때문이다. 수험생이 적발을 피하려고 의도적으로 일반 안경을 스마트안경으로 교체했다면 적극적인 기망행위로 평가할 여지가 있다. 반대로 금지된 기기를 착용했다는 규정 위반 사실 외에 감독관을 기망한 행위나 업무방해의 위험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형사처벌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시험 규정 위반에 대한 제재와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성립요건은 구별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대학의 설립 주체에 따라 적용 법률이 달라질 수도 있다. 사립대학의 입학시험에서는 업무방해죄가 문제 되지만, 공립대학에서 공무원이 수행하는 시험 관리업무를 방해했다면 형법 제137조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실제로 구체적인 직무집행을 방해하거나 곤란하게 한 결과가 인정돼야 한다는 점에서 업무방해죄와 차이가 있다.

허윤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AI를 이용한 시험 부정행위는 공정한 경쟁을 침해하므로 엄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AI 사용 여부, 감독관을 속인 경위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움]

허윤 변호사는 법무법인 동인 수사대응팀·압수수색대응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방위사업청 옴부즈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서울특별시의회 입법법률고문, 언론중재위원회 자문변호사, 기획재정부 사무처 고문변호사 등으로 활동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부천 도장공장 화재' 소방관 1명 의식 회복…1명 심정지
  • 나는 SOLO·이혼숙려캠프…연애 예능으로 보는 애인 가치관 [데이터클립]
  • 테슬라 로드스터, 진짜 날았다…스페이스X 추진기로 공중제비
  • 코스피, 8거래일 만에 반등해 5600선 탈환…외인, 9거래일 만에 순매수 전환
  • AI 버블 공포 키운 코어위브⋯빚 쌓이고 창업자들은 주식 팔았다
  • 수도권 주택 착공 목표 미달 전망⋯정부 "연말 물량 집중, 공급지표 개선"
  • 송민호, '102일 무단이탈' 유죄 확정⋯사회복무 다시 한다
  • 같은 동네인데 8억원 차이… 수도권 집값 희비 가른 '이것'
  • 오늘의 상승종목

  • 10.16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0,313,000
    • -0.55%
    • 이더리움
    • 3,275,000
    • -0.55%
    • 비트코인 캐시
    • 372,300
    • -0.51%
    • 리플
    • 1,770
    • -1.56%
    • 솔라나
    • 141,000
    • -0.84%
    • 에이다
    • 305
    • -1.61%
    • 트론
    • 454
    • +1.11%
    • 스텔라루멘
    • 244
    • -1.21%
    • 비트코인에스브이
    • 25,070
    • -0.75%
    • 체인링크
    • 16,680
    • -0.71%
    • 샌드박스
    • 72.91
    • -3.79%
* 24시간 변동률 기준

Web3 레이더

  • 주목 펀딩
    • 1 Ripple $500M
    • 2 World OTC $52.5M
    • 3 Alpaca $135M
    • 4 Morpho $175M
  • 인기 프로젝트
    • 1 NeoSoul Infra 인기지수 395
    • 2 Papertrade DeFi 인기지수 338
    • 3 LayerAI Infra 인기지수 302
    • 4 Metric 인기지수 282
  • 토큰 언락 임박
    • HumidiFi 유통량 113% D-53
    • Allora 유통량 89% D-25
    • DAOBase $580K · 유통량 43% D-1
    • Capricorn 유통량 53% D-6
Source fr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