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분양자 시세차익 집중·복잡한 재건축도 문제

서울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당에서 이른바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확대 방안이 나왔다. 토지비를 분양가에서 제외하는 방식을 통해 강남에서도 30평대 아파트를 3억원대에 공급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공공의 토지비 부담과 시세차익 환수 장치, 재건축 기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공공 보유 토지에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확대하기 위한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토지를 소유하고 입주자는 건물만 분양받는 방식이다. 개정안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건설과 택지 조성에 드는 비용을 주택도시기금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택도시기금은 국토교통부가 정책을 총괄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위탁 운용한다.
분양가에서 땅값이 빠지는 만큼 입주자의 초기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전 의원은 "이 방식이 제대로 가동된다면 강남에서도 30평대 아파트를 3억원대에 분양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토지임대부 주택을 특정 지역의 정책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의 주거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입주자의 부담을 낮추는 대신 토지비는 공공이 부담해야 한다. 토지를 보유하는 공공은 토지비용을 장기간에 걸쳐 회수해야 한다. 특히 서울 강남을 비롯해 선호도가 높고 땅값이 비싼 지역에 공급을 늘릴수록 LH나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막대한 자금을 오랫동안 토지에 묶어놔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서울연구원도 주택 분양가는 초기 회수가 가능하지만 토지비용 회수는 장기간이 필요해 공급 주체의 재정부담이 가중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 의원의 개정안은 이 같은 공공의 부담을 덜기 위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건설과 대지 조성에 필요한 비용을 주택도시기금 지원 대상에 포함하도록 했다. 올해 주택도시기금의 전체 운용 규모는 약 108조원이다. 이 기금은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주택 구입·전세자금 대출, 도시재생 등에도 쓰인다.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한 기금 지원이 확대되면 다른 주거 지원 사업과의 재원 배분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시세 차익도 토지임대부 주택 확대를 위해 풀어야 할 문제다. 초기 분양가는 낮지만, 전매제한이 끝난 뒤 거래가격이 주변 시세에 가까워지면 공공이 제공한 혜택이 첫 분양자에게 집중될 수 있다.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공급된 강남구 자곡동 LH강남브리즈힐 전용면적 84㎡는 2012년 2억2000만원대에 최초 분양됐다. 이 주택은 2023년 10억3000만원에 거래됐고 올해 5월에는 같은 면적이 13억8500만원에 팔렸다. 최초 분양가의 6배를 웃도는 가격이다. 토지는 여전히 LH가 소유하고 있지만 건물 거래가격은 인근 일반 아파트 시세의 약 60% 수준까지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도 7월 부동산 정책 토론회에서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해 "과거 이명박 대통령 시절 (보금자리주택지구의) 일부를 토지임대부로 분양했는데 나중에 세월이 지나고 난 다음에 보니 (주변 시세와) 가격이 거의 비슷해졌다"면서 "사람들 속에 '이거 언젠가는 이 땅도 분양받을 수 있어'하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향후 토지를 입주자에게 매각하라는 요구가 선거 쟁점이 될 가능성과 재건축 이후에도 토지임대부 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재건축도 난제다. 입주자는 건물을, 공공기관은 토지를 각각 소유하기 때문에 건물이 노후화하면 일반 아파트보다 권리관계가 복잡해진다. 재건축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 용적률 상향으로 발생한 개발이익을 어떻게 나눌지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도 없다.
LH토지주택연구원의 최상희 선임연구위원 등은 6월 펴낸 '땅은 국가가, 집은 국민이: 해외사례로 본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다음 과제' 보고서에서 현재 주택법은 재건축을 신청할 권리만 큰 틀로 정해 막상 재건축에 들어가면 분담금·수익 배분·전환 기준 등을 놓고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땅을 공공이 가진 구조에서는 기존 자산 평가와 분담금 산정 방식이 일반 재건축과 다른데도 관련 규정이 없고, 용적률을 올려 생긴 이익을 공공과 입주자가 어떻게 나눌지도 기준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시장 전문가들도 대규모 공급에는 한계가 있다는 견해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미국 IAU 교수)은 "분양가를 크게 낮출 수 있어 무주택자의 초기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는 분명하다"면서도 "공공이 막대한 토지 매입비를 부담한 채 땅을 계속 보유해야 하는 만큼 현재 구조로는 대규모 공급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할 수는 있겠지만, 보편적인 주택 공급 모델로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