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암 치료에서 여러 진료과 전문의가 함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다학제진료의 효과에 대한 의료진의 평가는 높지만, 대면진료 중심의 현행 제도가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의들이 한자리에 모여야 수가를 인정받을 수 있어 진료 현장의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대한폐암학회는 10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6 대한폐암학회 국제학술대회(KALC IC 2026)’에서 폐암 다학제통합진료 실태 및 적정성 평가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폐암 진료 전문가 50명이 참여했으며 응답자의 84%는 상급종합병원 소속이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0%는 다학제통합진료가 폐암 진료의 질을 향상시킨다고 평가했다. 환자 만족도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도 82%에 달했다.
다학제통합진료는 폐암 환자의 상태를 놓고 호흡기내과·종양내과·흉부외과·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병리과 등 여러 진료과 전문의가 함께 최적의 치료법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폐암 치료가 수술과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으로 세분화되고 환자별 치료 선택지가 복잡해지면서 다학제진료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운영 방식이다. 조사 대상 기관의 98%가 다학제 회의를 대면으로 운영하고 있었고 86%는 주 1회 이상 회의를 열었다. 가장 큰 운영 장벽으로는 ‘필수 전문의의 일정과 장소를 동시에 조율하는 어려움’이 66%로 가장 많이 꼽혔다.
실제 다학제진료가 전체 폐암 환자에게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도 나왔다. 전체 폐암 환자 중 다학제진료를 받는 비율이 25% 이하라고 답한 기관이 44%였다. 진료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한 공감대와 실제 환자의 접근성 사이에 간극이 있는 셈이다.
오인재 대한폐암학회 학술이사(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행 수가체계가 대면진료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한계로 꼽았다. 그는 “전국 폐암센터에서 다학제진료 수가를 받으려면 전문의들이 대면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여러 전문의를 한자리에 모으는 과정이 비효율적”이라며 “지금은 무조건 현장에 와야 하는 구조다. 비대면이나 온라인을 통한 다학제 회의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수가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인규 대한폐암학회 기획이사(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도 “환자 만족도는 높겠지만 효율성이 떨어지다 보니 다학제 회의 자체가 줄어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다학제진료를 지속 가능한 체계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가와 운영 방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설문에서도 사전 준비 업무에 대한 별도 보상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56%로 가장 많았고, 전담 코디네이터 지원 또는 가산과 다학제 진료료 현실화가 각각 52%, 비대면 참여 및 종양다학제회의(Tumor Board) 인정이 48%로 뒤를 이었다.
특히 다학제진료는 실제 회의 시간뿐 아니라 환자의 검사 결과와 의무기록을 사전에 검토하고 진료과별 이견을 조율하는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조사에서도 사전 준비를 교수 또는 전담전문의가 담당한다는 응답이 82%에 달했다. 학회는 향후 본회의뿐 아니라 사전 준비와 전담인력까지 포괄하는 수가체계를 마련하고 비대면·하이브리드 방식의 다학제진료를 제도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대한폐암학회는 이날부터 11일까지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KALC IC 2026을 개최한다. 올해 8회째인 학술대회는 폐암 예방과 조기진단부터 병리·분자진단, 수술, 방사선치료, 약물치료, 중재적 시술, 기초·중개연구까지 폐암 전 분야를 다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