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방역·환경 한곳으로…축산 공공기관 개편, 농가 부담 줄일까

입력 2026-09-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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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평원·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축산환경관리원, ‘한국축산진흥공사’로 통합 추진
9월 TF 구성해 법령 정비…업무 창구·정보 연계가 농가 체감도 좌우

▲한성숙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한성숙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축산물의 품질과 이력, 가축 방역, 분뇨·악취 관리를 나눠 맡아온 공공기관 세 곳의 통합이 추진된다. 농장에서 도축·유통까지 이어지는 지원 업무를 한 조직으로 연결해 농가가 업무마다 다른 기관을 찾아야 하는 불편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실제 부담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통합 이후 신청·점검 절차와 정보 공유 체계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달려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9일 발표한 개편 방안에 따르면 축산물품질평가원(축평원)과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방역본부), 축산환경관리원을 합쳐 가칭 ‘한국축산진흥공사’를 신설할 계획이다. 한국농어촌희망재단(희망재단)을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에 통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앞서 이달 3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의 농식품 분야 후속 조치다.

◇ 생산·유통에 분산된 업무 연결…자료 제출·현장점검 변화가 핵심

▲AI 기반 소 도체 등급판정 모습 (사진제공=축산물품질평가원)
▲AI 기반 소 도체 등급판정 모습 (사진제공=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 분야 개편의 특징은 생산과 유통 과정에 분산된 기능을 묶는다는 점이다. 현재 생산 단계에서 스마트 축산과 이력 관리는 축평원, 위생·방역 지원은 방역본부, 분뇨와 악취 관리는 축산환경관리원이 담당한다. 도축 단계에서도 검사 지원은 방역본부, 등급 판정과 이력 관리는 축평원으로 나뉜다.

업무별 전문성을 바탕으로 역할을 나눠온 구조지만, 농가 입장에서는 한 농장의 일을 여러 기관과 처리해야 한다. 농식품부는 이 과정에서 정보 공유와 업무 연계가 원활하지 못하고, 농가가 담당 기관과 절차를 각각 확인하는 불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통합기관은 이들 현장지원 기능을 일원화하고 기관별 행정지원 업무도 합칠 계획이다.

농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자료 제출과 현장점검이다. 통합기관 내부에서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면 농가가 업무마다 같은 내용을 설명하거나 자료를 준비하는 부담을 덜 여지가 있다. 점검 일정과 후속 지원을 연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효과를 내려면 조직 통합에 맞춰 실제 업무 절차와 전산체계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

세 기관은 이미 공동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농식품부는 2021년 7월 각 기관에서 3명씩 참여하는 9명 규모의 합동 현장점검단을 출범시켰다. 적정 사육 마릿수와 분뇨처리, 방역시설 등을 함께 점검하고 기술지도를 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개편은 그동안의 기관 간 협업을 법인 통합으로 확대하는 성격을 갖는다.

저탄소 축산물 인증도 기능 연계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축평원이 인증 신청 접수와 선정 절차를 맡고, 사후관리는 유통 단계의 경우 축평원, 사육 단계는 축산환경관리원이 담당한다. 생산환경 개선과 유통 관리가 연결돼야 하는 사업인 만큼, 통합 이후 두 기능을 어떻게 운영할지가 서비스 변화의 한 단면이 될 수 있다.

기존 협업 경험은 통합 이후 업무체계를 설계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함께 처리할 수 있는 점검과 지원 업무를 정리하고, 기관별로 관리해온 정보를 연결하면 농장 상황에 맞춘 지원을 제공할 여지가 커진다. 농가가 여러 부서에 문의해야 하는 경우에도 접수한 내용을 내부에서 전달하고 처리 결과를 안내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각 분야의 전문성을 살리는 조직 설계가 필요하다. 방역 지원과 등급 판정, 분뇨 자원화는 같은 축산업을 대상으로 하지만 업무의 성격과 필요한 인력이 다르다. 공동으로 처리할 행정업무와 전문인력이 맡아야 할 현장업무를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기능 연계가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이달 통합 TF 구성…고용승계·법령 정비 거쳐 지원체계 재편

▲농림축산식품부 (이투데이DB)
▲농림축산식품부 (이투데이DB)

농식품부는 중복되는 행정지원 기능을 통합하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보수·복리후생 등 처우 개선을 원칙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관마다 다른 직급과 보수체계, 구체적인 인력 배치 등은 후속 통합 과정에서 조정할 사안이다. 노동조합 등과도 소통하며 통합 과정의 어려움과 지원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통합 작업은 이달 구성하는 ‘통합 추진 TF’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농식품부는 가칭 ‘한국축산진흥공사법’을 제정하고 기존 세 기관의 설립 근거인 축산법·가축전염병예방법·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의 관련 규정을 정비할 계획이다. 이번 발표에는 확정된 출범 시점과 통합 비용, 예상 절감액이 담기지 않았다. 기능 조정과 법령 정비를 거치면서 조직과 운영 방식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함께 추진되는 희망재단과 농정원의 통합은 농업 인재 육성 과정의 연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희망재단의 대학생 장학사업과 농정원의 청년농 교육·영농정착 지원을 연계해 농업 진입 준비부터 정착까지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희망재단의 청년창업농 장학금은 졸업 후 영농이나 농림축산식품 분야 취·창업을 조건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를 농정원의 교육·정착 지원과 연계하면 장학금 수혜 이후의 진로 설계와 영농 준비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지원기관의 통합에 맞춰 사업 안내와 신청 절차를 정비하는 것이 예비·청년농업인의 이용 편의를 높이는 과제다.

운영·관리 체계도 정비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희망재단은 정부 지원 비중 등 공공기관 지정요건을 충족했지만, 11명 규모의 소규모 기관이라는 이유로 지정되지 않아 공공기관으로서의 경영공시 의무가 없었다. 통합 이후에는 농정원의 사업 운영·관리 기능과 재단의 민간 기부금 모집·전달 기능을 연계할 계획이다.

재단의 사업 범위는 청년농 장학금보다 넓다. 농번기 아이돌봄방 등 농촌 복지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해양수산부 국가장학금 신청도 받았다. 기존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하면서 농정원 사업과 연계하도록 기능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농식품부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을 개정해 농정원의 사업 범위 등을 조정할 예정이다.

이번 개편의 실효성을 가늠하려면 후속 실행계획을 살펴봐야 한다. 통합 창구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업무 범위, 제출 자료와 방문 절차의 변화, 지역별 현장지원 인력 배치가 주요 확인 지점이다. 농가의 업무 처리 시간을 줄이면서 필요한 전문 지원을 제때 제공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이번 통합의 실질적인 성과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박순연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은 “이번 공공기관 통합은 분산된 기능을 효율적으로 연계해 수요자 중심으로 농정서비스를 개편하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현장 중심의 농정 전달체계를 구축해 농업인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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