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달리는 대법관 인선…조희대 ‘제청 의무’ 쟁점

입력 2026-09-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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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 재제청을 거부하고 청와대는 손봉기 후보자의 임명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면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이 교착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양측이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결원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 후보자를 제청할 헌법상 의무가 있는지를 두고 법조계에서도 견해가 갈린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 104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의 임명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수 있는지, 대법원장에게 다른 후보자를 제청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지 등은 명시하지 않았다.

조 대법원장은 22일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청와대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청와대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라며 맞섰다.

조 대법원장은 전날 추가 입장을 내고 “재제청 요청 공문에 그 사유가 명확히 기재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문의 문언상 명확한 근거와 사유가 제시돼야 그 효력에 다툼이 없고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문제 삼은 ‘제청 과정의 절차적 흠결’에 대해서도 “헌법과 법률에 비춰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조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다른 후보자를 재제청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손 후보자 제청은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도 전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공문에 대통령이 손 후보자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이 명백히 담겼다며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사유가 명확하지 않다고 호도하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제청권과 임명권 가운데 어느 한쪽이 우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제청권과 임명권은 순서상 앞뒤를 구성할 뿐 어느 것이 우선한다고 볼 수 없다”며 “각자 자기 몫의 권한만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장 제청에는 구속력이 없어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임명권 역시 제청권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라며 “두 권한은 상호 대등한 관계”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양측이 이 상태로 맞설 경우다. 현행 헌법과 법률에는 대통령이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별도 기한이 없다. 청와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손 후보자를 받아들이지 않은 만큼 조 대법원장이 새로운 후보자를 제청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인선 교착을 풀기 위해 대법원장이 다시 후보자를 제청해야 할 헌법상 의무가 있는지가 쟁점이 된다. 한 교수는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와 별개로 대법원장에게는 대법관 결원을 해소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그는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제청권을 부여한 것 자체가 제청해야 할 의무를 지운 것”이라며 “기존에 제청한 후보자가 임명되지 않아 결원이 계속되는 경우에도 다시 제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제청 의무가 있는지를 두고 견해가 갈린다고 설명했다. 다만 “손 후보자에게 문제가 있어 대법관으로 적합하지 않으니 다른 적합한 인사를 다시 제청해 달라고 했다면 말이 되지만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단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21일 이 대통령의 임명동의안 미제출과 재제청 요구가 국회의원의 대법관 임명동의권 등을 침해했다며 권한쟁의심판을 냈다. 다만 한 교수는 “동의권은 대통령이 동의를 요청했을 때 비로소 현실적인 권한이 된다”며 현 단계에서 권한 침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양측의 대치가 이어지면서 대법관 공백도 길어지고 있다. 노 전 대법관이 3월 퇴임한 뒤 공석은 이미 200일을 넘겼다. 차 교수는 “사법부 수장과 행정부 수장이 서로 자기 권한이 우위에 있다고 맞서는 모양새가 되면 국민만 불안하다”며 “양쪽 모두 물러설 여지가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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