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한반도 전쟁 종식·평화체제 구축”…북ㆍ미 대화 재개 촉구

입력 2026-09-23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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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상호 체제 존중·소통채널 복원 강조
AI 기본사회·녹색대전환·에너지 공급망 연대도 제시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우선 중단시키고 중기적으로 축소한 뒤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로 나아가는 단계적 해법을 제시했다. 남북이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면서 공존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아 북미 대화 재개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공존의 방향을 담은 세 가지 청사진을 국제사회 앞에 선언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3대 청사진은 △서로를 존중하는 포용적 평화공존 △싸울 필요가 없는 안정적 평화공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평화공존이다.

우선 남북이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고 차이를 존중하는 것을 관계 복원의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간 상호 체제를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협력을 통한 공동 성장을 모색해 나가겠다”며 “국제무대에서도 북측을 존중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보건과 재난, 기후위기 등 비정치적 분야에서부터 남북 간 협력의 접점을 넓혀가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군사적 긴장을 관리하기 위한 소통 채널 복원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위기를 방지하고 갈등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가겠다”며 “기본적인 소통 채널부터 복원하며 신뢰를 쌓아나가는 것이 안정적인 평화공존의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무엇보다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한반도의 오래된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라며 “한반도 평화체제는 오랜 기간 남북은 물론 미국, 중국 등 관련국들도 그 필요성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논의해 온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북미 대화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오랫동안 멈춰 있던 북미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고 한반도 전쟁 종식과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당사자 간 대화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단계적 접근법을 거듭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북측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고 중기적으로 축소를 거쳐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한 비핵화를 단번에 달성하기보다 핵·미사일 능력의 추가 고도화를 먼저 막고 이후 축소와 비핵화로 이어지는 현실적 경로를 모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이자 페이스메이커로서 대화의 길을 열고 또 이어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와 함께 다자주의 복원과 유엔 개혁 필요성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등 세계 곳곳의 무력 분쟁과 기후위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 등을 언급하며 국제사회의 분절이 심화할수록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질서의 격변이 불러온 지정학적 위기는 다자주의적 협력과 국제규범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를 일깨워주고 있다”며 “위기가 깊으면 깊을수록 유엔의 기본 정신으로 반드시 되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는 인공지능(AI), 기후위기, 에너지 공급망을 꼽았다.

AI 분야에서는 기술 발전의 혜택을 특정 국가나 계층이 독점하지 않는 ‘글로벌 AI 기본사회’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어떤 국가도, 어떤 사람도 AI 발전의 기본적 혜택에서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며 국제기구와 다자개발은행, 산업계와 학계가 협력하는 ‘글로벌 AI 허브’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기후 분야에서는 ‘한국형 녹색 대전환(K-GX)’을 통해 탄소중립을 산업 경쟁력과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과 성과를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2028년 칠레와 공동 개최하는 제4차 유엔 해양총회를 계기로 지속가능한 해양 발전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호르무즈와 홍해를 둘러싼 해상 봉쇄 문제를 거론하며 공급망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 해협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항은 국제법이 보장하는 권리이자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확고한 기반”이라며 “상선을 공격하고 선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에너지기구(IEA)를 비롯한 기존 협력 체계를 활용해 에너지 공급망 위기가 세계 경제와 민생 위기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간 협력 방식으로는 ‘건설적 기여국 연대’ 개념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모든 국가가 하나의 해법에 합의할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다”며 “글로벌 공공재를 공급할 역량과 의지를 갖춘 나라들이 먼저 손을 맞잡고 협력의 공간을 넓혀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새로운 배타적 국제기구를 만들자는 취지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기존 국제질서와 유엔의 기능을 존중하면서 각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부터 유연하게 협력하고 이를 확대해 나가자는 것이다.

유엔 개혁과 관련해서는 조직과 사업의 중복을 줄이고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하는 ‘유엔 80 이니셔티브’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안보리에 대해서도 “더 효과적이고, 더 민주주의적이며, 더 책임 있는 방식으로 작동하게 할 개혁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갈라진 세계를 다시 잇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미래를 만들며 다음 세대가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대한민국이 앞장서겠다”며 “평화공존의 한반도를 향해 대한민국이 맨 앞에서 담대하게 전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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