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뱀 16종 가운데 독사는 살무사속 3종(살무사, 까치살무사, 쇠살무사)과 유혈목이까지 4종이다. 특히 살무사류는 코브라류와 함께 독사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데, 전자는 혈액독소가 주성분이고 후자는 신경독소가 주성분이지만 종에 따라 차이가 있다.
최근 학술지 ‘플로스 의학’에는 지구촌 뱀물림 현황을 추정한 논문이 실렸는데 충격적인 내용이다. 즉 각국의 통계 데이터를 모아 추산한 결과 1년 동안 독사에 물려 사망하는 사람이 적게는 27만 명에서 많게는 51만 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훨씬 많은 사람이 사지절단이나 신경마비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다. 이들 대다수는 열대 또는 아열대 기후인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시골의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연간 60여만 명이 사망하는 말라리아에 비하면 뱀물림은 ‘간과된 열대 질환’으로 불릴 정도라며 저자들은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뱀물림 사고가 늘고 있어 매년 2000명이 넘는 사람이 독사에 물리고 드물게는 사망자가 나오기도 한다. 지난 3월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는 살무사속 3종의 독을 분석한 국내 연구진의 논문이 실렸다. 이에 따르면 분류학상으로 서로 가까운 종들임에도 독의 성분이 서로 달랐고 특히 까치살무사가 두드러졌다.

한편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낮춘 새로운 개념의 뱀독 해독제를 개발하는 연구도 한창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해독제는 말이나 양의 면역계가 만든 항체 혼합물이라 인체에 투입되면 각종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전신 알레르기(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사망하기도 한다.
지난해 미국 연구자들은 AI의 도움을 받아 코브라 독의 주성분인 특정한 독소에 달라붙어 이를 무력화시키는 분자를 만들어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 해독제 분자는 기존 동물 항체에 비해 작고 만들기도 쉬울뿐더러 인체 면역반응을 일으킬 위험도 낮아 차세대 해독제로 유망하다.
덴마크공대를 비롯한 다국적 연구팀은 말과 양 대신 리마와 알파카에 아프리카 독사 18종의 독액 칵테일을 주입해 생성된 나노바디 혼합물을 분석해 해독제를 만들었다. 나노바디란 리마와 알파카의 면역계가 만드는 작은 항체로 알레르기 같은 인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부분이 없다. 이 해독제를 주입받은 쥐는 독사 18종 가운데 17종의 독에서 살아남았다. 연구자들은 나노바디가 차세대 뱀독 해독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년 전 필자는 동네 천변을 걷다가 돌벽을 천천히 지나가는 뱀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몸이 꽤 굵고 길이도 1m가 넘어 보여 아마도 구렁이(독사는 아니다)가 아니었을까. 거리가 좀 떨어져 있어 지켜보니 아무런 소리도 없이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모습이 비현실적이라 환상처럼 느껴졌다. 호랑이나 표범처럼 뱀 역시 ‘떨어져야 아름다운 동물들’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