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후진해 사람 치면 특수상해?⋯법원이 따진 ‘위험한 물건’ 기준 [수사와 재판]

입력 2026-10-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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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후진하다가 뒤에 있는 사람을 들이받아 다치게 했다면 어떤 죄가 성립할까요.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일부러 차를 움직였거나 상대방이 다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운전했다면 상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동차가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형이 무겁게 규정된 특수상해죄까지 적용할 수 있을까요? 법원은 자동차가 사용됐다는 사실만으로 ‘위험한 물건’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위 사안의 쟁점과 의미를 허윤 변호사(법무법인 동인)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도심 주차장에서 한 사람이 회색 세단 차량을 향해 이동하는 모습이 3일 보도된 자동차 관련 상해죄 판결 이슈의 배경 이미지를 통해 연출되고 있다. (사진=AI 생성)
▲도심 주차장에서 한 사람이 회색 세단 차량을 향해 이동하는 모습이 3일 보도된 자동차 관련 상해죄 판결 이슈의 배경 이미지를 통해 연출되고 있다. (사진=AI 생성)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주차 문제로 다투다가 상대방을 차량으로 들이받아 전치 2주의 상해를 가한 사건에서 자동차를 ‘위험한 물건’으로 간주해 특수상해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주차 문제로 다투다가 자신의 차량 뒤쪽 40~50㎝ 지점에 서 있던 피해자를 차량의 범퍼로 충격을 가했다.

1·2심은 피고인이 후방카메라와 감지센서를 통해 피해자가 차량 뒤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후진한 점 등을 들어 상해의 고의를 인정하고, 자동차도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차량의 속도가 느렸고, 피해자의 상해도 비교적 경미했던 점 등을 고려했다. 이에 따라 당시 차량 운행으로 피해자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정도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즉 자동차가 상해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하더라도, 어떻게 사용되었는지에 따라 특수상해죄의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지를 정확하게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지가 중요한 이유는 해당 여부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수상해죄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사람을 다치게 하면 성립되는 범죄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될 수 있다. 일반 상해죄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하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무겁다.

그렇다면 어떤 물건이 ‘위험한 물건’인지는 어떻게 판단할까? 위험한 물건은 칼이나 흉기처럼 본래 사람을 해치는 용도로 만들어진 물건에 한정되지 않는다. 컵이나 휴대폰처럼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물건도 사용 방법에 따라 위험한 물건이 될 수 있고 자동차처럼 통상적으로 위험성을 지닌 물건이라고 해도 경우에 따라 위험하지 않다고 평가될 수 있다.

법원은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 지와 관련해 물건의 객관적인 성질뿐만 아니라 범행 당시의 구체적인 사용 방법까지 종합해 판단하고 있다. 자동차라면 속도와 이동거리, 피해자와의 거리, 진행 방향, 충격의 강도,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었는지 등을 살펴 실제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용됐는지를 확인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이러한 기준이 적용됐다. 자동차가 주차 과정에서 느린 속도로 움직였고 피해자는 충격을 받아 넘어진 것이 아니라 차량에 밀려 몇 걸음 움직였으며, 그로 인한 상해 역시 약 2주에 불과했다는 점에 대법원은 주목했다. 즉 위와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자동차가 사용됐다는 사실만으로 피해자나 제3자가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느낄 정도의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물론 자동차가 위험한 물건으로 인정된 사례도 있다. 대법원은 과거 운전 중 시비가 붙은 상대방에게 겁을 주기 위해 차량을 4~5m가량 후진시켜 상대 차량을 충격한 사건에서는 자동차를 위험한 물건으로 인정했다. 피해자가 자신의 차량을 급히 후진했음에도 피고인의 후진 속도가 빨라 충돌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를 후진하면서 피해자가 한 차례 상해를 입었는데 다시 후진하여 추가 피해를 입힌 경우, 피해자가 자동차 운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는 점을 인식하고도 후진한 경우에도, 법원은 자동차를 ‘위험한 물건’으로 보아 특수상해죄를 적용하였다.

결국 자동차가 특수상해죄의 ‘위험한 물건’인지는 자동차가 사건 당시 어떻게 사용됐는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상대방을 위협하거나 밀어내려는 목적으로 차량을 움직였는지가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지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또 운전 중 시비가 발생한 상황이라도 상당한 거리를 빠르게 후진해 상대방을 충격한 경우와 수십 센티미터의 거리를 매우 느린 속도로 움직이다 접촉한 때도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차량의 속도와 이동거리, 피해자와의 거리, 충격의 정도 등 실제 사용 방법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이 때문에 유사한 상황에 처한다면 차량 블랙박스나 CCTV 등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를 신속하게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특수상해죄 성립 여부는 차량이 사용됐다는 사실 자체보다 실제 속도와 이동거리, 피해자와의 거리, 충격의 강도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허윤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자동차가 사용됐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특수상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며 “차량의 속도와 이동거리, 충격 정도 등 구체적인 사용방법을 종합해 위험한 물건인지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도움]

허윤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법무법인 동인 수사대응팀·압수수색대응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방위사업청 옴부즈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서울특별시의회 입법법률고문, 언론중재위원회 자문변호사, 기획재정부 사무처 고문변호사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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