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팹 전기·통신 통합발주 허용…영농형 태양광 규제 완화
정부는 1일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현장중심 기업투자·혁신 지원방안(2차)’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8월 발표한 1차 대책에 이어 기업과 경제단체, 지방정부 등의 건의를 토대로 마련됐다. 녹색전환·이차전지·첨단센서 등 현장대기 프로젝트의 신속한 가동과 첨단·신산업 규제 합리화가 핵심이다.
우선 약 4조원 규모의 현대차 울산공장 전기차 전환 투자의 행정절차를 대폭 줄인다. 현대차는 울산 1공장과 4공장 2라인을 자율주행 기반 전기차 중심 생산라인으로 바꾸고 제조 AI와 스마트팩토리 기능을 도입하는 전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사전 준비에 6~8개월, 환경·교통·재해 등 각종 영향평가에 12~16개월, 인허가에 14~16개월이 걸려 전체 행정절차가 최장 40개월까지 소요될 수 있다.
정부는 울산시에 전담 프로젝트매니저(PM)를 두고 사전 컨설팅과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한다. 환경·교통·재해 영향평가와 인허가 등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전 단계에 동시에 착수해 12개월 이내 모든 행정절차를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 절차 자체를 생략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절차를 병행해 기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정부는 현대차 외에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투자가 추진될 경우에도 관계부처와 지방정부 협의를 거쳐 이 같은 패스트트랙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청정수소 분야에서는 2025년 취소했던 발전시장 경쟁입찰을 10월 중 다시 실시한다. 당시 입찰에는 석탄·암모니아 혼소발전이 포함됐지만 정부의 ‘2040년 석탄발전 폐지’ 정책 방향과의 정합성 등을 검토하기 위해 공고가 취소됐다.
이번 입찰에서는 석탄·암모니아 혼소발전을 제외하고 국내 청정수소 생태계 기여도에 대한 평가 비중을 확대한다. 연간 입찰 물량은 500GWh이며 15년 장기 고정가격계약 방식이다. 정부는 사업자 선정 후 약 3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청정수소 생산·발전설비 투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무안 국가산업단지 지정도 속도를 낸다. 광주 군공항 무안 이전 후속조치로 지정된 무안 국가산단 후보지에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상 패스트트랙을 적용한다.
산단 개발계획과 실시계획을 산업단지계획으로 통합하고 관계기관 협의를 동시에 진행한다. 관계기관은 10일 이내 의견을 내야 하며 회신하지 않으면 협의된 것으로 간주한다. 정부는 법정 절차를 생략하지 않으면서 전체 기간을 1년 이상 단축해 7615억원 규모의 투자를 조기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팹 건설 때 전기·통신공사의 통합발주를 허용한다. 현재는 전기·통신공사를 분리 발주해야 하지만 반도체 팹은 공정 간 정밀한 조율이 필요하고 개별 공사에 따른 일정 조율과 유지보수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통합발주가 의무화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기존처럼 분리발주하거나 통합발주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통합발주를 선택하면 발주자가 종합건설사에 전체 공사를 맡기고 종합건설사가 전문 전기·통신공사업체 등을 통해 공정을 총괄하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령 등에 이미 있는 분리발주 예외규정을 유권해석해 반도체 팹에 한정해 통합발주를 허용할 계획이다. 반도체 팹이 고도의 전문성과 공정 간 조율을 요구하는 특수한 시설이라는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제조용 실린더캐비닛 관련 절차도 줄인다. 현재는 추가 설치할 때마다 기술검토와 변경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앞으로 여러 개를 설치할 경우 이를 일괄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이차전지 소부장 기업의 위험물 안전관리 규제도 개선한다. 다만 기존 이차전지 사업장에 적용하는 특례를 소부장 업체에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은 아니다. 소방청은 소부장 제조공정과 현장 애로, 필요한 안전기술 등을 파악한 뒤 이에 맞는 특례를 마련할 계획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기준을 완화한다. 현재 농림지역은 사업계획 면적 7500㎡ 이상이면 평가 대상이지만 영농형 태양광은 2만㎡ 미만까지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농업을 계속하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영농형 태양광의 특성과 녹색전환 필요성을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첨단산업에 대한 재정지원도 병행한다. 차세대 전력반도체 기술개발과 실증 인프라에 각각 50억원과 70억원을 투입하고 휴머노이드용 고에너지·경량 이차전지 개발에 133억원을 지원한다. 액추에이터·센서·로봇손 등 로봇 3대 취약부품 전용 R&D에는 2027~2029년 국비 1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들 재정지원액은 7조9000억원의 현장대기 프로젝트 규모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주환욱 재경부 정책조정관은 “이번 대책의 이행 상황을 꼼꼼히 점검해 실제 투자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신산업 분야 등을 중심으로 3차 기업투자·혁신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등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현장에서 속도감 있게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