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은행 확대 나선 정부…청년농엔 ‘오래 빌릴 땅’이 관건

입력 2026-09-2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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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위탁·매입 늘려 청년농 공급 확대…기존 임차농 경작 보호
신규 진입농에 줄 땅 확보가 과제…장기 임대·초기 자금 지원 연계 필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네 번째)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네 번째)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기 임대 농지 확보의 어려움이 청년농 정착의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를 계기로 농지은행을 통한 공급 확대에 나선 가운데, 청년농에게 줄 땅을 확보하고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오래 농사지을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농지 전수조사 후속 대책으로 농지은행의 농지 매입과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고령농이 매도를 희망하는 농지를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위탁받은 농지 가운데 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땅을 청년농과 전업농에게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공급 확대와 함께 기존 임차농의 경작도 보호한다. 관행적 임대차를 농지은행을 통한 계약으로 전환할 때는 기존 실경작자에게 우선 임대해 농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한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기존 임대차 관계는 그대로 유지하되 농지은행을 통해 합법적이고 공식적인 임대차 관계로 전환해 주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특별법 시행 이후 일정 기간 실경작자의 임차권을 보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미 농지를 빌려 경작하는 청년농도 영농 기반을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기존 경작자가 같은 땅에서 농사를 이어가는 계약 전환만으로는 신규 진입농에게 공급할 땅이 늘어나지 않는다. 농지은행의 전체 위탁 물량과 신규 진입농에게 배정할 수 있는 물량을 구분해 공급 계획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청년농 현장에서는 농지 공급을 늘리는 데 더해 초기 자금 부담도 낮춰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김동현 경상남도4-H연합회장은 이달 11일 창녕에서 열린 ‘5극 3특 부산·울산·경남 청년농업인 정책토론회’에서 농지 가격 상승과 장기 임대 농지 확보의 어려움, 초기 투자비 부담과 대출·보증 여건의 한계를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그는 청년농이 농사를 시작한 뒤 자립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고령농의 농지 이양 지원을 보완하고 청년 맞춤형 금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농지 공급과 금융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청년농이 땅을 확보한 뒤에도 영농에 필요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 농지 구입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면 시설·농기계 마련과 종자 구입 등 다른 영농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임대로 초기 비용을 줄이더라도 경작을 이어갈 기간이 불확실하면 시설 투자와 재배 계획을 세우는 데 제약이 생긴다.

청년농이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농사를 이어가려면 장기간 빌릴 수 있는 농지 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 고령농의 매도·임대 희망 농지를 청년농 수요와 연결하고, 방치된 농지의 경작 여건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소유자가 희망하면 농지은행이 휴경 농지의 관리권을 위탁받아 필요한 경우 복구한 뒤 임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청년농이 희망하는 지역과 재배 품목, 용수와 진입로 등 실제 영농 조건을 함께 살펴야 공급과 수요가 맞물릴 수 있다.

농지 확보와 함께 초기 자금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제도 개선도 이미 시행 중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7월부터 ‘선임대후매도사업’의 지원 혜택과 매입 대상을 확대했다. 공사가 청년농이 희망하는 농지를 먼저 사들여 빌려주고, 청년농이 일정 기간 농사를 지은 뒤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 참여한 청년농은 임대 기간 벼 이외의 작물을 재배해야 하며, 임대료의 80%를 감면받는다. 이 가운데 원금균등상환 방식으로 농지 대금을 내는 경우에는 최초 2년간 이자도 면제한다. 파이프 골조 비닐온실이 설치된 농지도 매입 대상에 포함해 시설농업을 희망하는 청년농의 선택 폭을 넓혔다.

공사는 비용 지원과 함께 임차권 보호도 강화했다. 농지 소유자가 바뀌더라도 임차인이 남은 계약기간 동안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계약서 등에 관련 제도와 이용 방법을 안내하고, 소유자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로 임차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지 기준을 정비했다.

정부는 농지 공급 확대를 뒷받침할 재원도 늘릴 계획이다. 내년 예산안에 맞춤형 농지지원 예산을 올해 1조8077억원보다 늘어난 2조2617억원으로 편성했다. 예산 확대가 청년농 정착으로 이어지려면 실제 농지를 배정받은 청년농 수와 공급 면적, 임차 기간, 비용 부담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청년농이 농지에 투자하려면 얼마 동안, 어느 정도 비용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존 임차농의 경작권을 보호하면서 신규 청년농에게 공급할 농지를 확보하고, 임대 기간과 자금 지원을 영농 계획에 맞춰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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