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전남 여수시 돌산읍 진모지구에 마련된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주행사장. 장흥에서 박람회를 찾은 정모 씨(76)는 전시장을 한 바퀴 둘러본 뒤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함께 온 김모 씨(80)도 “세계 최초라는 이름에 비해 전시나 체험 콘텐츠 등 볼거리가 빈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주행사장에서는 단체 관람을 온 초·중·고교 학생과 노년층 관람객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넓은 행사장에 비해 관람객이 많지 않아 주차장 곳곳에도 빈자리가 보였다.
박람회의 핵심 시설인 피라미드 형태의 ‘섬 주제관’에 들어서자 영상과 전시물이 관람객을 맞았다. 외벽에는 미디어파사드 영상이 펼쳐졌지만, 정작 전시관 내부에서 ‘세계의 섬’을 한눈에 이해하거나 여수 섬만의 특색을 체감할 수 있는 콘텐츠는 많지 않았다. 전시 공간을 둘러보는 데도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근 해양생태섬 전시관도 비슷했다. 해양생물 모형 상당수가 흰색으로 제작돼 실제 생물의 색채나 생태적 특징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다시마와 미역 등 해조류 8종도 바닷속 생태를 재현하기보다는 액자 속에 납작하게 넣어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미래의 섬’ 전시관에서는 제한된 공간에 대형 영상이 상영됐다. 단체관람을 온 여수공업고등학교 학생 강모 군(18)은 “영상 화면이 너무 커서 보다 보니 어지러웠다”고 말했다.
관람객의 불편은 전시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순천에서 온 안모 씨(55·여)는 행사장 식당에서 파전과 꼬막튀김을 주문했다가 주문 안내 시설이 부족해 불편을 겪었다고 했다. 안 씨는 “전광판이나 번호표 같은 기본적인 주문 안내가 없어 불편했다”며 “공연도 매시간 열리는 게 아니어서 큰 예산을 들인 행사라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섬을 주제로 한 박람회인 만큼 행사장을 벗어나 실제 유인도와 무인도를 둘러보려는 관람객도 있었지만 관련 정보를 찾기 쉽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관람객은 섬 방문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안내문을 찾다 자원봉사자에게 문의했지만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했다. 그는 “결국 섬에 가는 것을 포기했다”며 “섬박람회에 왔는데 정작 실제 섬을 어떻게 둘러봐야 하는지 알기 어려워 아쉽다”고 말했다.
먹거리와 일부 공연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졌다. 행사장 일부 식당에서 판매하는 1만4900원짜리 간장게장 백반 등을 두고 가격에 비해 구성이 부실하다는 관람객 반응이 나왔다. 조직위원회는 이에 대해 “여수 시내 식당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렴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1t 트럭에 천을 덧대 배 모양으로 꾸민 ‘거문도 뱃노래’ 공연 영상도 온라인 등을 중심으로 예산 낭비 논란이 일었다. 조직위는 “박람회 예산이 아니라 지자체 연계사업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전문 공연단이 아니라 70세 이상 거문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 공연”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박람회 홍보영상과 행사장 먹거리 등을 둘러싼 논란도 잇따랐다.
관람객들의 아쉬움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은 박람회에 투입된 적지 않은 예산 때문이다. 여수세계섬박람회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박람회장 조성 등에 들어가는 직접 사업비는 총 723억원이다. 국비 64억원과 도비 158억원, 여수시비 381억원, 사업수익 120억원으로 마련됐다. 개막 이후 행사 붐업을 위해 특별시비 5억원과 여수시 예비비 5억원도 추가됐다.
세부적으로는 진모지구 주행사장 내 주제섬 건축·기계 공사에 24억여원, 미디어파사드 설치에 21억여원, 영상 제작·운영에 20억원이 투입됐다. 전시·체험 콘텐츠 개발·운영에는 90억원, 테마존 조성에는 50억원, 안전시설에는 47억원이 들어갔다. 홍보·마케팅과 관람객 유치 예산도 102억원에 달한다.
박람회 직접 사업과 별도로 진입도로 확장과 환경정비, 스마트 조명 설치, 개도 관광자원 개발, 도시숲 조성 등 77개 연계사업에는 1136억원이 투입됐다. 이를 모두 합하면 섬박람회를 계기로 추진된 사업 규모는 1850억원대다.
수백억원을 투입해 ‘세계 최초 섬박람회’라는 간판을 내걸었지만,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일부 관람객들의 평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화려한 이름과 대규모 예산에 걸맞은 콘텐츠를 갖췄는지, 박람회가 끝난 뒤 여수의 섬 관광에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가 이번 행사의 성패를 가를 또 다른 시험대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