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상폐사’에서 ‘승계 첨병’으로…아진카인텍 15년 막전막후

입력 2026-10-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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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가즈네프티 유전 실패 딛고 자본잉여금 1200억 결손 보전…인수 4년 만에 2세 손으로
‘오토아이티’ 징검다리 거쳐 지분 98.8% 집중…계열 일감ㆍ장래매출채권 담보대출 등 활용

피땀 흘려 일군 기업이 세대를 이어 지속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가업 승계의 출발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가혹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ㆍ증여세 부담에 정공법만으로는 경영권 수성이 어려워졌고,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주주가치를 요구하는 시대적 잣대 또한 날로 엄격해지고 있다. 최근 재계의 승계 방정식은 과거의 일감 몰아주기를 넘어 정교한 ‘자본거래’로 진화했다. 이투데이 ‘인사이트플러스’는 가족회사 활용부터 대주주 맞춤형 유상감자, 친족ㆍ가족법인 간 차입, 비상장 계열사 고가 매각 및 지주사 주식 스왑 등 표면적인 뉴스 뒤에 숨겨진 실전 승계 스킴과 딜 메커니즘을 정밀 해부한다. 이를 통해 C-Level, 패밀리오피스, 자본시장 의사결정권자들에게 단순한 뉴스를 넘어 실전 투자 및 경영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한다.

▲제미나이 활용 생성 이미지.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제미나이 활용 생성 이미지.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아진그룹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아진전자부품(옛 대우전자부품)의 최대주주가 창업주 서중호 회장의 개인 지주회사인 우신산업에서 장남 서준수 씨가 지배하는 비상장 계열사 아진카인텍으로 최근 변경됐다. 아진카인텍은 2022년 말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를 시작으로 4개년에 걸쳐 106억여원의 실탄을 투입해 지분 15.42%를 확보, 코스피 상장사의 단독 1대 주주 지위를 꿰찼다.

시장의 시선은 상장사를 집어삼킨 아진카인텍의 15년 궤적에 쏠린다. 과거 해외 유전 개발 실패로 수백억원대 손실을 내고 상장폐지된 법정관리 부도 기업이 그룹 계열사들을 거쳐 어떻게 오너 2세의 1인 회사가 되었는지, 연매출 800억원대 중견 부품사로 급성장해 승계의 핵심 지렛대로 부상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2011년부터 2026년까지의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통해 아진카인텍의 성장 막전막후를 살펴봤다.

사할린 유전 참사와 법정관리…135억에 거둔 ‘부실 회사’

아진카인텍의 전신은 1959년 설립돼 1991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자동차 차체 부품사 ‘명성’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탄탄한 제조 기반을 갖췄던 회사는 2007년 사명을 ‘케이씨오에너지’로 바꾸고 정관에 해외 자원개발을 추가하면서 급격한 부실의 늪에 빠졌다.

당시 경영진은 러시아 사할린 지역의 유전·가스전 광구 개발업체인 톰가즈네프티 지분 24%를 684억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사업 실체 부실과 지속적인 적자, 대표이사의 횡령ㆍ배임 및 공시 위반에 따른 수억 원대 과징금 부과 등으로 회사는 파탄에 이르렀다. 투자금 684억원 전액이 손상차손으로 상각됐고, 톰가즈네프티에 대여한 163억원마저 대손충당금으로 묶였다. 결국, 회사는 2010년 5월 최종 부도 처리되며 증시에서 퇴출당했고, 곧바로 대구지방법원에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부실 회사를 인수한 곳이 아진그룹이다. 주력 상장사인 아진산업을 필두로 한 컨소시엄은 2010년 11월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고, 2011년 2월 회생계획 인가를 받아 인수를 매듭지었다.

채무 재조정과 구조조정은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기존 주식을 1000대 1로 주식병합(감자)해 754억9000만원이던 자본금을 축소하며 852억원의 감자차익을 확보했다. 여기에 회생채무 98억원을 출자전환하고, 아진산업 컨소시엄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67억4650만원)와 5년 만기 무보증 사모회사채(67억4650만원)를 인수하며 총 135억원을 투입했다. 회사는 2011년 6월 회생절차를 종결하고, 같은 해 9월 상호를 ‘아진카인텍’으로 바꿨다.

인수 직후 주주명부상 지배구조는 철저한 계열사 연합체였다. 아진산업이 43.84%, 우신산업 29.21%, 서중호 회장이 23.32%를 쥐고 있었다. 당시 장남 서 씨의 지분은 2.19%였다.

‘오토아이티’ 징검다리…서준수, 2%에서 98.6%로 1인 주주 완성

계열사들의 자금과 공적 구조조정으로 정상화된 아진카인텍의 지배구조는 2014년을 기점으로 요동친다. 2% 남짓이던 서준수 씨의 지분율이 불과 1년 만에 98.6%로 수직 상승하며 사실상 2세 개인 회사로 재편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차량용 전장 계열사인 ‘오토아이티’가 중간 징검다리 역할을 맡았다.

지분 이전은 2단계에 걸쳐 전개됐다. 첫 변곡점은 2014년이다. 그해 4분기 서 씨는 부친 서중호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전량(23.32%)을 매매 방식으로 넘겨받아 보유 주식을 349만3000주(25.51%)로 확대했다. 또 기존 주주인 우신산업은 보유 지분 29.21%(400만 주)를 전량 처분했고, 최대주주였던 아진산업도 보유분 중 20.47%(280만3472주)를 매각했다. 우신산업과 아진산업이 매각한 합산 지분 49.68%(680만3472주)는 관계사인 오토아이티가 일괄 매수해 일시적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어 1년 뒤인 2015년 4분기 2단계 거래가 단행됐다. 서 씨는 오토아이티가 보유하던 지분 49.68%와 아진산업에 남아 있던 잔여 지분 23.37%(320만 주)를 한꺼번에 사들였다. 이로써 서 씨의 보유 주식은 1349만6472주(98.57%)로 급증하며 단독 1인 지배 체제를 완성했다. 이후 서 씨는 장외 소액주주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2026년 상반기 기준 지분율을 98.80%(1352만9136주)까지 끌어올렸다.

결과적으로 계열사(아진산업·우신산업)가 자금을 투입해 회생시킨 기업을 관계사(오토아이티)를 거쳐 4년 만에 2세 개인이 지배하는 구조로 전환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상법상 회사기회 유용 금지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계열사가 살려놓은 유망 기업의 지배권을 2세가 손쉽게 흡수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1998년생인 서 씨가 수십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지분 인수 자금을 어떤 경로로 형성했는지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결손 보전ㆍ일감 몰아주기ㆍ재평가ㆍABL…입체적 ‘체력 보강’

서 씨의 1인 회사가 된 아진카인텍은 그룹 차원의 전방위 지원을 등에 업고 가파르게 성장했다. 결손금 보전, 일감 몰아주기, 자산재평가, 장래매출채권 담보대출(ABL)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렸다.

우선 과거 부실로 쌓였던 1277억원 규모의 누적 미처리결손금을 단번에 해소했다. 2012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생 감자 과정에서 발생한 차익 등 자본잉여금 1216억원 전액을 결손금 보전에 투입해 장부상 결손금을 일거에 65억원대로 축소했다.

이어 모기업 아진산업의 일감이 집중됐다. 현대자동차의 대표 볼륨 모델인 아반떼(AD), 투싼(TL), 제네시스(DHㆍRG3ㆍGV80), 싼타페(TMㆍMX5), 팰리세이드(LX2·LX3), 스타리아(US4) 등의 차체 부품 라인을 잇달아 배정받았다. 원재료인 코일을 아진산업으로부터 유상사급받아 성형ㆍ가공한 뒤 현대차에 직ㆍ간접 납품하는 방식이었다. 2014년 별도기준 282억원이던 매출은 2019년 450억원, 2021년 493억원, 2023년 716억원, 2024년 782억원으로 급증했다. 유상사급을 제하기 전 실제 공장 출고액 기준으로는 연간 1500억~1900억원대에 달한다.

특히 2020년대 들어 그룹 북미 조지아 생산법인(JOON, INC)과의 내부거래가 외형 확대를 이끌었다. 2025년 기준 아진카인텍의 별도 매출(653억원) 중 JOON, INC 비중이 37.0%(241억원), 현대차가 34.5%(225억원), 아진산업이 10.7%(69억원)로 특수관계자 매출 비중이 절반에 육박했다.

인위적인 자본 확충을 위해 자산재평가 카드도 지속적으로 활용됐다. 공장 토지와 건물에 대해 2015년 재평가모형을 도입해 45억5900만원의 재평가잉여금을 자본에 반영했고, 2020년 2차 재평가로 잉여금을 83억3500만원까지 늘렸다. 현재 반영된 누적 재평가잉여금은 100억~106억원이다. 업황 악화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던 시기에도 자본잠식을 방어하고 금융권 여신 한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실탄 마련에는 구조화 금융이 동원됐다. 아진카인텍은 현대차에 납품하고 수취할 장래매출채권 및 계좌반환채권을 신탁원본으로 삼아 자산유동화대출(ABL) 특수목적회사(우리온기업제9호, 우리온기업2제6호, 카인텍디비제일차 등)를 설립해 수백억원의 차입금을 조달했다. 여기에 서중호 회장의 개인 부동산 담보와 190억원대 연대보증, 지주사 우신산업의 상장 유가증권 담보 제공이 더해지며 금융 레버리지를 키웠다.

상장사 삼킨 아진카인텍…지주사 합병 비율 선점 노림수?

이렇게 덩치를 불린 아진카인텍은 2022년 말 아진산업으로부터 아진전자부품 지분 9.73%(66억5000만원)를 블록딜로 매입한 데 이어, 유상증자 신주 참여와 장내 분할 매수를 거쳐 총 106억여원을 투입해 지분 15.42%를 확보했다. 종전 1대 주주였던 우신산업(13.73%)을 제치고 단독 최대주주에 올랐다.

시장에서는 15년에 걸친 아진카인텍의 진화 과정을 아진그룹 승계 방정식의 사전 포석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인 우신산업(서중호 100%)과 핵심 주력사 아진산업의 경영권을 직접 상속ㆍ증여받을 경우 최고 상당한 세금 부담이 뒤따른다.

하지만 서 씨의 1인 회사인 아진카인텍이 코스피 상장사 아진전자부품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해 기업가치(자산ㆍ수익가치)를 끌어올려 둔다면 지형이 바뀐다. 향후 최상위 지주사인 우신산업과 흡수합병을 추진할 때 유리한 합병비율을 적용받아 서 씨가 통합 지주사의 최대주주로 직행하거나, 흑자 전환한 아진전자부품의 배당금을 승계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금 창구’가 완성돼서다.

한편, 아진카인텍은 단독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5% 대량보유 공시를 ‘단순투자’ 목적의 약식 서식으로만 적시했다. 정기보고서상에는 우신산업, 아진카인텍, 서 회장 등이 하나의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집단으로 명시돼 있으나, 5% 공시에서는 단독 주주 자격으로만 신고를 진행해 왔다.

이에 지분 매입 배경과 약식 신고 이유 등을 문의하려 아진카인텍에 수차례 연락했으나 받지를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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