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기후 AI시대’ 시급한 교육시스템 전환

입력 2026-09-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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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이 초래할 산업 재편
기존 교육으로는 실무 인재 못키워
맞춤형 과정 다룰 생태계 구축해야

최근 네팔을 강타한 대규모 홍수는 전 세계에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예측 불가능한 강우량과 급격한 기온 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이다. 기후재난 시대에 접어든 지금, 우리는 기존의 대응 방식으로는 이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전 지구적 기후위기 심화와 AI 기술의 폭발적 성장은 환경, 기후 적응, 탄소 관리 분야의 산업 및 연구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정교한 기후 데이터 예측, 제품 및 시스템의 탄소발자국 자동화 산정, 기후변화 적응기술 최적화 등 복합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산업계와 연구 현장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 급변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미래 일자리 보고서 2025’에 따르면 기후변화 대응은 전 세계 고용주들의 47%가 향후 5년 내 산업을 재편할 것으로 예상하는 핵심 변화 동인이며, 이는 신재생에너지 엔지니어, 기후변화 및 환경 분석가, 탄소 프로파일러, 지속가능성 전문가에 대한 수요 폭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 인재 양성 시스템은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교육 기관은 여전히 전통적인 이론 교육과 분과 학문 중심에 머물러 있어, AI와 기후 과학과 공학을 융합한 실무형 인재를 키우기엔 역부족이다.

이러한 위기 인식 속에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AI와 기후 데이터 과학 및 관련 공학 분야를 결합한 융합형 교육 프로그램을 활발히 도입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더블린대학교(UCD)는 기상청(Met Eireann)과 협력하여 ‘날씨 및 기후변화를 위한 AI 석사’ 과정을 개설했으며, 영국의 레딩대학교(University of Reading) 역시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들과 협력하여 실제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기반 교육을 진행 중이다. 엑서터대학교와 퀸메리런던대학교 또한 AI를 환경 문제에 적용하는 혁신적인 커리큘럼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기업 채용 시장에서도 인성 중심의 자기소개서가 사라지고, ‘AI 활용 역량’을 묻는 실무형 문항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LG전자는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문제 해결 경험’을, SK하이닉스는 ‘AI 활용 프로젝트·연구 경험’을 묻는 2000자 문항으로 기존 문항을 전면 대체했다. HD현대는 ‘AI 활용 경험과 직무 적용 방안’을 신설했고, 포스코는 자기소개서를 폐지하고 증빙 가능한 포트폴리오만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스토리텔링형 자소서의 효용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제 ‘역경 극복 서사’보다 ‘AI를 활용한 구체적 성과’에 주목하며, 평가의 중심을 서류에서 심층 면접이나 과제 수행형 평가로 옮기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와 기업의 요구에 발맞추어, 우리나라에도 다음과 같은 실행 전략이 절실히 필요하다. 첫째, 미래 일자리 맞춤형 융합 커리큘럼을 개편해야 한다. AI 기반 기후 예측, 탄소 자산 관리, 기후테크 기술 등에 대한 실무 데이터와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과정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기업이 요구하는 ‘증빙 가능한 AI 활용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캡스톤 디자인이나 인턴십을 필수화하고, 그 결과물을 포트폴리오로 체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교수진의 어드바이징 스타일을 혁신해야 한다. 단방향 지식 전달자가 아닌, AI 툴을 능동적으로 활용하며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는 ‘코-러너(Co-learner)이자 액티브 멘토(Active Mentor)’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교수진 스스로 최신 AI 기술과 산업 동향을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연수 프로그램과 산업계 교류가 필수적이다.

셋째, 차세대 취업 가이드 및 진로 지원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단순 스펙을 위한 가이드를 넘어, ‘AI 활용 경험’을 검증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구축, 기후 테크 스타트업 연계, 기후·AI 융합 직무 매칭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야 한다. 해외에서의 사례들처럼 정부, 대학, 기업이 협력하여 청년 인재에게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네팔 홍수가 보여주듯, 기후위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기업은 이 문제를 해결할 핵심 동력으로 ‘AI를 다룰 줄 아는 인재’를 원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의 주역이자 미래 신산업을 이끌 청년들에게, 우리는 오늘의 교육 시스템을 내일의 도전에 맞게 재설계할 책임이 있다. 지금이 바로 변화의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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