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윤기(23)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약 30년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국내 사법 현실과 동종 사건의 선례를 형량 결정 이유로 들었다.
법조계와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13부(이정호 부장판사)는 30일 강간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장윤기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강간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다.
재판부는 “1997년 마지막 집행 이후 더는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며 무기징역 선고가 사형 선고를 자제해온 동종 사건 선례와의 비례·균형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사형 선고 여부를 두고 고심했다는 점도 밝혔다. 재판부는 “법관들 역시 인간으로서, 엄벌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널리 형성된 이 사건에서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소임을 다하는 것이 아닌지 절실히 숙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윤기가 생존하는 동안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고 무기징역형을 철저히 집행해야 한다는 견해를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것이 피해자와 유족을 위로하고 유사 범죄의 재발을 막는 방안이라는 데 법관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또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사형을 선고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2023년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전자장치 부착 명령에 대해서는 향후 가석방 등으로 출소하는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재범을 어느 정도 예방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정에서 선고를 지켜본 피해자 고(故) 이채원(당시 16·고2) 양의 유족은 장윤기가 퇴장하는 모습을 보며 오열했다. 유족은 그동안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며 사형 선고를 요구했고, 시민 약 10만 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도 재판부에 제출했다.
장윤기는 약 20분간 진행된 선고 공판에서 고개를 숙인 채 피고인석 탁자를 바라봤다. 앞서 장윤기에게 사형을 구형한 검찰은 판결 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