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뛰는 K바이오, 정부도 함께 뛰어야

입력 2026-10-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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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가 또 한 번 글로벌 시장의 벽을 넘었다. HLB와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담관암 신약 ‘리픽투’가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숱한 시행착오와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감수한 끝에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시설 확충과 사업영역 확대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다. 셀트리온도 신약개발과 차세대 파이프라인 확보에 힘을 준다. SK바이오팜은 외부 유망 후보물질을 적극 도입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위축된 투자환경임에도 바이오벤처들은 기술수출과 글로벌 임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성과 창출을 위해선 막대한 돈과 시간이 투입된다. 신약 하나가 시장에 나오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흔하다. 실패 가능성도 높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연구개발(R&D)과 임상, 인수합병(M&A), 기술도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국내 시장에만 머물러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정부도 제약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육성에 나섰다. 국민성장펀드 투자 대상에 바이오를 포함하고, 차세대 바이오·백신 설비 구축과 R&D에 정책자금을 투입한다. 최근 제약산업 혁신 민·관협의체도 출범시켰다. 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방향은 반길 일이다.

문제는 정책의 엇박자다. 한쪽에서 제약바이오를 키우겠다며 투자를 확대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약가인하를 추진한다. 지난달 초 공고된 약가제도 개편에 따라 제네릭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기본 산정률은 53.55%에서 45%로 낮아진다. 정부의 정책 목표는 국민의 약제비 부담을 낮추고 제네릭 중심의 산업구조를 혁신신약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약제비 절감은 필요하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면 정부가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품질과 혁신보다 제네릭 숫자를 늘려 수익을 내는 낡은 사업모델도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약값을 내리면 기업이 알아서 혁신신약 개발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접근은 곤란하다. 중소·중견 제약사에는 제네릭과 개량신약에서 벌어들인 돈이 R&D에 투입되는 중요한 재원이다. 수익 기반부터 약화시키고 혁신 투자를 주문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약가를 낮춰 확보하는 건강보험 재정의 편익과 기업의 R&D 여력이 줄어 발생할 산업적 비용을 함께 따져야 한다. 비용 절감이라는 한쪽 숫자만 보고 정책 성패를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특히 지금은 제약바이오기업의 투자 체력이 충분한 시기가 아니다. 임상 단계로 진입할수록 필요한 자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자금조달 문턱은 여전히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제약사마저 수익성이 악화되면 R&D와 벤처투자, 오픈이노베이션부터 움츠러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피지컬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카프로젝트에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는데, 우리 업계는 부럽기만 하다”고 아쉬워했다.

핵심은 약제비 절감과 산업육성이라는 두 정책을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게 할 것인가다. 이에 정부도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 약가 우대를 제공하고 유망 바이오벤처에 R&D와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확대 중이다. 국민성장펀드는 바이오·백신 분야에 자금을 공급한다.

방향은 맞다. 다만 산업을 키우겠다면 현장에 필요한 정책에 힘을 줘야 한다. 정책자금 몇 개를 만들고 혁신기업에 제한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신약개발 R&D와 글로벌 임상, 생산시설 투자, 기술수출과 M&A까지 이어지는 기업의 성장 과정 전체를 놓고 약가·세제·금융·규제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선 막대한 자본을 가진 글로벌 빅파마들이 유망 기술과 기업을 빨아들이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우리가 투자를 멈추는 순간 격차는 다시 벌어진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까지 무조건 보호하라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할 일은 혁신에 도전하는 기업이 더 과감하게 투자하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다. 불필요한 규제는 걷어내고, 신약의 혁신 가치는 제대로 보상하며,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연구와 글로벌 임상의 위험은 정책금융이 나눠야 한다.

정부가 제약바이오를 정말 미래 성장동력으로 본다면 기업이 투자해도 된다는 확실한 신호를 업계에 보내야 한다. K바이오가 세계시장에서 어렵게 만들어낸 기회를 산업의 성장으로 연결하려면 이제 정부가 더 힘을 실어야 한다. 기업에만 혁신을 주문할 때가 아니다. K바이오가 세계를 향해 뛰고 있는 지금, 정부도 같은 방향으로 함께 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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