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는 있는데 전기가 없다”⋯美 AIDC 32GW 전력난, HBM 새 변수 [AI 호황의 역설]

입력 2026-10-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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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까지 전력 수요 34% 부족 전망
AI 인프라 확대 속도 못 따라가는 전력망
GPU보다 메모리·광통신 부품 타격 우려
삼성·SK하이닉스 HBM 공급 일정도 변수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의 새로운 병목으로 전력 부족이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확보가 AI 인프라 구축의 최대 과제였다면 이제는 확보한 반도체를 실제로 가동할 전력 공급 능력이 관건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만 2028년까지 32기가와트(GW) 규모의 전력 부족이 예상되면서 AI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새로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HBM을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수요 실현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미국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이 2028년까지 필요한 전력의 약 34%에 해당하는 32GW 규모의 순전력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체 발전설비와 연료전지 등 대체 전력원 확보 방안을 반영하고도 해소되지 않는 부족분이다.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전력 수요가 기존 전력망의 공급 능력을 빠르게 넘어서는 상황이다.

빅테크 기업들도 전력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미국 최대 원전 사업자인 컨스텔레이션 에너지와 총 3590메가와트(㎿) 규모의 장기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가운데 890㎿는 일리노이와 펜실베이니아, 뉴저지주에 있는 원전 11기의 설비 개선을 통해 추가 확보하는 전력이다. 구글은 해당 전력을 20년간 공급받고 기존 발전설비에서 생산되는 2700㎿도 15년간 확보하기로 했다. 구글은 컨스텔레이션과의 협력을 포함해 기존 원전의 출력 증강과 재가동을 통해 미국 전력망에 1.5GW 이상의 신규 원전 발전 용량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전력 부족이 반도체 공급망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건스탠리는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의 경우 전력난이 내년 실적 전망을 크게 위협하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두 기업은 주요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긴밀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반도체 배치 지역과 납품 일정을 조정할 여력도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반면 메모리와 광통신, 전력관리, 아날로그 반도체 등 주변 부품 공급업체는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센터 가동이 지연되면 고객사가 부품 인도를 늦추거나 기존 주문을 취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생산된 반도체가 제때 공급되지 못하면서 재고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의 오픈AI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 해당 부지에는 총 8개의 데이터센터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애빌린(미국)/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의 오픈AI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 해당 부지에는 총 8개의 데이터센터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애빌린(미국)/로이터연합뉴스

이는 AI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HBM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새로운 변수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확보가 늦어지면 반도체 생산량 증가가 곧바로 최종 수요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고객사가 서버 설치 일정을 조정할 경우 GPU에 탑재되는 HBM의 납품 일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다만 HBM은 GPU 제조·패키징 단계에서 결합되는 만큼 데이터센터 가동 지연이 곧바로 메모리 발주 취소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영향은 GPU 제조사의 생산 일정과 재고 운용, 고객사별 납품 계약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GPU와 HBM 공급 부족이 해소되더라도 전력망 구축이 지연되면 AI 투자 효과가 실현되는 시점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 속도는 반도체 공급능력뿐 아니라 실제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수 있는 전력 인프라에 좌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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