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보여주면 돈 내라"⋯공인중개사 '임장비' 법적 근거 논란

입력 2026-09-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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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임장 기본보수제' 도입 주장…온라인서 찬반 팽팽
현행법상 중개보수·실비 외 ‘임장비’ 별도 근거 없어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매물이 게시돼 있다. (이투데이DB)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매물이 게시돼 있다. (이투데이DB)

공인중개업계가 집을 보여주는 대가로 별도의 '임장비'를 받는 방안을 다시 꺼내 들었다. 실제 거래 의사 없이 매물만 둘러보는 이른바 '임장 크루'를 걸러내고 현장 안내에 들어간 시간과 비용을 보상받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행 공인중개사법령에는 매물 현장 안내에 대한 별도 수수료가 보수 항목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 임장비의 법적 성격과 제도화 가능성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매수·임차 희망자가 공인중개사와 매물을 확인할 때 일정 금액을 먼저 내는 '임장 기본보수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실제 계약이 이뤄지면 미리 낸 임장비를 최종 중개보수에서 빼주는 방식이다.

온라인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임장비 도입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중개사들은 안정적인 수입이 없고 계약 한 건을 성사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차라리 임장비를 받고 중개보수를 낮추는 게 낫다"는 반응이 나온다. "임장 크루와 경매 스터디 때문에 나온 방안인 것 같다"며 실제 거래 의사가 없는 방문객에게는 비용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누리꾼은 "중개보수도 만만치 않은데 집을 둘러보는 데까지 돈을 내라고 한다"며 "중개사의 시간이 귀한 것은 알지만, 자취생에게는 부담이 너무 크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집을 보여주는 데는 집주인이나 세입자의 시간도 들어간다"며 "임장비를 받는다면 거주자와 중개업소가 나눠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중개업계 안에서도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공인중개사는 "동네에 부동산이 10곳 있다고 하면 그중 한 두 곳만 임장비를 받지 않아도 손님이 모두 그쪽으로 몰릴 것"이라며 "이 업계에 오래 있었지만, 중개업소들이 임장비를 일제히 받을 정도로 단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쟁점은 임장비의 법적 성격이다. 공인중개사법 제32조는 개업공인중개사가 중개 업무에 대해 중개의뢰인에게 중개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현행 중개보수는 거래가 성립했을 때 지급하는 성공보수 성격이다. 계약 전 이뤄지는 상담과 매물 안내, 현장 동행은 별도의 보수 항목으로 분리돼 있지 않다.

중개보수와 별도로 청구할 수 있는 돈은 법령에 규정된 '실비'다.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를 확인하거나 계약금 반환채무의 이행을 보장하는 데 실제로 든 비용 등이 해당한다. 이 경우에도 영수증 등 근거를 첨부해야 한다. 매물을 보여준 대가로 모든 고객에게 일정한 금액을 받는 임장비는 현재 실비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판단이다.

공인중개사법 제33조는 사례·증여 등 어떠한 명목으로도 제32조에 따른 중개보수 또는 실비를 초과해 금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한다. 임장비를 중개보수와 별도의 제도로 도입하려면 협회 내부 지침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법령상 근거와 한도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회가 임장비를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종호 협회장은 지난해 4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도 임장 기본보수제를 주요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당시에도 임장비를 먼저 받고 계약이 이뤄지면 중개보수에서 빼주는 방안이 거론됐다. 그러나 제도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협회는 국토부에 공식 도입 요청을 하지 못했다. 국토부도 제도를 받아들일 뜻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에도 국토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현재 공인중개사법령에 따른 중개보수와 실비 외에 '중개대상물 현장 방문 수수료(임장비)' 도입에 대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협의하거나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미국 IAU 교수)은 "상담하고 집을 보여주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이 모두 중개행위에 해당하고, 이에 대한 대가는 중개보수에 포함돼 있다"며 "임장은 중개행위의 핵심인데 이를 따로 떼어 비용을 받는 것은 법적으로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장비를 먼저 받은 뒤 계약이 성사되면 중개보수에서 차감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 중개행위에 대한 비용을 별도로 받는 구조여서 분쟁이 생길 수 있다"며 "협회 차원에서 공식 제도로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임장비 도입이 직거래를 늘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심 위원은 "요즘 당근과 같은 지역 기반 플랫폼을 통해 월세나 소형 주택을 직거래하는 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다"며 "임장비를 별도로 받으면 소비자가 직거래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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