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밤 수원화성행궁. 신풍루에서 시작된 정조대왕의 행렬이 우화관과 화령전, 낙남헌을 지나 봉수당으로 이어지자 전각마다 빛과 공연이 차례로 펼쳐졌다. 객석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는 대신 관람객이 행궁을 직접 걸으며 이야기를 따라가는 ‘행궁야화’다. 제63회 수원화성문화제를 앞두고 처음 공개된 이 콘텐츠에는 63년 축제를 관광산업으로 확장하려는 수원시의 구상이 담겼다.

30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특례시는 29일 화성행궁에서 제63회 수원화성문화제 프레스데이를 열고 행궁야화를 비롯한 주요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문화제는 10월 4일부터 11일까지 8일간 행궁광장과 화성행궁, 연무대, 방화수류정 등 수원화성 일원에서 열린다. 주제는 ‘새빛홍민’이다.
수원이 올해 축제를 바라보는 지점은 행사 규모만이 아니다. 수원화성문화제와 정조대왕 능행차, 수원화성 미디어아트를 묶어 외지 관광객의 체류와 소비를 늘리는 관광콘텐츠로 만들고, 이를 다른 지역의 대표 축제와 연결하는 ‘K-컬처로드’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프레스데이에서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지역축제를 국제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원시가 관광산업화를 내세우는 배경에는 축제가 남긴 숫자가 있다.
수원시가 2025년 성과를 분석한 결과 수원화성문화제·정조대왕능행차·수원화성미디어아트 등 3대 축제에는 112만5000명이 방문했다. 경제적 직접 효과는 604억원으로 산정됐다. 2024년 354억원의 1.7배 수준이다. 3대 축제 방문객 가운데 외지인 비율은 41.3%였다.
수원화성문화제 자체의 변화 폭은 더 컸다. 2025년 문화제를 기존 3일에서 8일로 늘리자 방문객은 약 57만명으로 2024년보다 123.5% 증가했다. 올해도 정조대왕이 1795년 혜경궁 홍씨와 함께 화성을 찾았던 8일간의 을묘원행에 맞춰 문화제 기간을 8일로 운영한다.
콘텐츠도 화성행궁과 성곽 전체로 넓혔다. 처음 선보이는 행궁야화는 신풍루에서 우화관·화령전·낙남헌·봉수당까지 관람객이 이동하면서 각 공간에 얽힌 이야기를 공연으로 만나는 몰입형 야간 프로그램이다. 기존 무대 중심 공연에서 역사 공간 자체를 공연장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연무대에서는 정조대왕의 야간 군사훈련을 재해석한 ‘수원 판타지-야조’가 10월 7일부터 11일까지 펼쳐지고, 방화수류정 용연에서는 수상 퍼포먼스 ‘선유몽’이 진행된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전용 라운지와 전통놀이·다과 체험 등을 갖춘 글로벌빌리지도 운영한다.
축제의 시작은 10월4일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이 맡는다. 수원 구간에는 을묘원행 재현행렬 약 1000명과 시민 퍼레이드 1200여명, 말 60필이 참여한다. 노송지대와 수원종합운동장, 장안문을 거쳐 행궁광장까지 이어지며 무예시연과 시민 퍼레이드, 거리공연도 진행된다.
수원시의 구상은 수원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 시장은 민선 9기 출범 때 정조대왕 능행차 구간을 활용한 K-컬처로드 조성을 문화관광 분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7월에는 글로벌문화관광축제위원회를 출범시켰고, 9월16일에는 수원화성문화제·정조대왕 능행차·수원화성미디어아트를 놓고 글로벌축제·K-컬처로드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에서 수원시는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을 축으로 7개 지방자치단체의 대표 축제를 연결해 K-문화유산 관광코스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조와 수원화성, 전통시장과 공방 등 기존 관광자원을 개별 행사로 소비하는 대신 프로그램과 공간을 연결하는 방식도 논의했다.
이재준 시장은 29일 프레스데이에서 "정조가 화성행궁을 통해 정치·경제 개혁의 뜻을 펼치려 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여러 지자체와 K-컬처 로드를 연계해 지역축제를 국제화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제63회 수원화성문화제는 10월 4일 정조대왕 능행차를 시작으로 11일까지 수원화성 일원에서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