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인구 100만 시대…일찍 찾아야 치료 선택지 넓다[e건강~쏙]

입력 2026-09-2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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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일 치매 극복의 날…질병 늦추는 치료제 나왔지만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만 적용

‘건강을 잃고서야 비로소 건강의 소중함을 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국내 의료진과 함께하는 ‘이투데이 건강~쏙(e건강~쏙)’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알찬 건강정보를 소개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약속을 잊거나 같은 질문을 반복해도 단순한 건망증으로 넘기기 쉽다. 하지만 기억력 저하가 반복되고 익숙한 일까지 어려워진다면 치매의 초기 신호인지 살펴봐야 한다. 최근 알츠하이머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제가 도입됐지만 치료 대상이 초기 환자로 제한되는 만큼 일찍 발견해야 치료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

매년 9월 21일은 ‘치매 극복의 날’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의 2023년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지난해 약 97만 명에서 올해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큰 경도인지장애 인구도 지난해 약 298만 명으로 추산됐다.

치매는 기억력과 판단력 등 인지기능이 저하돼 독립적인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상태다. 대표적인 원인 질환은 알츠하이머병이다. 아직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지만 조기에 원인을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종헌 고려대안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는 한 번 진행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퇴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예방과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기 관리에서 주목해야 할 단계는 경도인지장애다. 객관적인 검사에서 기억력·언어능력·판단력 등의 저하가 확인되지만,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은 대체로 유지되는 상태다. 모두 치매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상 인지기능을 가진 사람보다 진행 위험이 커 정기적인 평가와 관리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건망증은 힌트를 들으면 잊었던 내용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초기 알츠하이머병에서는 힌트를 줘도 기억하지 못하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이 차이만으로 질환을 구분할 수는 없다. 약속 자체를 잊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고, 익숙한 길을 헤매거나 평소 사용하던 기기 조작을 어려워한다면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의심이나 짜증이 늘고 지나치게 무기력해지는 등 성격·행동 변화도 살펴야 한다.

진단 과정에서는 신경심리검사로 기억력과 언어능력, 주의집중력, 판단력 등을 평가한다. 필요에 따라 뇌 자기공명영상(MRI)과 혈액검사를 시행해 뇌 질환이나 호르몬·영양 이상 등 인지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원인을 확인한다. 알츠하이머병이 의심되면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으로 뇌 안의 이상 단백질 축적 여부를 살펴볼 수 있다.

치료에도 변화가 생겼다. 기존 약물이 주로 증상 완화를 돕는다면, 최근 도입된 레카네맙은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추는 항체 치료제다.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는 18개월 시점에 질병 진행 속도를 27% 늦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학영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는 치매와 같은 만성질환에서는 완치보다는 ‘덜 나빠지게 하는 것’이 중요한 치료 목표”라며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춰 환자가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치매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아밀로이드 축적이 확인된 알츠하이머병 환자 가운데 경도인지장애나 경증 치매 단계가 치료 대상이다. 치료 중에는 뇌부종이나 미세출혈 등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이상(ARIA)’이 발생할 수 있어 MRI를 통한 관찰이 필요하다. 항응고제 복용 여부와 유전적 위험요인 등을 고려해 치료의 이익과 위험을 판단해야 한다.

치매 위험을 줄이기 위한 뇌 건강 관리는 40대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걷기·수영·자전거 등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하고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도 관리해야 한다.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는 등 사회적 교류를 유지하는 것도 좋다. 특히 수면 중에는 뇌 내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같은 노폐물이 뇌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수면의 질도 매우 중요하다.

이 교수는 “치매는 숨길 병이 아니다. 가족이나 본인에게 기억력 이상이 느껴진다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며 “조기에 발견할수록 적용할 수 있는 치료 선택지가 넓어진 만큼 적극적으로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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