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 첫 국감, ‘미래대응기금’ 충돌…野 “쌈짓돈” VS 與 “정쟁적 주장” [국감]

입력 2026-10-0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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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국회 통제 약화·국채 발행 우려”…박홍근 “사업·금융성 결합한 기금”
민주 “성장동력 위한 투자”…청년·주거·AI 예산 성과관리 강화 주문

▲국민의힘 재정경제기획위원회 배준영 간사(왼쪽)가 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예산처 국정감사 시작 직전 정부가 추진중인 '미래대응기금' 반대가 담긴 인쇄물을 동료 의원들과 노트북에 붙인 뒤 이를 제거하라는 조승래 재경위원장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재경위원들의 인쇄물 부착에 대해 여당이 반발하면서 재경위 국감은 지연 개회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재정경제기획위원회 배준영 간사(왼쪽)가 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예산처 국정감사 시작 직전 정부가 추진중인 '미래대응기금' 반대가 담긴 인쇄물을 동료 의원들과 노트북에 붙인 뒤 이를 제거하라는 조승래 재경위원장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재경위원들의 인쇄물 부착에 대해 여당이 반발하면서 재경위 국감은 지연 개회했다. (연합뉴스)

기획예산처 출범 이후 처음 열린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을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약화하고 국가채무를 늘릴 수 있다며 기금 철회를 요구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미래 성장동력과 청년 등에 투자하기 위한 재정 수단이라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8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기획예산처 국정감사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미래대응기금에 대해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재정 운용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재정 안정화 장치”라고 밝혔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 등으로 발생한 추가 재정 여력을 단년도 지출에 소진하지 않고 청년과 성장동력, 지방·교육·인재 등에 투자하기 위해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기금 운용 과정에서 국회의 통제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예산정책처의 세수 결손 관련 검토 의견을 거론하며 “연중 예산 변경이 필요하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해 국회의 검증을 받는 것이 원칙”이라며 “미래대응기금은 국회 감시망을 우회하고 통제를 약화시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04조원을 여유자금으로 쌓아놓으면서 106조원의 국채를 발행한다면 고금리로 빌려 저금리로 운용하는 것 아니냐”며 “채무 상환을 외면하고 재정건전성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우려가 있다고 하면 그 우려를 해소하도록 법을 설계하면 되는 것”이라며 “미래대응기금에는 사업성 계정과 금융성 계정이 동시에 있는 하이브리드 성격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도 미래대응기금에 편성된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예비타당성조사 절차 등을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은 “130개 사업에 내년도 45조4000억원을 쓰도록 돼 있는데 대부분이 다년도 사업”이라며 “첫해에는 적은 예산을 넣지만 이후 예산이 늘어나면 결국 몇 년 뒤 기금을 소진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일부 예타 면제 사업에 대해서도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와 중장기 재원 소요, 재원 조달 방안 등이 제대로 검토됐는지 따져 물었다.

박 장관은 “예타 면제도 해당 부처 요구와 재정투자평가위원회 논의,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치는 등 절차와 규정에 따라 진행했다”며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 첨단산업, 특히 반도체 산업의 지속을 위해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미래대응기금을 ‘대통령 쌈짓돈’이라고 규정하는 야당의 공세에 선을 그었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이 “미래대응기금을 이재명 대통령의 쌈짓돈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정쟁적인 언어에 불과하다”고 하자 박 장관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은 기금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사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관리체계 보완을 주문했다.

김남준 민주당 의원은 내년도 청년 관련 예산이 43조3000억원이고 미래대응기금 청년계정에도 22개 사업, 약 13조원이 편성됐다며 성과지표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김 의원은 “내년에 처음 시행하는 10개 사업 중 2개 사업은 성과지표가 아예 없다”며 “청년 일자리 도약 장려금 등도 기존 평가에서 결과 중심의 성과지표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내년도 지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그동안 재정사업 성과지표는 사업 수행 부처가 설정하고 기획예산처는 목표 달성 여부를 점검하는 방식이었다”며 “앞으로는 목표 설정 자체가 타당한지부터 더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청년 주거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청년층의 자산 격차와 공공임대주택 부족을 지적하며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에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장관은 “내년도 예산안에 공적 주택과 관련한 목표 물량을 달성할 수 있도록 예산을 반영했다”며 “부족하다면 초과 세수를 활용해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를 위해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AI 분야에 대한 대규모 재정 투자의 방향성을 놓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4조7000억원 규모의 프론티어 AI 사업을 거론하며 기존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과의 차별성과 중장기 전략을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은 “미국식 하이퍼스케일 전략인지, 중국식 수직계열화 전략인지 우리나라가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 명확해야 한다”며 “사업명만 바꾸면서 계속 최상위 모델을 만들겠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미국이나 중국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새로운 모델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격차가 더 심화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되고 따라잡으면서 우리의 독자적 영역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은 시작부터 미래대응기금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약 25분간 지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미래 망치는 미래대응기금 철회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좌석에 부착하자 조승래 재경위원장이 철거를 요구했고, 여야 간 협의 끝에 팻말을 떼어낸 뒤 감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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