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곁에서 시작한 바느질, 60여 년간 실그림으로 발전
“한국인의 삶의 지혜와 정신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어”

바늘과 실로 회화적 표현을 구현해 온 손인숙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설명했다. 손 작가는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국회의원회관 2층에서 열리는 특별전 ‘실(絲), 마음을 잇다’에 참여한다.
손 작가가 처음 실과 바늘을 접한 곳은 어머니 곁이었다.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어깨너머로 바느질을 접하면서 실과 바늘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며 “실로 무언가를 채워나가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고 회상했다. 어릴 때부터 손으로 만드는 일에 재능을 보였던 그는 미술대학 자수과에 진학해 예술적 소양을 쌓고 작업을 이어갔다. 손 작가는 “자수를 현대적인 독립 미술 장르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고 했다.
실그림에서는 실을 놓는 자리뿐 아니라 빛과 보는 사람의 위치도 중요하다. 손 작가는 “수틀 위에 바늘을 꽂는 위치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며 “실의 결이 만들어내는 음영이 작품에 입체적인 생명력을 불어넣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그림은 조명이 비추는 각도와 관람객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매 순간 다르게 숨 쉰다”며 빛과의 교감, 비움을 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관람객이 자리를 옮기면 실의 결에 닿는 빛도 달라지고, 작품의 표정 역시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프랑스 국립 기메박물관과 프랑스 국립 니스동양미술관, 스위스 제네바 바우어재단 극동박물관 등 해외 기관에도 소개됐다. 손 작가는 국내외 관람객이 실그림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회화와 현대 실그림을 잇는 여섯 개 관으로 구성된다. ‘호피장막문방구도’에서 성찰을, ‘태평성시도’에서 이상사회를, ‘화성능행도’에서 동행의 의미를 살핀다. 이어 손 작가의 실그림을 만난 뒤 ‘지혜의 전승’과 관람객 참여 공간인 ‘하나의 마음-수틀 속 대한민국’으로 이어진다. 전시가 내세운 주제는 대한민국의 정신문화 자산으로서의 ‘K-SPIRIT’이다.
손 작가에게 K-SPIRIT의 핵심을 묻자 “끊어지지 않는 연결, 마음, 치유, 상생과 화합의 정신”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실로 한 땀씩 화면을 채우는 자신의 작업과도 맞닿아 있는 말이다. 다음 세대에 남기고 싶은 가치에 대해서는 “한국인의 영혼과 삶의 지혜를 유산으로 물려주는 위대한 정신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손 작가가 바라는 것은 실그림과 관람객의 만남이 계속되는 일이다. 그는 “박물관이라는 공간을 통해 실그림 작품들이 여러 관람객과 만남을 이어 나갔으면 한다”며 “그것이 문화예술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이는 숭고한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