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 은행 임추위 추천권 확대⋯연말 계열사 인선부터 적용
5대 은행장·지주 계열사 CEO 54명 임기 만료 앞두고 절차 재점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의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연말 금융권 인사의 변수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CEO 교체 폭이나 연임 여부를 넘어 금융지주가 후보를 발굴하고 검증·추천하는 방식 자체가 인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지주 자회사 CEO 승계 절차 전반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역할이 제한적인 데다 후보군 선정과 검증·평가, 관련 기록 관리도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 원장은 15일 임원회의에서 대부분 금융지주의 자회사 CEO 승계 절차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특정 계파나 친소 관계에 기반한 폐쇄적 인사를 경계하면서 후보군 선정부터 검증·평가, 관련 기록까지 승계 과정 전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융지주에는 통상 이사회 산하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이른바 자추위가 설치돼 있다. 자추위는 은행·증권·카드·보험 등 계열사 CEO 후보군을 관리하고 최종 후보를 심의·추천하는 역할을 맡는다.
자회사에도 별도의 임추위가 있지만, 지주가 추천한 후보를 심사해 주주총회에 올리는 데 역할이 그치는 곳이 적지 않다. 자회사 이사회가 독자적으로 후보를 발굴하거나 지주 자추위의 후보군 구성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통로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은행별 구조도 차이가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임추위에는 CEO 후보 추천권이 부여돼 있지만 지주 산하 위원회도 같은 권한을 갖고 있다. 반면 KB국민·신한·NH농협은행 임추위에는 직접적인 후보 추천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천권 유무뿐 아니라 후보군을 누가 관리하는지, 후보 압축 단계에서 자회사 이사회가 어느 정도 정보를 공유받고 의견을 낼 수 있는지가 실질적 권한을 가를 전망이다.
금감원장 발언 뒤 가장 먼저 절차 손질에 나선 곳은 BNK금융이다. BNK금융은 은행 임추위에 자회사 CEO 후보 추천권을 부여하고, 은행 임추위원장이 지주 자추위의 최종면접을 참관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경영승계 계획을 개정했다. 자회사별 CEO 자격요건을 구체화하고 후보 검증 기간도 늘렸다.
개선안은 올해 말 대표 임기가 끝나는 경남은행 등 계열사 CEO 인선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지주가 주도해 온 자회사 대표 선임 과정에 자회사 이사회가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넓힌 첫 사례인 셈이다.
다른 금융지주도 연말 인사를 앞두고 후보 추천과 검증 절차를 재점검할 가능성이 크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은행 등 자회사 임추위에 CEO 후보 추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에는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의 임기가 일제히 끝난다. 5대 금융지주의 계열사 CEO 가운데서도 모두 54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KB금융 10명, 신한금융 12명, 하나금융 13명, 우리금융 12명, NH농협금융 7명이다.
관건은 자회사 임추위 권한 확대가 실질적인 견제로 이어질지다. 자회사 이사회가 상시 후보군을 추천하더라도 최종 후보 선정권을 지주 자추위가 계속 행사한다면 제도 개선이 형식에 머물 수 있다. 반대로 지주의 조정 기능이 약화될 경우 자회사 내부 인사나 특정 인맥을 중심으로 후보군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권의 시선은 23일 예정된 이 원장과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조찬 간담회로 향한다. 금감원이 후보군 관리와 자회사 이사회 역할 확대를 재차 주문할 경우, 올해 연말 인사는 ‘누가 CEO가 되느냐’뿐 아니라 ‘어떤 절차를 거쳐 뽑느냐’를 두고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